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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시간〉 ③ 뉴진스는 기다렸고, 리센느는 사람들에게 찾아갔다

사람을 안으로 부르는 성과 사람들에게 나가는 시장을 그린 석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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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이 뜨는 오래된 방법이 있다.

노래를 낸다.

음악방송을 돈다.

예능에 나간다.

라디오에 나간다.

유튜브도 돈다.

뭐라도 하나 얻어걸릴 때까지 얼굴을 비춘다.

그런데 뉴진스는 처음부터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 이상한 팀이었다.

그리고 리센느는 정반대였다.

뭐라도 해야 했다.

사람들이 뉴진스를 찾아오던 시대와, 리센느가 사람을 찾아다녀야 했던 시대.

두 팀의 차이는 음악보다 어쩌면 여기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뉴진스는 굳이 문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었다

먼저 하나 바로잡고 가자.

뉴진스가 외부 예능에 아예 출연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2023년에는 아이유의 〈팔레트〉에도 완전체로 출연했다. 해당 영상은 70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출처링크: YouTube 원영상)

2024년에는 KBS 〈1박 2일〉에도 나갔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데뷔가 2022년인데 지상파 정통 예능 첫 출연이 2024년 6월의 〈1박 2일〉이었다. 당시 발 부상으로 쉬던 혜인을 제외한 민지·하니·다니엘·해린이 출연했다.

(출처링크: Soompi)

2년이다.

한국에서 인기 아이돌이 2년 동안 지상파 예능을 사실상 거치지 않고도 최정상급 인지도를 유지했다는 것 자체가 흔한 그림은 아니다.

왜 그랬을까.

간단하다.

이미 사람들이 뉴진스를 찾아오고 있었으니까.


뉴진스의 놀이터는 이미 따로 있었다

뉴진스 공식 유튜브에는 초창기부터 〈Jeans' ZINE〉 같은 자체 콘텐츠가 꾸준히 올라왔다.

2023년에는 멤버들이 직접 가상의 유튜브 채널을 만드는 〈NewTube〉도 했고, 엉뚱한 콘셉트로 제작사를 꾸리는 〈OMG Production〉 같은 콘텐츠도 있었다.

(출처링크: YouTube 원영상)

중요한 건 여기다.

뉴진스가 무대에서는 상당히 정교하게 만들어진 그룹이었다면,

자체 콘텐츠에 들어오는 순간 꽤 다른 사람들이 됐다.

떠들고,

서로 놀리고,

게임에 과몰입하고,

별것 아닌 일에 웃고,

멤버들끼리만 알아듣는 분위기가 생겼다.

그러니까 팬 입장에서는 굳이 다른 예능을 기다리지 않아도 됐다.

뉴진스라는 예능이 이미 있었다.

외부 방송국이 멤버들의 캐릭터를 만들어줄 필요도 크지 않았다.

카메라만 켜놓으면 다섯 명의 관계 자체가 콘텐츠가 됐다.


심지어 ‘안 나오는 것’까지 뉴진스다웠다

당시 팬 커뮤니티에서도 뉴진스가 다른 동세대 걸그룹에 비해 외부 예능 활동이 적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르세라핌이나 아이브처럼 멤버 개개인이 각종 방송과 웹예능에 반복적으로 얼굴을 비추는 방식과는 확실히 달라 보였다. 물론 이것을 반드시 치밀한 마케팅 전략이었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하지만 결과만 놓고 보면 기묘했다.

뉴진스는 사람들이 있는 프로그램에 찾아가기보다,

사람들이 뉴진스가 있는 곳으로 들어오게 만들었다.

노래가 워낙 셌고,

뮤직비디오가 화제였고,

패션이 화제였고,

광고가 화제였고,

멤버들 자체가 화제였다.

외부 예능은 필수 생존도구라기보다 필요할 때 골라 쓰는 옵션에 가까웠다.


리센느에게는 그런 사치가 없었다

2024년 데뷔한 리센느는 상황이 달랐다.

곡의 평가가 좋다고 해서 사람들이 자동으로 찾아오지는 않았다.

멤버들이 재미있다고 해서 사람들이 알아서 발견해주는 것도 아니었다.

