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간대구
일간 블로그쇼 홈으로

〈두 개의 시간〉 ⑨ 뉴진스의 문화적 향수와 리센느의 생활적 향수

Y2K 물건의 방과 동네 사람의 흔적이 남은 방을 나눈 VHS 정물

〈두 개의 시간〉 10편 시리즈 · ← 이전 편 · 다음 편 →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편 · 10편

이상한 일이다.

뉴진스 멤버들은 2004년에서 2008년 사이에 태어났다.

리센느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태어났을 무렵 어떤 사람들은 이미 대학생이었고, 군대를 갔고,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30대와 40대, 심지어 50대까지 이 어린 걸그룹을 좋아한다.

물론 아이돌을 좋아하는 데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고 하면 그만이다.

좋은 노래를 좋아하는 데에는 주민등록번호가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뉴진스와 리센느는 조금 이상하다.

단순히 음악이 좋아서 듣는다는 것 외에,

이들을 보고 있으면 자꾸 옛날 생각이 난다.

그런데 그 옛날을 불러오는 방법이 전혀 다르다.

뉴진스는 우리가 예전에 보고 듣고 사용하던 것들을 가져왔다.

리센느는 우리가 예전에 사람들과 살아가던 방식을 자꾸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이렇게 한번 불러보고 싶다.

뉴진스는 문화의 노스탤지어.

리센느는 생활의 노스탤지어.


뉴진스를 좋아한 30·40대는 실제로 있었다

이건 단순한 느낌만은 아니다.

뉴진스가 한창 떠오르던 2023년, 연합뉴스는 아예 30·40대의 뉴진스 ‘입덕’ 현상을 따로 다뤘다.

당시 대중음악평론가들은 뉴진스가 기존 K팝의 복잡한 세계관이나 강한 퍼포먼스 대신 비교적 친숙한 멜로디와 따라가기 쉬운 감각을 보여줬고,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Y2K 스타일이 30대 이상에게 익숙함과 향수를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출처링크: 연합뉴스)

뉴진스 본인들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하니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의 스타일을 다시 가져오는 것이 자기 부모 세대와도 연결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자신 역시 어머니가 젊을 때 들었던 음악을 함께 들으며 자랐다고 했다.

(출처링크: NME)

그러니까 이건 애초부터 묘한 세대교차였다.

아이들은 자기들이 태어나기 전이나 아주 어렸을 때의 문화를 재현한다.

그런데 그 문화를 실제로 살았던 어른들은

“어? 저거 내가 알던 건데.”

하고 반응한다.


뉴진스의 복고는 ‘박물관’ 같지 않았다

복고는 잘못하면 촌스럽다.

“여러분, 1998년입니다.”

하고 소품을 늘어놓는다고 사람이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뉴진스의 영리한 부분은 옛것을 그대로 복원하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

Y2K 패션.

90년대와 2000년대 R&B 감성.

캠코더.

낡은 화면비.

학교.

교복.

CD.

오래된 컴퓨터 그래픽 같은 디자인.

이런 것을 가져왔는데,

결과물은 이상하게 2020년대의 최신 음악이었다.

그래서 10대에게는 새것이고,

30·40대에게는 익숙했다.

연합뉴스가 당시 뉴진스를 ‘뉴트로’ 성공 사례로 다룬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거를 경험한 세대의 기억과, 그 시대를 처음 접하는 젊은 세대의 신선함을 동시에 건드렸다는 것이다.

(출처링크: 연합뉴스)


〈Ditto〉를 보면 왜 어른들이 이상해지는지 알 수 있다

〈Ditto〉를 떠올려보자.

학교다.

교복 입은 아이들이 있다.

누군가는 캠코더를 들고 친구들을 찍는다.

영상은 지금 스마트폰으로 찍은 것처럼 지나치게 선명하지 않다.

시간이 조금 잘못된 것 같다.

그런데 그 어색한 화질 때문에 오히려 기억처럼 보인다.

200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사람이 보면 굳이 자신의 학교가 아니어도 된다.

‘내가 알던 시절’의 질감이 있다.

복도.

운동장.

친구.

캠코더.

겨울.

기억 속에서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잊어버렸는데,

그때의 공기만 남아 있는 것 같은 느낌.

뉴진스가 파는 것은 그래서 단순한 Y2K 패션만이 아니었다.

기억의 질감이었다.


그런데 리센느는 이상하다

리센느는 처음부터 복고 걸그룹이 아니었다.

