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의 시간은 인간의 시간과 다르다.
남은시간 20분.
그렇구나.
10분.
곧 끝나겠네.
3분.
빨래 널 준비를 한다.
1분.
여기서 시간이 멈춘다.
분명 1분인데 화장실 갔다 와도 1분이다.
물을 한 잔 마셔도 1분이다.
가끔 세탁기 앞에 서 있으면 아인슈타인이 왜 시간에 관심을 가졌는지 조금 이해될 것 같다.
사실 세탁기가 거짓말하는 것은 아니다
표시되는 남은시간은 대부분 처음부터 확정된 카운트다운이 아니다.
현재 빨래 양과 물 상태, 코스, 탈수 상태 등을 보고 계산한 예상시간에 가깝다.
세탁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숫자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문제는 마지막 탈수다.
빨래가 한쪽으로 몰리면 다시 정리한다
젖은 수건이나 청바지가 한쪽에 몰리면 세탁조가 빠르게 회전할 때 심하게 흔들릴 수 있다.
세탁기는 이 상태로 무작정 최고속도로 돌지 않는다.
속도를 낮추거나
빨래를 다시 풀고
균형을 맞춘 뒤
탈수를 다시 시도한다.
우리는 밖에서 숫자만 본다.
1분.
세탁기 안에서는 회의가 열렸다.
“이 상태로 돌면 안 되겠다.”
회의 끝날 때까지 1분은 계속 1분이다.
배수도 시간에 들어간다
제조사 설명서를 보면 탈수 표시시간에는 실제 고속회전뿐 아니라 배수나 정지 과정 등이 포함될 수 있다.
물 빠지는 속도가 느리거나 거품이 많으면 예상보다 오래 걸릴 수도 있다.
세탁기가 갑자기 시간개념을 잃어버린 게 아니다.
상황을 보고 계속 도착예정시간을 수정하는 것이다.
내비게이션과 비슷하다.
목적지까지 10분.
길 막힘.
12분.
사고 발생.
15분.
세탁기에도 교통체증이 있다.
빨래가 한쪽으로 몰릴 뿐이다.
그래서 1분이 오래 걸린다고 바로 고장은 아니다
가끔 한두 번 늦어지는 것은 정상적인 동작일 수 있다.
다만 매번 탈수를 반복하고 심하게 흔들리거나 오류가 뜬다면 빨래 양이나 설치수평, 배수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결국 세탁기 남은시간 1분은 우리가 생각하는 정확한 60초라기보다 현재 상태를 반영한 예상치에 가깝다.
정확히는 이런 뜻에 가깝다.
아무 문제 없으면 대충 1분 남았습니다.
가전제품도 사회생활을 오래 하더니 말을 조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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