노래가 있어도 듣는 사람이 없다면,

우선 사람부터 데려와야 했다.

리센느를 2026년의 그룹으로 만든 결정적인 계기도 정식 음악 콘텐츠가 아니었다.

리더 원이의 개인 유튜브였다.


이름부터 이상했던 유튜브 하나

2026년 2월 원이는 개인 유튜브 채널을 열었다.

이름은 무려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

줄여서 ‘안원잘부’.

3월 6일 여기에 미나미가 등장했다.

〈갸루 출신 일본인에게 일본어 배우기〉라는 영상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콘텐츠에서 미나미가 갸루 스타일로 등장하자, 거제 출신 원이가 “그러고 거제 가면 혼난다”는 식으로 놀렸다.

그러자 미나미가 외쳤다.

“거제, 야호~!”

그게 터졌다.

(출처링크: 스타뉴스)

누군가는 여기서 리센느를 처음 알았다.

누군가는 미나미를 알았다.

누군가는 원이를 알았다.

그리고 그다음에야 물었다.

얘들이 그런데 뭐 하는 애들이지?

가수였다.

노래도 있었다.

심지어 나온 지 2년 된 좋은 노래가 있었다.


사람을 노래로 부른 게 아니라, 사람부터 데려왔다

이 순서가 뉴진스와 정확히 반대다.

뉴진스는 대체로

음악 → 그룹 → 멤버 → 캐릭터

순서로 대중에게 퍼졌다.

리센느의 2026년 역주행은 상당 부분

캐릭터 → 멤버 → 그룹 → 음악

의 경로를 탔다.

원이의 채널이 인기를 얻고 ‘거제 야호’가 숏폼을 타면서 리센느 전체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그 관심이 2024년 발표곡 〈LOVE ATTACK〉으로 흘러갔다. YTN 역시 원이의 유튜브에서 시작된 멤버들의 친근한 이미지와 밈이 음원 역주행으로 연결된 과정을 짚었다.

(출처링크: YTN)

이건 꽤 중요한 차이다.

뉴진스는 노래를 듣다가 사람을 좋아하게 된 그룹이었다면, 리센느에는 사람을 좋아하다가 노래까지 발견한 대중이 상당수 생겼다.


그런데 리센느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콘텐츠 하나가 터졌으면 거기 올라타야 한다.

리센느는 그렇게 했다.

원이와 미나미는 2026년 7월 장도연의 웹예능 〈살롱드립〉에도 출연했다.

거기서 오히려 자신들의 현실을 숨기지 않았다.

원이와 미나미는 대형 회사 소속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야 했던 일들을 이야기했다.

정각마다 직접 스트리밍을 돌리고, 한강에서 버스킹을 했던 이야기까지 나왔다.

(출처링크: 스포츠경향)

그 말이 꽤 상징적이다.

“큰 회사가 아니니까 더 열심히 해야 했다.”

리센느가 왜 밖으로 돌아다녔는지를 이보다 잘 설명하는 말도 없다.


이건 ‘예능 욕심’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아이돌이 예능에 나오는 건 재미를 보여주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특히 알려지지 않은 그룹에게는 유통이다.

우리 노래를 모르는 사람 앞에,

일단 우리 얼굴부터 갖다 놓는 것이다.

웹예능 하나.

숏폼 하나.

다른 채널 하나.

지역 행사 하나.

인터뷰 하나.

한 사람이라도

“얘 누구야?”

하고 검색한다면 성공이다.

리센느의 경우 그것이 쌓였다.

6월 동아일보 인터뷰 당시 원이 개인 채널은 이미 구독자 76만 명에 도달했고, 매체 역시 이 유튜브 인기가 리센느의 역주행을 견인했다고 평가했다.

(출처링크: 동아일보)


더 재미있는 건 캐릭터를 숨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통 아이돌 회사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 중 하나가 ‘이미지 붕괴’다.

무대에서는 신비롭고 우아해야 하는데,

예능에서 너무 망가지면 어떡하지?

사투리를 너무 세게 쓰면 어떡하지?

멤버가 이상한 말을 하면 어떡하지?