2000년대 교복을 재현한 것도 아니고,

옛날 캠코더를 팀의 중심 콘셉트로 사용한 것도 아니다.

노래 역시 뉴진스와는 꽤 다르다.

그런데 2026년 리센느를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옛날 생각이 난다.

왜 그럴까.

이 부분부터는 통계로 증명된 사실이 아니라 이 글의 가설이다.

다만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있다.

리센느 멤버들은 실제 인터뷰에서 자신들을 알아보는 연령대가 매우 넓어졌다고 말했다.

원이는 초등학생까지 자신들을 알아본다고 했고,

미나미는 50대 ‘삼촌 팬’도 생겼다고 말했다.

(출처링크: 스타뉴스)

왜 50대까지 리센느를 좋아하게 됐는지에 대한 조사는 아직 없다.

그런데 그들의 콘텐츠를 보고 있으면 하나의 가능성이 보인다.


리센느에는 ‘서울 아닌 곳’이 너무 많이 나온다

요즘 K팝에서 장소는 대체로 서울이다.

성수동.

청담동.

한강.

고급 스튜디오.

예쁜 카페.

세계적인 도시를 배경으로 한 뮤직비디오.

그런데 리센느 이야기를 하다 보면 느닷없이

거제가 튀어나온다.

원이의 고향이다.

원이 본인은 거제에서 나고 자랐으며, 어릴 때는 거제가 시골처럼 느껴져 싫었던 적도 있지만 서울에서 살고 나서야 고향의 좋은 점을 다시 느꼈다고 이야기했다.

(출처링크: 거제시 인터뷰)

그리고 일본인 미나미가 거기에 들어간다.

갸루 차림으로.

“거제 야호”를 외친다.

원이의 학교에 가고,

동네를 돌아다니고,

거제 사람들이 알아본다.

2026년에는 아예 원이와 미나미가 거제를 돌아다니는 콘텐츠까지 만들어졌다.

(출처링크: 스타뉴스)

별것 아닌데 이게 묘하다.


어른들에게 ‘고향’이라는 것은 조금 다른 단어다

스무 살에게 고향은

“부모님 계신 곳.”

정도일 수 있다.

그런데 마흔이 넘어가면 의미가 조금 달라진다.

없어진 문방구가 있고,

재개발된 골목이 있고,

연락 끊긴 친구가 있고,

돌아가신 사람이 있고,

다시는 열일곱 살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까지 들어간다.

그래서 거제라는 구체적인 지명이 중요하다.

꼭 거제 출신일 필요도 없다.

통영이어도 되고,

안동이어도 되고,

삼천포여도 되고,

구미나 대구 변두리여도 된다.

서울이 아닌 자기 동네에서 버스를 타고 학교에 다니던 기억.

원이의 이야기가 건드리는 것은 그런 종류의 감정일 수도 있다.


뉴진스가 ‘그때 물건’을 보여준다면 리센느는 ‘그때 사람’을 보여준다

이 차이가 흥미롭다.

뉴진스를 보면 이런 기억이 난다.

나도 저런 CD플레이어 있었는데.

나도 캠코더로 친구 찍었는데.

저런 옷 유행했었는데.

저런 노래 많이 들었는데.

물건과 문화가 기억을 연다.

반대로 리센느를 보면 이런 식이다.

우리 동네에도 저런 언니 있었는데.

예전에는 친구 엄마랑도 저렇게 이야기했는데.

동네 형들이 운전 가르쳐주고 그랬는데.

서울 올라온 친구가 고향 이야기하면 저런 느낌이었는데.

사람과 관계가 기억을 연다.


이선민과 유영우가 왜 리센느 이야기에서 중요한가

앞편에서 다뤘던 이선민과 유영우도 그래서 다시 등장한다.

두 사람이 원이에게 운전을 가르치던 〈나의 연수 아저씨〉는

거대한 K팝 프로젝트처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제목부터

동네 아저씨 둘이 조카 같은 애 운전 가르치는 이야기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된다.

놀리고,

잔소리하고,

웃고,

사고 칠까 걱정하고,

나중에는 ‘원이 삼촌’ 같은 관계가 만들어진다.

누가 이 관계를 처음부터 거대한 브랜딩 전략으로 계산했다고 보기 어렵다.

사람들이 붙다 보니 이야기가 생겼다.

바로 이 계획되지 않은 인간관계의 냄새가 리센느 콘텐츠에 많이 남아 있다.


