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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시간〉 ⑧ 하니와 미나미: 낯섦을 남긴 사람과 낯섦을 뒤집은 사람

바다와 도시와 지방을 잇는 두 언어 경로를 그린 복고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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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와 리센느를 비교하다 보면 이상하게 작은 부분에서도 정반대가 튀어나온다.

이번에는 외국인 멤버다.

뉴진스에는 호주 멜버른에서 자란 베트남계 호주인 하니가 있었다. 리센느에는 일본 지바현 출신 미나미가 있다. 하니는 뉴진스에서 유일하게 한국계 배경이 없는 멤버였고, 미나미는 리센느의 일본인 멤버다. 하니는 스스로 국적이나 언어의 경계를 넘어 음악이 통할 수 있다고 이야기해온 사람이기도 하다.

(출처링크: NME)

둘 다 한국에서 활동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웠다.

그런데 희한하다.

한 사람은 외국인이 한국어를 배우며 생기는 작은 어긋남까지 캐릭터가 됐고, 다른 한 사람은 몇 년 지나지 않아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잠깐 잊게 만드는 것이 캐릭터가 됐다.

또 반대다.


하니는 처음부터 한국 사람이 아니어서 재미있었다

먼저 오해하면 안 된다.

하니가 한국어를 못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데뷔 이후 하니는 한국 방송과 자체 콘텐츠를 거의 문제없이 소화할 정도로 한국어를 사용했다. 2023년에는 스스로 한국어 수업을 더 받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가 회사와 관련한 오해가 생기기도 했는데, 이후 하니와 ADOR 모두 실제로는 언어교육이 제공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출처링크: 코리아중앙데일리)

그런데 하니에게는 분명 한국에서 자란 사람과는 조금 다른 언어의 결이 있었다.

단어가 순간적으로 생각나지 않거나,

한국어 문장을 만들다가 잠시 멈추거나,

영어와 한국어 사이를 오가거나,

호주 억양의 영어가 갑자기 튀어나온다.

이런 장면은 결점으로만 소비되지 않았다.

오히려 하니라는 사람을 설명하는 요소가 됐다.

팬들에게는

“하니니까 저렇게 말한다.”

가 됐다.

한국어를 완벽하게 숨겨서 한국인처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외국에서 자란 사람이 한국에서 살아가는 과정 자체가 화면에 남았다.


사실 뉴진스 자체가 처음부터 그런 팀이었다

민지·해린·혜인처럼 한국에서 자란 멤버가 있고,

호주에서 자란 하니가 있고,

한국인 어머니와 호주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호주에서 성장한 다니엘이 있었다.

그래서 뉴진스 콘텐츠에서는 가끔 언어가 섞인다.

영어가 튀어나오고,

다시 한국어가 나오고,

누군가 표현을 알려준다.

NME 인터뷰에서도 하니는 멜버른에서 자란 베트남계 호주인으로 소개됐고, 다니엘 역시 호주 뉴캐슬에서 성장한 멤버로 소개됐다. 하니는 언어로 음악을 나눠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서로 같은 언어를 하지 않아도 음악으로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링크: NME)

그러니까 뉴진스에서 외국에서 자란 멤버의 존재는 숨겨야 할 이질감이 아니었다.

오히려 팀의 자연스러운 일부였다.


하니의 한국어에는 성장과정까지 붙어 있었다

2023년 하니가 “한국어 수업을 더 받고 싶다”고 이야기했던 일 자체가 재미있다.

이미 대중 앞에서 한국어로 방송을 하고 있는데,

본인은 여전히 더 배우고 싶어 했다.

연습생 초창기에는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았고, 후일 공개된 인터뷰에서도 처음 민지를 만났을 당시에는 한국어가 능숙하지 않아 주로 영어로 이야기했다고 회상했다.

NME 인터뷰에서 확인되는 하니의 성장 배경 역시 완전히 한국 밖이다.

멜버른에서 자랐고,

어머니가 젊었을 때 듣던 1990년대와 2000년대 음악을 함께 들었으며,

호주의 청소년 잡지를 읽으며 패션 감각을 익혔다.

(출처링크: NME)

그러니까 하니는 한국에서 활동하지만,

호주에서 자란 하니라는 배경을 지울 필요가 없는 아이돌이었다.

그게 오히려 재미였다.


그런데 리센느에는 미나미가 있다

일본에서 온 멤버다.

여기까지 들으면 흔한 K팝 일본인 멤버처럼 보인다.

그런데 2026년 장도연의 〈살롱드립〉에 나온 미나미를 보면 잠깐 혼란이 생긴다.

장도연이 말했다.

한국말을 정말 잘한다고.

거의 한국 사람 같다고.

그러자 미나미는 자신이 듣기 가장 좋아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한국인보다 한국 사람 같다”는 말이라고 했다.

(출처링크: 스포츠경향)

여기서부터 하니와 방향이 완전히 뒤집어진다.