리센느 쪽은 어느 순간 그 반대로 갔다.

그게 재미있으면 그냥 보여줬다.

거제 출신 원이는 거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일본인 미나미에게는 갸루 캐릭터가 붙었다.

경주 출신 제나의 사투리도 콘텐츠가 됐다.

한 매체는 이를 두고 리센느가 멤버별 지역색과 캐릭터를 적극적으로 콘텐츠화했다고 분석했다.

(출처링크: 보도 기사)

심지어 안원잘부 제작진은 아직 제대로 출연 기회를 잡지 못한 멤버들의 조급함까지 콘텐츠의 일부로 사용했다.

잘 꾸며진 완성품만 보여주는 게 아니었다.

잘되려고 발버둥 치는 과정까지 보여줬다.

그게 리센느의 서사가 됐다.


뉴진스는 판타지를 지켰고, 리센느는 생활을 열었다

여기서 두 팀의 차이가 극단적으로 보인다.

뉴진스에게는 처음부터 약간의 비현실성이 있었다.

갑자기 나타났다.

노래가 좋았다.

옷도 달랐다.

영상도 달랐다.

멤버들끼리 노는 모습조차도 뉴진스라는 울타리 안에 있었다.

일상적인데 이상하게 완성되어 있었다.

반면 리센느에게서는 어느 순간 생활감이 터졌다.

거제.

사투리.

갸루.

버스킹.

셀프 스트리밍.

중소기획사.

안 뜨는 그룹.

어떻게든 알려져야 하는 멤버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정말로 어느 날 1위를 했다.


그래서 한쪽에는 동경이 생겼고, 한쪽에는 응원이 붙었다

뉴진스를 좋아했던 사람들이 자주 느낀 감정 가운데 하나는

“저 세계에 들어가 보고 싶다”였을 것이다.

뉴진스가 입은 옷.

뉴진스가 듣는 것 같은 음악.

뉴진스가 노는 방식.

뉴진스의 세계 자체가 상품이었다.

리센느의 2026년에는 조금 다른 감정이 붙었다.

“쟤들 좀 잘됐으면 좋겠다.”

실제로 2026년 기사에는 ‘중소돌의 기적’, ‘응원을 부르는 신드롬’ 같은 표현이 반복해서 등장했다.

(출처링크: 동아일보)

그러니까 대중에게 접근하는 감정의 문도 달랐다.

뉴진스에게는 동경이 있었다면,

리센느에게는 응원이 있었다.

물론 모든 팬의 감정을 이렇게 둘로 자를 수는 없다.

하지만 두 팀이 팬덤 바깥 사람들에게 퍼져나간 방식을 설명하는 데는 꽤 유용한 대비다.


성을 지은 뉴진스, 시장통을 돌아다닌 리센느

조금 과장해서 비유해보자.

뉴진스는 멋진 성을 지었다.

음악도 있고,

영상도 있고,

패션도 있고,

멤버들도 있고,

자체 콘텐츠도 있었다.

사람들은 줄을 서서 그 성 안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성주가 시장에 나가

“저희 성 좀 구경해주세요”

하고 외칠 이유가 별로 없었다.

리센느는 처음부터 성이 없었다.

그러니 시장통으로 나갔다.

여기도 얼굴을 내밀고,

저기도 찾아가고,

사람들이 웃으면 한 번 더 하고,

반응이 온 캐릭터는 더 크게 만들었다.

그렇게 한 명씩 데려왔다.

그리고 사람들이 어느 정도 모인 뒤에야 말했다.

“그런데 저희 노래도 한번 들어보실래요?”

그 노래가 〈LOVE ATTACK〉이었다.


어느 방법이 더 좋은 것은 아니다

여기서 뉴진스 방식이 고급이고 리센느 방식이 생계형이라는 식으로 우열을 나누는 건 별 의미가 없다.

애초에 주어진 조건이 달랐다.

뉴진스는 ADOR와 HYBE라는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출발했고, 데뷔 음악 자체가 즉시 시장을 흔들었다.

