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휴대폰 요금표를 보면 지금과 아예 다른 물건처럼 느껴진다.
당시 SK텔레콤 표준요금은 기본료가 월 1만5천원 수준이었고 통화료는 10초당 21원이었다.
전화를 안 해도 기본료를 내고
전화를 많이 하면 많이 낸다.
아주 정직하다.
그리고 무섭다.
30분 통화하면 몇 분인지 생각하는 게 아니라 10초가 몇 개인지 계산해야 한다.
옛날 휴대폰은 시계가 돈을 먹었다
통화하다 보면 화면에 시간이 올라간다.
3분.
7분.
12분.
그 숫자가 사실상 택시미터였다.
문자도 돈이었다.
사진이 들어간 문자도 돈이었다.
무선인터넷은 더 무서웠다.
잘못 들어가면 화면 몇 장 보는데도 요금 걱정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휴대폰 안에 조그만 카지노가 들어 있었던 셈이다.
버튼 하나 잘못 누르면 돈이 나갔다.
지금은 과금의 중심이 완전히 달라졌다
요즘 주요 스마트폰 요금제를 보면 음성과 문자는 기본 제공되고 데이터 용량을 기준으로 가격이 갈린다.
전화 한 시간을 해도
카톡을 백 개 보내도
비용이 바로바로 올라가는 느낌이 없다.
대신 데이터가 몇 GB인지 본다.
10GB.
30GB.
100GB.
무제한.
과금의 중심이 목소리에서 인터넷으로 완전히 옮겨갔다.
여기에 물가까지 생각하면 더 재미있다.
2002년의 1만5천원과 2026년의 1만5천원은 같은 돈이 아니다.
그래서 기본료 숫자만 보고
“옛날 휴대폰이 훨씬 쌌네.”
라고 하면 틀릴 수 있다.
당시에는 기본료 위에 통화료가 계속 올라갔다.
지금은 5만~8만원 요금제가 비싸 보이지만 거기에 통화, 문자, 수십 GB 데이터가 포함된다.
반대로 휴대폰을 거의 쓰지 않는 사람에게는 지금도 비싼 요금제가 필요 없다.
알뜰폰까지 들어가면 이야기는 또 바뀐다.
가장 크게 바뀐 건 요금보다 행동인지도 모른다.
옛날에는 전화가 길어지면 돈이 걱정됐다.
지금은 배터리가 걱정된다.
옛날에는 문자 한 통에 할 말을 압축했다.
지금은 단체방에 이모티콘 하나 보내고 다시 하나 보낸다.
통신비는 단순히 싸졌다 비싸졌다고 말하기 어렵다.
대신 확실한 건 있다.
옛날 휴대폰은 사용한 만큼 돈을 냈고
지금 휴대폰은 쓸 수 있는 만큼 미리 돈을 낸다.
요금표가 바뀌면서 사람 쓰는 법도 같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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