그런데 이 사람, 처음에는 한국말을 거의 몰랐다

더 황당한 건 시작점이다.

미나미는 한국어를 오래 공부한 뒤 한국에 온 사람이 아니다.

한국에 오기 직전에 급하게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한국에 와 처음 배운 표현 가운데 하나가

“죄송합니다.”였다고 미나미가 직접 말했다.

(출처링크: 스포츠경향)

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일단 사과할 줄은 알아야 한다는 식으로

“죄송합니다”,

“미안해요”,

“미안합니다”

같은 말부터 익혔다.

그렇게 한국에 왔던 사람이

몇 년 뒤에는

한국인 멤버에게 한국어를 알려준다.



원이가 미나미에게 한국말을 배운다

이쯤 되면 설정이 거꾸로 됐다.

리센느 원이는 한국인이다.

거제 출신이다.

그리고 미나미보다 언니다.

그런데 원이는 〈살롱드립〉에서

일본어뿐 아니라 한국어도 미나미에게 배운다고 말했다.

미나미가 사용하는 한국어 단어 가운데 자기가 몰라 검색해본 것도 있다고 했다.

(출처링크: 스포츠경향)

일본인 멤버에게

한국인 리더가

한국어 단어를 배운다.

외국인 멤버 캐릭터의 전통적인 공식이 완전히 무너진다.


심지어 표준어에서 끝나지도 않았다

한국어 잘하는 일본인은 이제 K팝에서 드문 존재가 아니다.

문제는 미나미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이 어머니와 친해졌다.

그리고 원이 어머니에게서 거제 쪽 말투까지 배웠다.

〈살롱드립〉에서는 원이의 어머니와 이야기하면서 알게 됐다는 경상도 표현을 이야기한 뒤 영화 〈친구〉로 유명한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

까지 자연스럽게 재현했다.

(출처링크: 스포츠경향)

이 순간부터 미나미의 캐릭터는

‘한국말 잘하는 일본인 아이돌’에서도 조금 벗어난다.

한국의 지방문화까지 이상하게 파고든 일본인이 된다.


그리고 결정타가 거제였다

미나미에게 한국은 서울만 있는 나라가 아니다.

원이 때문에 거제가 들어왔다.

원이 어머니가 들어왔다.

경상도 사투리가 들어왔다.

그리고 어느 순간

“거제 야호!”

가 나왔다.

일본에서 온 멤버가 한국의 서울도 부산도 아닌 거제를 외치면서 전국적인 밈을 만든다.

이 그림 자체가 웃기다.

외국인 아이돌에게 흔히 기대하는 모습은 대략 이런 것이다.

한국 음식 신기해하고,

한국어 어려워하고,

전통문화 체험하고,

“한국 정말 좋아요.”

하고 끝난다.

미나미는 그 단계를 너무 멀리 지나와버렸다.

한국에 적응한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상당히 로컬한 곳으로 들어가버렸다.


하니의 재미는 ‘조금 낯선 사람’이었다

그래서 두 사람을 비교하면 아주 재미있는 구조가 나온다.

하니에게서는 외국에서 성장했다는 배경이 계속 보인다.

호주 억양의 영어.

영어와 한국어 사이의 이동.

한국어를 배우면서 생기는 작은 표현 차이.

그리고 한국 문화에 들어와 살아가는 과정.

그 낯섦은 없어져야 할 문제가 아니었다.

그 자체가 하니의 캐릭터 중 하나가 됐다.

외국에서 온 사람이 한국 아이돌이 되어가는 모습.

그게 재미였다.


미나미의 재미는 ‘낯설어야 하는데 안 낯선 사람’이다

미나미는 반대로 웃긴다.

일본인인데 한국어를 너무 잘한다.

한국인 멤버가 모르는 단어까지 안다.

사투리를 배운다.

원이 어머니와 이야기한다.

거제를 외친다.

그리고 일본인이라는 정체성도 그대로 남아 있다.

안원잘부에서는 일본의 갸루 문화를 가지고 논다.

즉 일본적인 것을 버려서 한국인이 된 것이 아니다.

일본인인데 한국문화까지 너무 많이 흡수한 것이 캐릭터가 됐다.

이 차이가 중요하다.


‘한국인이 됐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여기에서는 선을 하나 그어야 한다.

미나미를 두고 정말 한국인이 됐다고 말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 사람은 일본인이고,

일본에서 자랐으며,

일본 문화도 자기 캐릭터의 중요한 부분이다.

‘한국인보다 한국인 같다’는 표현 역시 실제 국적이나 정체성을 말하는 게 아니라

한국어와 생활문화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는지를 두고 하는 예능적 표현이다.

반대로 하니의 한국어에 작은 어색함이 있었다고 해서 한국문화에 덜 적응했다는 뜻도 아니다.

하니는 2024년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한국어로 자신의 경험을 설명하면서 한국에서 지내며 배운 예의문화까지 직접 언급할 정도로 한국사회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출처링크: NME)

두 사람의 숙련도를 평가하려는 이야기가 아니다.

