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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시간〉 ④ 민지와 원이: 중심을 지킨 맏언니와 문을 연 리더

중심을 붙드는 돌과 바깥으로 굴러가는 문을 표현한 종이 디오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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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같은 해에 태어났다.

그 정도까지는 별로 놀랍지 않다.

아이돌 몇 명을 모아놓으면 동갑이 하나쯤 있는 법이다.

그런데 생일을 보면 조금 이상해진다.

뉴진스 민지.

2004년 5월 7일.

리센느 원이.

2004년 5월 25일.

불과 18일 차이다. 민지는 뉴진스 원년 멤버 중 맏언니였고, 원이는 리센느의 맏언니이자 공식 리더다.

(출처링크: KBS World)

2004년 5월에 태어난 두 사람이 각자 다섯 명짜리 걸그룹의 가장 위에 섰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한쪽에는 리더가 없었고, 다른 한쪽에는 너무 확실한 리더가 있었다.


뉴진스에는 애초에 리더가 없었다

K팝 그룹에는 대개 자리가 있다.

리더.

메인보컬.

메인댄서.

센터.

막내.

그리고 팬들은 금세 그 질서를 이해한다.

뉴진스는 이것부터 조금 달랐다.

멤버별 공식 포지션을 강하게 나누지 않았고, 별도의 공식 리더도 두지 않았다.

2023년 NME가 뉴진스를 인터뷰하면서도 이 점을 따로 언급했다. 일반적인 K팝 그룹처럼 리더가 인터뷰를 주도하는 구조가 아니지만, 대화를 시작하자 맏언니인 민지와 하니의 자연스러운 리더십이 드러났다고 적었다.

(출처링크: NME)

이 표현이 꽤 정확하다.

민지는 리더가 아니다.

그런데 가끔 보고 있으면

“아, 맏언니구나.”

싶다.


민지는 앞으로 나와서 지휘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여기부터는 공식 직책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공개된 인터뷰와 자체 콘텐츠를 오래 보다 보면 생기는 캐릭터에 대한 관찰이다.

민지에게서 흔히 보이는 것은

“내가 리더니까 따라와.”

같은 움직임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에 가깝다.

누군가 말하면 듣고,

옆에서 상황을 정리하고,

조금 산으로 가면 다시 돌아오게 만들고,

동생이 말하기 어려워하면 기다린다.

그리고 꼭 필요한 순간에 한마디를 보탠다.

그래서 민지의 존재감은 이상하다.

화면의 모든 것을 먹어버리는 사람이 아닌데,

빠지면 팀의 무게중심이 조금 움직일 것 같은 사람이다.

NME 역시 공식 리더가 없는 뉴진스에서 민지와 하니가 자연스럽게 동생들을 돕는 모습을 짚었다.

(출처링크: NME)

직책이 사람을 리더로 만든 것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역할이 만들어졌다.


그런데 원이는 처음부터 ‘리더입니다’라고 말한다

리센느는 다르다.

원이의 프로필에는 그냥 적혀 있다.

Leader.

데뷔 직후 인터뷰에서도 원이는 자신을 “리센느의 맏언니이자 리더”라고 소개했고, 동생들이 힘들 때 도와주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출처링크: HELLOKPOP)

아주 전통적인 리더의 언어다.

그런데 원이를 조금 더 보면 문제가 생긴다.

이 사람이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엄숙하고,

침착하고,

뒷짐 지고 멤버들을 관리하는

그런 리더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카메라 앞에서는 자기가 먼저 뛰어든다.

본인이 먼저 망가지고,

사투리를 쓰고,

멤버를 놀리고,

놀림을 받고,

상황을 만들고,

결국 다른 멤버까지 끌어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와중에 팀의 방향은 놓치지 않는다.


민지가 팀 안의 중심이라면, 원이는 팀 밖의 출입구가 됐다

이 차이가 굉장히 재미있다.

민지의 역할은 뉴진스라는 다섯 명의 원 안에서 더 잘 보였다.

원이의 역할은 어느 순간 리센느 바깥에서 훨씬 커졌다.

2026년 2월.

원이는 그룹 공식 채널과 별도로 개인 유튜브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 이른바 ‘안원잘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이 채널에서 미나미와 찍은 영상이 터졌다.