요즘 세상에서는 오히려 이런 관계가 희귀하다

지금은 연락 하나 보내는 것도 쉽다.

친구가 해외에 있어도 영상통화를 한다.

길은 내비게이션이 알려주고,

맛집은 알고리즘이 알려주고,

모르는 사람에게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다.

편해졌다.

그런데 편해진 만큼 사라진 것도 있다.

누군가에게 운전을 배우고,

친구 엄마와 친해지고,

동네 형과 밥을 먹고,

별 목적 없이 남의 동네에 놀러 가고,

사투리 흉내 내다가 웃는 관계.

리센느의 콘텐츠에서는 이상하게 그런 것들이 자꾸 나온다.

그래서 아주 최신형 유튜브 콘텐츠를 보고 있는데,

느낌은 가끔 옛날 예능이나 동네 이야기처럼 난다.


그리고 거기에 일본이 들어온다

여기서 ‘일본’이라는 나라 자체를 모든 어른에게 향수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건 너무 넓은 일반화다.

하지만 미나미가 가져오는 갸루와 2000년대 일본 대중문화의 이미지는 분명 특정 세대에게 익숙한 기억을 건드릴 수 있다.

한국에서 1990년대 말과 2000년대를 보낸 사람이라면

일본 패션잡지,

J-POP,

일본 드라마,

애니메이션,

갸루 문화 같은 것을 직간접적으로 접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런데 2008년생 일본인 미나미가 2026년 한국에서 갸루를 하고,

거제 사투리를 배우고,

한국인 원이와 돌아다닌다.

시대가 뒤섞인다.

옛날 일본의 이미지와 지금 한국의 지방도시가 한 화면에 같이 나온다.

묘하게 ‘기억에는 있는데 현실에는 없던 풍경’이 만들어진다.


결정적으로 리센느는 2008년의 노래까지 다시 불렀다

그리고 2026년 7월 리센느는 카라의 〈Pretty Girl〉을 리메이크했다.

원곡이 나온 해는 2008년이다.

(출처링크: Soompi)

재미있는 건,

리센느 막내라인 메이와 제나 역시 2008년생이라는 점이다.

자기들이 태어난 해에 나온 노래를,

열여덟 살이 돼 다시 부른 셈이다.

그런데 이 리메이크는 단순한 추억팔이에 그치지 않았다.

〈Pretty Girl〉은 2026년 음악방송에서 여러 차례 1위를 했고, MBC 〈쇼! 음악중심〉에서는 트리플 크라운까지 기록했다.

(출처링크: Soompi)

2008년의 카라를 기억하는 사람에게는 추억이고,

2008년에 태어난 리센느 팬에게는 완전히 새 노래일 수도 있다.

세대가 겹친다.

이쯤 되면 리센느 역시 자신도 모르게 노스탤지어의 한복판으로 들어온다.


그런데 두 그룹의 향수는 작동하는 장소가 다르다

그래서 한번 나눠보자.

뉴진스의 노스탤지어

음악. 패션. 영상. 캠코더. Y2K. 90년대 R&B. 2000년대 소품.

문화적 기억이다.


리센느의 노스탤지어

고향. 사투리. 동네. 삼촌. 친구 엄마. 운전 연수. 일본인 친구. 작은 회사 사람들이 같이 버티는 모습.

생활의 기억이다.

물론 이것은 정확하게 측정된 팬덤 연구 결과가 아니다.

이 글이 두 팀을 보며 세운 해석이다.

하지만 두 그룹을 연달아 보고 있으면 계속 이 차이가 눈에 들어온다.


뉴진스는 과거를 아주 세련되게 만들었다

뉴진스의 세계에는 과거가 등장하지만

촌스럽지 않다.

오히려 과거를 너무 예쁘게 다시 포장해서

“내 기억도 저렇게 예뻤나?”

싶게 만든다.

실제 우리의 2002년은 그렇게 아름답지 않았다.

화질 나쁜 디카 사진에는 빨간 눈이 찍혔고,

MP3 파일 이름은 엉망이었고,

인터넷은 느렸고,

패션도 지금 보면 이상한 것이 많았다.

하지만 기억이라는 것은 원래 편집된다.

별것 아닌 날은 사라지고,

좋았던 장면 몇 개만 남는다.

뉴진스는 마치 그 편집이 끝난 기억을 보여준다.


리센느는 과거를 별로 예쁘게 만들지 않는다

원이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고향을 떠나 서울에 왔다.