대중 앞에서 캐릭터가 형성된 방식의 차이를 보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조차 뉴진스와 리센느 전체의 성장방식과 닮았다

여기가 제일 재미있다.

하니의 외국인 캐릭터는 뉴진스의 방식과 닮았다.

억지로 웃기려고 만들어내지 않는다.

그냥 하니라는 사람이 있고,

사람들이 그 안에서 귀여운 말투와 행동을 발견한다.

사람들이 찾아와 캐릭터를 발견했다.

뉴진스가 그랬다.


미나미의 경우는 리센느와 닮았다.

안원잘부에 나왔다.

갸루가 됐다.

원이와 붙었다.

거제로 갔다.

사투리가 붙었다.

외부 예능에 나왔다.

캐릭터가 계속 확장됐다.

캐릭터를 들고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나갔다.

리센느가 그랬다.

외국인 멤버 하나를 봐도

팀 전체의 성장방식이 그대로 보인다.


뉴진스에서는 외국이 팀 안으로 들어왔다

하니와 다니엘 때문에 뉴진스에는 자연스럽게 호주가 있었다.

영어가 있었다.

해외에서 자란 세대의 문화가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뉴진스라는 한 공간 안에서 섞였다.

하니가 NME에 이야기했듯,

자신의 어머니가 듣던 1990~2000년대 음악과 호주에서 접했던 문화가 뉴진스의 Y2K 감각과 연결되기도 했다.

(출처링크: NME)

그래서 뉴진스의 국제성은

외국의 감각이 뉴진스 안으로 들어오는 방식에 가까웠다.


리센느에서는 외국인이 한국의 지방까지 내려갔다

미나미의 방향은 반대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왔다.

서울에 왔다.

리센느를 만났다.

거제 출신 원이를 만났다.

원이 어머니와 친해졌다.

경상도 말을 배웠다.

거제라는 도시가 캐릭터에 들어왔다.

그러니까 이동 방향만 써도 이렇다.

하니 : 멜버른의 문화를 뉴진스로 가져옴

미나미 : 일본에서 출발해 한국의 지역문화 안쪽까지 들어감

또 서로 반대로 움직인다.


그래서 하니는 영어를 할 때도 하니였고, 미나미는 사투리를 할 때도 미나미다

외국인 멤버가 현지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해야만 사랑받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건 사람이 보이는가다.

하니는 완벽하지 않은 한국어 표현이 나오는 순간까지 사람들에게 기억됐다.

미나미는 너무 깊게 배운 한국어 때문에 사람들이 웃는다.

한 사람은

“저 표현 하니답다.”

가 되고,

한 사람은

“도대체 일본인이 저걸 왜 알아?”

가 된다.

반대 방향인데 둘 다 성공적인 캐릭터다.


그리고 둘 다 외국인이라는 틀 밖으로 나갔다

사실 이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소개가 필요하다.

“호주에서 온 하니입니다.”

“일본에서 온 미나미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멤버를 오래 보다 보면 국적은 수많은 특징 가운데 하나로 내려간다.

하니는 하니다.

미나미는 미나미다.

하니를 좋아하는 이유가 베트남계 호주인이기 때문만은 아니고,

미나미를 좋아하는 이유가 일본인이기 때문만도 아니다.

말투,

표정,

관계,

노래,

행동,

그리고 수없이 쌓인 작은 사건들이 사람 하나를 만든다.

이것 역시 뉴진스와 리센느가 대중에게 성공한 방식과 닮았다.

처음에는 콘셉트로 들어오지만,

결국 사람 때문에 남는다.


낯섦을 남긴 하니, 낯섦을 뒤집은 미나미

그래서 두 사람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하니는 외국에서 온 사람의 낯섦을 매력으로 남겼고, 미나미는 그 낯섦을 너무 깊은 한국화로 뒤집어버렸다.

한쪽에서는 조금 서투른 단어 하나가 캐릭터가 됐다.

다른 한쪽에서는 한국인도 모르는 단어를 아는 것이 캐릭터가 됐다.

한쪽은 호주의 감각을 한국으로 가져왔다.

다른 한쪽은 일본에서 와서 거제까지 내려갔다.

그리고 역시나,

둘 다 전혀 다른 방향으로 걸었는데

도착한 곳은 비슷했다.

아이돌을 잘 모르는 사람도 얼굴과 캐릭터를 기억하는 외국인 멤버.

뉴진스와 리센느를 비교하면 계속 이런 일이 생긴다.

비슷한 조건을 하나 찾았다고 생각하면,

내용은 정반대다.

그리고 정반대라는 것을 들여다보면,

마지막에는 또 이상하게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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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 블로그쇼 필자 툰드라 프로필
글: 툰드라 · 일간 블로그쇼일간 블로그쇼 호스트

이것저것 궁금해하고, 굳이 찾아보고, 생활의 묘한 구석을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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