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비게이션을 켜면 가끔 이런 선택지가 나온다. 고속도로 1시간 40분, 통행료 6,000원. 무료도로 2시간 5분, 통행료 0원.
6,000원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25분 더 가고 6천원을 아끼면 괜찮은 거래 같기도 하다.
그런데 무료도로는 무료가 아니다. 통행료가 없을 뿐이다.
무료도로도 공짜는 아니다
비교하려면 세 가지를 돈으로 바꿔야 한다. 추가 연료, 추가 시간, 추가 피로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가 100km, 국도가 115km라고 해보자. 차의 실제연비를 고속도로 17km/L, 국도 14km/L로 가정하고 휘발유를 리터당 1,860원으로 잡아보면 계산이 달라진다.
고속도로 연료는 약 5.88L, 약 1만940원.
국도 연료는 약 8.21L, 약 1만5,270원.
연료비에서 이미 국도가 약 4,300원 더 든다. 고속도로 통행료가 6,000원이면 실제 금액 차이는 1,700원 정도로 줄어든다.
25분의 시간값까지 넣으면 답이 달라진다
여기에 25분의 시간이 붙는다.
시간을 돈으로 환산하는 게 싫을 수도 있다. 그런데 출퇴근이나 장거리 이동에서는 시간도 분명 비용이다. 시급 1만원으로 아주 보수적으로 잡아도 25분은 약 4,167원이다. 그러면 ‘6천원 아끼려고 국도’가 오히려 총비용이 더 커진다.
물론 반대 경우도 있다. 두 길의 거리가 거의 같고, 국도가 신호 없는 자동차전용도로에 가깝고, 고속도로가 심하게 막히면 국도가 낫다. 그래서 국도냐 고속도로냐는 도로 이름으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실제 거리와 예상시간으로 결정해야 한다.
국도의 또 다른 비용은 가감속이다. 신호등, 회전교차로, 시가지, 앞차, 보행자 구간이 반복되면 연비가 떨어진다. 고속도로에서 일정 속도로 달릴 때보다 브레이크와 타이어도 더 많이 쓸 수 있다.
반대로 고속도로도 정체되면 장점이 사라진다. 휴일 귀성길처럼 평균속도가 30~40km/h까지 떨어지면 연비와 시간 모두 나빠진다. 그때는 통행료까지 내면서 막히는 길이 되는 셈이다.

나는 톨비를 맨 마지막에 본다
그래서 나는 경로를 볼 때 톨비를 맨 마지막에 본다.
첫째 예상시간 차이.
둘째 총거리 차이.
셋째 내 차의 해당 도로 실연비.
넷째 통행료.
이 네 개를 놓고 계산한다.
간단한 공식도 있다.
무료도로 추가비용 = 추가연료비 + 추가시간가치.
이 값이 통행료보다 작으면 국도가 경제적일 가능성이 있다. 크면 고속도로가 낫다.
예를 들어 국도가 20km 더 길고 연비가 나쁘다면 톨비 5천원 아끼는 건 금방 사라진다. 반대로 국도가 고속도로와 거리 차이 3km, 시간 차이 5분뿐인데 통행료가 8천원이라면 국도가 꽤 매력적이다.
여행에서는 풍경이라는 변수도 있다. 바닷길이나 드라이브 자체가 목적이면 30분 더 걸리는 국도가 손해가 아니다. 반대로 퇴근 후 집에 가는 길이라면 30분은 꽤 비싸다.
즉 같은 경로도 목적에 따라 답이 바뀐다.
한국도로공사 통행요금 조회와 내비게이션의 거리·시간을 같이 보면 계산이 어렵지 않다. 오피넷에서 현재 유가를 넣으면 더 정확하다.
특히 연간 반복되는 경로라면 한 번 계산할 가치가 있다. 출퇴근길에서 하루 3천원 차이는 한 달이면 6만원, 1년이면 수십만원이다. 반대로 하루 15분 더 쓰면 1년에 수십 시간이 된다.
사람은 이상하게 통행료 5천원에는 예민하면서 30분에는 관대하다. 통장에서 바로 빠지는 돈은 보이고, 시간은 영수증이 없어서 그렇다.
고속도로와 국도를 고를 때는 톨게이트 앞의 0원만 보지 말자. 도착했을 때 내 통장과 시계에 뭐가 남았는지를 같이 봐야 한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