‘거제 야호’가 나왔고,

원이와 미나미가 알려졌고,

사람들이 리센느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결국 이 흐름이 〈LOVE ATTACK〉 역주행까지 이어졌다. 리센느 역시 인터뷰에서 원이의 개인 채널에서 시작된 관심이 그룹 전체로 퍼진 과정을 설명했다.

(출처링크: 스타뉴스)

원이 한 사람의 캐릭터가

그룹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입구가 엄청나게 커졌다

안원잘부가 커지면서

원이 개인의 캐릭터는 그룹 유입경로가 됐다.

이 정도면 단순히

‘리더가 개인 예능 하나 잘했다’

수준이 아니다.

리센느를 잘 모르는 사람이

원이 → 미나미 → 다른 멤버 → 리센느 → 노래

순서로 들어오는

독립적인 통로 하나가 생긴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만든 사람이

팀의 맏언니이자 리더였다.

이건 민지와 상당히 다른 형태의 중심성이다.



민지는 가운데 서 있고, 원이는 앞에서 끌고 간다

조금 단순화해서 표현하면 이렇다.

민지

“같이 가자.”

원이

“야 일단 가자. 따라와.”

물론 실제 사람의 성격 전체를 두 문장으로 정의할 수는 없다.

하지만 두 그룹 안에서 보이는 역할은 묘하게 이렇게 갈린다.

민지는 조율형에 가깝다.

원이는 견인형에 가깝다.

민지는 팀 안에서 안정감을 만든다.

원이는 팀 밖에서 사건을 만든다.

민지는 자신이 전면에 나서지 않아도 중심처럼 보인다.

원이는 전면에 뛰어들어 팀 전체를 끌고 나온다.


더 재미있는 건 원이 혼자 뜨고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게 꽤 중요하다.

개인 콘텐츠가 크게 터지면 흔히 생기는 위험이 있다.

그 멤버만 유명해진다.

그룹 이름은 모르는데 얼굴 하나만 아는 상황.

그런데 안원잘부의 재미있는 점은 점차 다른 리센느 멤버들을 집어넣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미나미가 들어왔고,

리브와 메이가 들어왔고,

제나까지 각자의 캐릭터가 노출됐다.

즉 원이는

자기 인기를 독점하는 방향이 아니라, 자기 문을 통해 멤버를 계속 들여보내는 역할을 했다.

이건 리더라는 자리를 생각하면 꽤 재미있는 장면이다.


민지도 비슷한 일을 했지만 방법이 달랐다

뉴진스에서 민지가

‘내가 먼저 뜬 다음 멤버들을 데리고 나오겠다’

같은 역할을 했던 것은 아니다.

애초에 뉴진스는 데뷔부터 다섯 명이 하나의 묶음으로 크게 노출됐다.

따라서 민지에게 필요한 역할은 밖에서 관심을 끌어오는 것보다

다섯 명이 다섯 명으로 굴러가게 하는 것에 가까웠다.

뉴진스는 공식 리더를 두지 않았기 때문에 그 역할도 한 사람에게 독점되지 않았다.

NME 표현처럼 민지뿐 아니라 하니 역시 자연스럽게 리더십을 보였다.

(출처링크: NME)

그러니까 여기에도 두 그룹의 환경 차이가 보인다.

뉴진스에게는

리더 한 명이 팀을 끌고 가야 할 필요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시스템이 이미 컸고,

팀 전체가 처음부터 스타였고,

각 멤버에게 강한 관심이 붙었다.


리센느에게는 누군가 앞에서 문을 두드릴 사람이 필요했다

리센느의 상황은 달랐다.

2024년부터 2025년까지는

좋은 노래를 냈다고 해서 세상이 알아서 찾아와주지 않았다.

그래서 2026년 원이의 역할은 조금 이상한 형태로 커졌다.

보통 아이돌의 리더라면

연습실에서 멤버들을 이끌고,

인터뷰에서 대표로 답하고,

팀워크를 관리하면 충분하다.

원이는 거기에 하나가 더 붙었다.

영업.

물론 실제 회사 영업사원이라는 뜻은 아니다.

결과적으로는 원이가 밖에 나가 대중에게

“우리 좀 봐주세요”

라고 말하는 얼굴이 됐다는 뜻이다.

그리고 웃긴 콘텐츠 하나로 사람을 데려온 다음,

그 사람들에게 리센느를 보여줬다.