리센느는 신생 기획사 더뮤즈엔터테인먼트에서 시작했다. 2026년 리센느의 역주행을 다룬 보도들도 이를 ‘중소 기획사의 드문 성공 사례’로 평가한다.

(출처링크: 스타뉴스)

같은 방법을 쓰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뉴진스는 이미 쏟아지는 관심을 어떻게 자기 세계 안에 붙잡아둘 것인가가 중요했다.

리센느는 관심 자체를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올 것인가가 먼저였다.

그래서 방법이 달랐다.


그런데 결국 둘 다 자체예능에서 가장 재미있었다

여기서 다시 둘이 만난다.

뉴진스도,

리센느도,

멤버들의 관계성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서는 굉장히 재미있는 그룹이었다.

뉴진스의 〈Jeans' ZINE〉이 그랬고,

리센느의 자체 콘텐츠와 안원잘부가 그랬다.

밖에서는 예쁜 아이돌인데,

자기들끼리 두면 이상해진다.

이건 꽤 좋은 아이돌의 조건이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무대 위 모습과,

카메라가 조금 오래 돌아갔을 때 튀어나오는 인간적인 모습 사이의 간격.

그 간격이 클수록 사람들은 캐릭터를 기억한다.

다만 그 캐릭터를 세상에 전달한 방식이 달랐을 뿐이다.


사람들은 둘 다 조회수를 셌다. 다만 새로고침한 영상이 달랐다

두 팀을 둘러싼 기사에는 묘하게 비슷한 문법이 있었다.

조회수 숫자가 한 칸 올라갈 때마다 새로운 제목이 붙었다.

1억 뷰 돌파.
2억 뷰 돌파.
자체 최고 조회수 경신.

팬들도 언론도 이 숫자에 목을 맸다. 다만 사람들이 붙들고 새로고침한 화면이 달랐다.

뉴진스에서 사람들이 세던 것은 뮤직비디오 조회수였다.

〈Hype Boy〉 퍼포먼스 버전 뮤직비디오는 2억 뷰를 넘겼다. 뉴진스에게는 세 번째 2억 뷰 영상이었다. 뉴진스의 흥행은 노래가 세계 어디까지 도달했는지를 보여주는 숫자로 보도됐다.

(출처링크: 스타뉴스 — 뉴진스 ‘Hype Boy’ MV 2억 뷰 돌파)

반면 리센느에서 사람들이 세기 시작한 것은 뮤직비디오가 아니었다.

원이의 유튜브 예능 〈안원잘부〉였다.

〈갸루와 거제에 왔습니다〉 편은 공개 2주 만에 590만 뷰를 넘겼고, 뒤이어 1천만 뷰를 돌파한 일까지 다시 뉴스가 됐다. 리센느의 이름이 움직이는 순간을 보여준 숫자는 노래 영상보다 사람을 보여주는 예능 콘텐츠에서 먼저 나왔다.

(출처링크: 매일신문 — ‘안원잘부’ 거제 편 590만 뷰)

(출처링크: 노컷뉴스 — ‘안원잘부’ 거제 편 1천만 뷰 돌파)

댓글창의 풍경도 달랐다.

뉴진스의 대표 뮤직비디오 아래에서는 여러 나라의 언어가 한꺼번에 섞였다. 한국어 댓글을 찾으려면 한참을 내려가야 할 때도 있다. 반대로 〈안원잘부〉의 대표 영상에서는 한국어 댓글이 먼저 화면을 메운다.

댓글의 노출 순서는 시점과 계정에 따라 달라지지만, 두 영상이 보여주는 관객의 방향만큼은 직관적이다.

(출처링크: NewJeans 공식 유튜브 — ‘Hype Boy’ Performance MV)

(출처링크: 안원잘부 공식 유튜브 — ‘갸루와 거제에 왔습니다’)

뉴진스는 세계로 뻗은 노래가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리센느는 한국 사람들이 함께 웃은 콘텐츠가 먼저 사람을 불러모았고, 그 사람들이 다시 리센느의 노래를 찾아갔다.

둘 다 유튜브에서 폭발했다.

다만 한쪽에서 폭발한 것은 노래를 보여주는 뮤직비디오였고, 다른 한쪽에서 폭발한 것은 사람을 보여주는 예능 콘텐츠였다.

