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한.
한국어 가운데 마음을 가장 편안하게 만드는 단어 중 하나다.
무한리필.
무료배송.
데이터 무제한.
이런 말을 보면 인간은 계산을 멈춘다.
아무리 써도 된다는 뜻 같기 때문이다.
그런데 통신사 요금표를 자세히 보면 무제한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내 휴대폰에서 무제한과 다른 기기까지 무제한은 다르다
휴대폰에서 사용하는 데이터가 무제한인 요금제라도 테더링과 데이터공유에는 별도 한도가 붙을 수 있다.
현재 SK텔레콤의 일부 요금제만 봐도 그렇다.
베스트 89 요금제는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 데이터는 무제한이지만 테더링·공유 데이터는 60GB로 별도 한도가 정해져 있다.
휴대폰에서는 계속 쓸 수 있어도
노트북을 핫스팟으로 연결하거나 다른 기기와 데이터를 나눠 쓰는 조건은 다르다.
무제한 통장 옆에 작은 지갑 하나가 있는 셈이다.
‘소진 후 속도제한’도 사실상 무제한 상품이다
또 다른 방식도 있다.
일정량의 고속 데이터를 제공하고 다 쓰면 정해진 속도로 계속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상품이다.
데이터 자체는 끊기지 않는다.
대신 속도가 달라진다.
5Mbps라면 영상과 일반 웹 사용이 가능한 경우가 많지만 대용량 다운로드나 고화질 사용이 많으면 체감이 생긴다.
1Mbps나 그보다 낮아지면 사용감은 더 크게 달라진다.
같은 무제한이라는 단어 아래에서도 실제 사용경험은 꽤 다를 수 있다.
그래서 무제한이라는 글자만 보면 안 된다
요금제를 볼 때 나는 네 가지만 보면 된다고 생각한다.
고속 데이터가 몇 GB인가.
다 쓰면 속도가 몇 Mbps인가.
테더링 한도는 얼마인가.
데이터쉐어링은 같은 한도를 쓰는가.
이 네 줄을 보면 거의 끝난다.
예전에는 휴대폰 요금이 통화를 몇 분 했느냐의 문제였다.
지금은 데이터는 무제한인데 어디에서 쓰느냐를 계산한다.
기술은 발전했지만 요금표 읽기는 별로 발전하지 않았다.
무제한이라는 말이 거짓말은 아니다.
단지 작은 글씨가 아주 부지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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