그래서 원이는 ‘리더’와 ‘예능인’을 동시에 해야 했다

이 두 역할은 생각보다 잘 안 어울린다.

리더는 권위가 필요한 것 같고,

예능인은 권위를 버려야 재미있다.

원이는 이상하게 둘을 같이 한다.

멤버들을 챙기는 맏언니인데,

카메라가 켜지면 동생들에게 가장 많이 공격당할 수 있고,

자기가 먼저 우스운 상황에 들어갈 수도 있다.

그래도 팀에서 중요한 이야기를 할 때는 다시 리더가 된다.

원이 자신은 데뷔 초부터 동생들이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출처링크: HELLOKPOP)

2026년 성공 이후에는 아예

“전 국민이 키우는 아이돌이 되고 싶다”

고 말한다.

(출처링크: 스타뉴스)

조용한 리더십과는 거리가 있다.

이 사람은 자꾸 판을 벌인다.


반대로 민지의 리더십에는 이름조차 없었다

이것이 둘의 가장 묘한 차이다.

원이는 리더라고 적혀 있다.

그러니 사람들이 원이의 행동을 보며

“역시 리더네.”

라고 생각할 수 있다.

민지는 처음부터 그 직책이 없다.

그래서 민지가 멤버를 챙기거나,

인터뷰 흐름을 잡거나,

동생을 기다리는 모습을 봐도

그냥

“민지가 저런 사람이구나.”

가 된다.

리더십이 역할이 아니라 성격의 일부처럼 보이는 것이다.

어쩌면 뉴진스가 공식 포지션을 강하게 나누지 않았던 방식과도 잘 맞는다.

누군가 한 명에게

‘너는 팀의 어른’

이라는 이름표를 붙이지 않는다.

필요한 사람이 필요한 순간에 나선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 결국 맏언니다

그래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민지 2004년 5월 7일.

원이 2004년 5월 25일.

18일 차이.

각자의 팀에서 가장 먼저 태어났고,

막내들은 모두 2008년생이다. 뉴진스의 원년 막내 혜인은 2008년생이고, 리센느에는 메이와 제나가 2008년생이다.

(출처링크: KBS World)

네 살 차이다.

스무 살 남짓한 사람이 고등학생 나이의 동생들과 팀을 이루고,

숙소에서 살고,

활동하고,

싸우고,

화해하고,

카메라 앞에서 한 팀처럼 보여야 한다.

직책이 있든 없든 맏언니가 느끼는 무게는 분명 있었을 것이다.


하나는 ‘리더 없는 팀’을 가능하게 했고, 하나는 ‘리더 있는 팀’을 보여줬다

그래서 민지와 원이를 놓고

누가 더 좋은 리더인가를 따지는 건 별 의미가 없다.

민지는 공식 리더가 아니다.

애초에 같은 종류의 역할도 아니다.

오히려 재미있는 것은 각자가 속한 팀의 구조가 둘에게 전혀 다른 것을 요구했다는 점이다.

뉴진스는 다섯 명이 비슷한 높이로 서 있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중심이 있어도

중심이라고 표시하지 않았다.

리센느는 무명에서 올라와야 했다.

누군가는 앞장서서 문을 열고,

사람을 끌어오고,

나머지 멤버들에게 관심을 넘겨줘야 했다.

그래서 중심이

아주 선명하게 보였다.


민지는 중심을 지켰고, 원이는 중심을 움직였다

결국 두 사람의 차이는 이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민지는 뉴진스 안에서 중심을 지켰고, 원이는 리센느의 중심을 들고 세상 밖으로 뛰어나갔다.

한 명은 리더가 아니었다.

그런데 리더처럼 보였다.

한 명은 리더였다.

그런데 우리가 알던 리더와는 조금 달랐다.

18일 차이로 태어난 두 맏언니.

한쪽은 처음부터 정상에 있던 다섯 명 사이에서 팀의 무게를 잡았고,

한쪽은 아무도 잘 모르는 다섯 명을 데리고 어떻게든 사람들의 시선 앞으로 걸어나왔다.

역시 여기에서도 뉴진스와 리센느는 묘하게 닮았다.

그리고 또 정확히 반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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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 블로그쇼 필자 툰드라 프로필
글: 툰드라 · 일간 블로그쇼일간 블로그쇼 호스트

이것저것 궁금해하고, 굳이 찾아보고, 생활의 묘한 구석을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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