작은 회사라서 기회가 부족했다.

음악방송 무대도 마음대로 잡히지 않았다.

한강에서 버스킹도 했다.

초등학교 운동회 같은 작은 행사도 다녔다고 말했다.

(출처링크: K-Culture Radar)

대표가 처음부터 거대한 성공 신화를 들고 등장한 것도 아니다.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붙었다.

유튜브를 하고,

운전을 배우고,

동생들이 나오고,

동네 이야기를 하고,

그러다가 밈 하나가 터졌다.

이쪽은 아름답게 복원된 과거라기보다

우리가 실제로 살던 옛날의 너저분함과 조금 닮았다.

일이 계획대로 안 되고,

돈이 부족하고,

사람에게 부탁하고,

아는 사람이 또 다른 사람을 소개해주고,

그러다가 어느 날 일이 풀린다.


뉴진스는 ‘그때’를 그리워하게 하고, 리센느는 ‘그때의 나’를 생각하게 한다

이 차이는 꽤 크다.

뉴진스의 〈Ditto〉를 보면

그때가 좋았지.

라는 생각이 날 수 있다.

리센느의 성장사를 보면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라는 생각이 날 수 있다.

하나는 시대를 기억하게 한다.

다른 하나는 그 시대를 살던 자기 자신을 기억하게 한다.


그래서 어린 아이돌을 보면서 자기 젊은 날을 본다

생각해보면 아주 이상하다.

뉴진스도 리센느도

우리가 그리워하는 시절을 제대로 살아본 적이 없다.

1998년을 모른다.

2000년을 모른다.

2002년 월드컵 때는 태어나지도 않았다.

2008년 카라의 〈Pretty Girl〉이 나왔을 때 리센느의 막내들은 갓 태어났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의 기억을 건드린다.

이것이 노스탤지어의 재미인지도 모른다.

꼭 직접 경험한 사람이 재현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경험하지 못한 세대가 다시 해석했을 때

기억이 낡은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이 된다.


그래서 뉴진스와 리센느가 전 세대로 퍼진 것일지도 모른다

다시 한번 선을 긋자.

리센느의 50대 팬이 반드시 거제 때문에 팬이 됐다는 자료는 없다.

뉴진스의 모든 30·40대 팬이 Y2K 향수 때문에 좋아한 것도 아니다.

좋은 노래 때문일 수 있고,

멤버가 좋아서일 수도 있고,

그냥 예뻐서 좋아할 수도 있다.

하지만 뉴진스의 중장년층 확장에 과거 가요 감수성과 Y2K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은 실제로 있었고, 리센느 역시 초등학생부터 50대까지 팬층이 넓어졌다는 멤버들의 증언이 있다.

(출처링크: 연합뉴스)

그리고 그 둘 사이를 설명하는 하나의 가설로

‘서로 다른 종류의 향수’를 놓아볼 수 있다.


뉴진스는 기억을 디자인했다

민희진과 뉴진스를 이야기할 때

계속 디자인이라는 말이 따라다닌 이유가 있다.

음악,

옷,

앨범,

사진,

영상,

폰트,

소품까지

같은 시대감을 향한다.

그래서 뉴진스의 노스탤지어는 매우 정교하다.

기억을 디자인한다.


리센느는 기억을 만들 생각이 없었는데 기억처럼 됐다

반대로 리센느는

‘중년 남성의 향수를 자극합시다’

같은 회의를 해서 거제를 만든 것이 아니다.

원이가 거제 출신이었을 뿐이다.

미나미가 일본인이었고,

둘이 웃기게 놀았고,

이선민과 유영우를 만났고,

윤성원 PD가 원이를 발견했고,

작은 회사 사람들이 살아남으려고 여기저기 움직였다.

그런데 그 결과가 묘하게 과거의 인간관계를 닮았다.

그래서 리센느의 향수는 설계된 것이라기보다

발견된 것처럼 보인다.


뉴진스는 우리가 듣던 노래를 닮았다

뉴진스의 음악을 처음 듣고

90년대와 2000년대의 R&B나 가요를 떠올린 사람들이 있었다.

실제로 음악평론가들도 1세대 아이돌 시절의 멜로디 감수성과 뉴진스 음악 사이의 연결점을 언급했다.

(출처링크: 연합뉴스)

그러면서도 완전히 새로웠다.

내가 아는 것 같은데

처음 듣는 음악.

그게 뉴진스였다.