사람들은 둘 다 조회수를 세었다.

그러나 그 숫자가 증명한 성공의 종류는 같지 않았다.


뉴진스는 기다렸고, 리센느는 찾아갔다

그래서 두 그룹의 예능사를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 이렇다.

뉴진스는 사람들이 자기들을 찾아오게 만들었고, 리센느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계속 찾아갔다.

한쪽은 이미 문 앞에 사람들이 서 있었다.

다른 한쪽은 사람이 있는 곳을 찾아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둘 다

아이돌 팬이 아닌 사람에게까지 이름을 알렸다.

전혀 다른 길을 걸었는데,

도착한 곳은 묘하게 비슷하다.

아마 이것이 뉴진스와 리센느를 비교할수록 자꾸 이상한 기분이 드는 이유일 것이다.

닮아서 반대인 것인지,

반대라서 닮아 보이는 것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어떤 팀은 예능이 찾아왔고, 어떤 팀은 예능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두 그룹의 위치 차이를 기가 막히게 보여주는 장면이 하나 있다.

2024년 8월.

뉴진스가 나영석 PD의 〈채널 십오야〉에 나타났다.

그런데 뉴진스를 맞은 나영석이 내놓은 첫 반응부터 이상했다.

“성공했나 봐.”

나영석이 성공했다는 말이었다.

대한민국에서 이미 수없이 성공한 예능을 만든 사람이,

자기 유튜브 채널에 뉴진스가 나오자

이제야 자신이 성공한 것 같다고 농담했다.

별것 아닌 한마디인데 당시 뉴진스의 위치를 너무 정확하게 보여준다.

프로그램이 뉴진스를 빛내는 것이 아니라, 뉴진스가 나왔다는 사실이 프로그램의 훈장이 됐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의 리센느는 정반대였다.

2024년 한 인터뷰에서 멤버들에게 물었다.

가장 나가고 싶은 예능은 어디인가요?

그러자 소원 목록이 쏟아졌다.

제나와 리브는 〈런닝맨〉과 〈아는 형님〉을 말했다.

메이는 매니저들과 함께 〈전지적 참견 시점〉에 나가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했다.

원이는 〈살롱드립〉 같은 유튜브 예능을 이야기했다.

미나미는 〈리무진 서비스〉에 꼭 나가고 싶다며 사실상 공개 구직까지 했다.

뉴진스에게 예능은

“우리 프로그램에 한번 나와주세요.”

에 가까웠다면,

리센느에게 예능은

“저희도 언젠가 저 프로그램에 나갈 수 있을까요?”

에 가까웠다.


그리고 2년 뒤.

리센느가 정말 알려지기 시작하자

그 소원 목록에 체크 표시가 생기기 시작했다.

2026년 6월 20일.

원이와 미나미는 실제로 〈아는 형님〉 교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2024년에는

“언젠가 나가보고 싶어요.”

라고 말했던 프로그램이었다.

그 사이에 있었던 것은

대형 기획사의 강력한 섭외력이 아니었다.

안원잘부가 있었고,

거제야호가 있었고,

역주행이 있었고,

사람들이 있었다.

결국 리센느는 자기가 가고 싶다던 프로그램에

갈 수 있는 그룹이 됐다.


뉴진스와 리센느의 차이를

이보다 간단하게 보여주는 장면도 드물다.

뉴진스가 예능에 나타나자 PD가 “내가 성공했나 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리센느는 성공하면 나가고 싶은 예능의 이름을 하나씩 적어두고 있었다.

한 팀에게 출연은 이미 성공의 결과가 아니었다.

그 팀이 출연한다는 것 자체가 상대방에게 사건이었다.

다른 한 팀에게 출연은

언젠가 성공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도착지였다.

그래서 뉴진스는 사람들이 있는 곳을 굳이 찾아다닐 필요가 적었고,

리센느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 가기 위해 계속 문을 두드렸다.

그리고 결국,

그 문들이 하나씩 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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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 블로그쇼 필자 툰드라 프로필
글: 툰드라 · 일간 블로그쇼일간 블로그쇼 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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