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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은 왜 아직도 술집에서 하는가

퇴근 뒤 한국 식당에서 대화하는 직장 동료들

회사에서 같이 일한다.

하루 종일 봤다.

회의도 했다.

점심도 같이 먹었다.

퇴근 시간이 되면 이제 각자 집에 가면 될 것 같은데 가끔 회사는 중대한 결정을 내린다.

오늘은 더 보자.

회식이다.

그리고 높은 확률로 술집에 간다.

여덟 명이 카페에 가서 세 시간 이야기하면 조금 이상하다.

식당에서는 밥을 다 먹으면 다음 손님이 기다린다.

영화관은 대화를 못 한다.

당구장은 당구를 쳐야 한다.

술집은 다르다.

여러 명이 두세 시간 앉아 계속 이야기해도 크게 이상하지 않다.

안주를 추가하면 체류시간도 자연스럽게 길어진다.

회사가 여러 명을 한 장소에 오래 묶어놓기에 꽤 적합한 공간이다.

술은 대화도 조금 싸게 만든다.

평소 회사에서

“부장님 그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라고 말하기 어려운 사람이 소주 두 잔 뒤에는

“근데 그건 좀 아니지 않습니까?”

정도까지 갈 수 있다.

직급 사이의 벽이 일시적으로 낮아진다.

물론 다음날 벽은 다시 올라온다.

가끔 어제 뚫어놓은 구멍까지 막혀 있다.

술이 조직문화를 좋게 만든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술을 못 마시는 사람이나 일찍 귀가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아주 불편한 문화가 될 수 있다.

다만 한국 회사가 오랫동안 술자리를 관계 형성 도구로 써온 데에는 이런 편의성이 있었다.

예전처럼 1차 고기, 2차 호프, 3차 노래방까지 끌고 가는 회식문화는 많이 약해졌다.

사람들도 싫어한다.

회사의 저녁보다 자기 저녁이 중요해졌다.

그래도 회식 자체가 없어지지 않는 한 술집이라는 형식은 꽤 오래 남을 것 같다.

음식이 있고.

여럿이 앉을 수 있고.

떠들어도 되고.

늦게까지 있고.

인당 비용 계산도 쉽다.

이 조건을 동시에 만족하는 공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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