리센느는 우리가 살던 사람들을 닮았다

리센느를 보고 있으면

노래보다 사람 이야기에서 과거가 튀어나온다.

서울로 올라온 지방 출신 아이.

그 친구의 일본인 친구.

친구 엄마와 친해진 친구.

운전 가르쳐주는 삼촌.

작은 회사 대표.

같이 고생한 직원.

자기 고향 이야기만 나오면 신나는 사람.

별것 아닌 농담 하나가 몇 달 동안 이어지는 관계.

이런 것은 특정 연도를 정확히 재현하지 않는다.

그런데 오히려 그래서 더 넓은 기억을 건드린다.

1970년생도 알 수 있고,

1980년생도 알 수 있고,

1990년생도 알 수 있다.

사람 사는 방식에는 시대보다 긴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서 앞선 이야기들이 하나로 합쳐진다

처음 우리는 두 그룹의 성공곡선을 봤다.

뉴진스는 시작부터 정상에 있었고,

리센느는 한참 아래에서 출발했다.

뉴진스는 세 번째 해에 멈추기 시작했고,

리센느는 세 번째 해에 달리기 시작했다.


뉴진스는 사람들이 찾아왔다.

리센느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갔다.


뉴진스에는 공식 리더가 없었지만 민지가 중심에 있었다.

리센느에는 원이라는 선명한 리더가 있었다.


뉴진스 뒤에는 처음부터 유명한 민희진과 거대한 HYBE, 그리고 방시혁이라는 이름이 있었다.

리센느 뒤의 꾸대표와 김혜수 이사, 윤성원 PD, 이선민과 유영우는 팀이 알려진 다음 하나씩 발견됐다.


하니는 외국에서 온 사람의 작은 낯섦까지 캐릭터가 됐다.

미나미는 일본에서 와 한국의 지방 사투리까지 들어가버리는 것이 캐릭터가 됐다.


음악에서도 그랬다.

뉴진스는 비웠다.

리센느는 채웠다.

뉴진스는 공기를 만들었고,

리센느는 그 안에 향을 뿌렸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기억까지 반대 방향으로 불러낸다.

뉴진스는 과거의 문화를 현재로 데려왔다.

리센느는 현재를 살아가는데 자꾸 과거의 생활이 보인다.


가장 닮았지만 가장 반대편에 있는 두 그룹

그래서 이 시리즈를 시작할 때 했던 말로 돌아간다.

뉴진스와 리센느는 닮았다.

다섯 명으로 시작했다.

맏언니는 2004년생이고,

막내라인은 2008년생이다.

자체 콘텐츠에서 이상할 정도로 재미있다.

팬덤 바깥까지 이름이 넘어갔다.

세 번째 활동 연도에 커다란 변곡점을 만났다.

그리고 어른들까지 이 어린 그룹을 알아본다.

그런데 하나씩 열어보면

전부 반대다.


어쩌면 그래서 우리가 이 둘을 계속 비교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똑같은 답을 내놓는 두 그룹이라면 굳이 비교할 필요가 없다.

비슷한 질문에

정반대의 답을 내놓는데,

마지막 결과만 묘하게 비슷하다.

그게 재미있다.


뉴진스 멤버들은 우리의 젊은 시절을 살아본 적이 없다.

리센느 멤버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우리는 스무 살 남짓한 이 아이들을 보면서

자꾸 자기 스무 살 때를 떠올린다.

아마 그것이 이 두 그룹이 단순한 ‘요즘 아이돌’에서 끝나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뉴진스는 우리가 듣던 노래를 닮았다.

리센느는 우리가 살던 사람들을 닮았다.

그리고 사람은,

자기가 사랑했던 노래와

자기가 사랑했던 사람을

생각보다 오래 잊지 못한다.


이 편에서 확인한 자료


다음 읽기: ← 이전 편 · 다음 편 →

전체 목차

일간 블로그쇼 필자 툰드라 프로필
글: 툰드라 · 일간 블로그쇼일간 블로그쇼 호스트

이것저것 궁금해하고, 굳이 찾아보고, 생활의 묘한 구석을 기록한다.

필자의 다른 글 보기 →

일간 블로그쇼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댓글 남기기

신문과 라디오를 든 소년을 그린 복고 신문 만화풍 RSS 구독 배너

많이 읽는 글

좋은 이야기가
좋은 하루를 만듭니다.

일간 블로그쇼
DAILYBLOGSHOW.BLOG

지난 호

일간 블로그쇼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