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시간〉 10편 시리즈 · 이전 편 없음 · 다음 편 → 1편 · 2편 · 3편 · 4편 · 5편 · 6편 · 7편 · 8편 · 9편 · 10편
이 글은 뉴진스와 리센느를 한 편으로 결론 내리는 비교글이 아니다.
두 팀의 데뷔와 성공, 멤버, 음악, 예능, 제작자와 그들을 둘러싼 어른들까지 차례로 비교하는 〈두 개의 시간〉 10편 연재의 프롤로그다.
여기서는 먼저 두 개의 시계만 꺼내놓는다. 한 팀은 등장하자마자 세상의 중심으로 들어갔고, 다른 한 팀은 아무도 알아보지 않는 시간을 오래 통과한 뒤 중심으로 걸어왔다.
이후의 아홉 편에서는 왜 두 팀이 이렇게 닮았는데도 매번 정반대의 이야기가 되는지를 하나씩 들여다본다.
걸그룹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요즘 활동하는 팀 이름을 열 개 대보라고 하면 아마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유독 팬덤 밖까지 이름이 넘어간 팀들이 있다.
몇 년 전에는 뉴진스가 그랬다.
그리고 2026년에는 리센느가 그 자리에 들어왔다.
물론 ‘전 국민이 안다’는 말을 통계처럼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두 팀 모두 어느 순간 아이돌 팬들만 아는 이름에서 대중문화의 이름으로 넘어갔다는 점이다.
2026년 10월 1일 오전 5시 멜론 TOP100을 보면 리센느의 〈LOVE ATTACK〉은 2위, 〈Deja Vu〉는 4위, 〈Pretty Girl〉은 6위에 올라 있다. 한 팀의 노래 세 곡이 동시에 TOP10 안에 들어와 있다.
(출처링크: 멜론)
그런데 불과 2년 전만 해도 사정은 완전히 달랐다.
리센느가 데뷔했던 2024년 봄.
그 시대의 주인공은 리센느가 아니었다.
뉴진스였다.
시작부터 세상이 알아본 팀

뉴진스, 2024년 인천공항 명예홍보대사 위촉식. TV10, CC BY 3.0, Wikimedia Commons 원본. 변형 없음.
뉴진스는 2022년 등장할 때부터 이상했다.
보통 신인 그룹이라면 멤버를 차례로 공개하고, 티저를 뿌리고, 날짜를 세고, 온갖 예고편을 내놓은 다음 데뷔한다.
뉴진스는 그 문법부터 비틀었다.
2022년 7월 22일, 별다른 사전 멤버 공개 없이 〈Attention〉 뮤직비디오부터 던졌다. 이후 〈Hype Boy〉가 이어졌다. 정식 EP 공개 직후 〈Attention〉은 스포티파이 한국 일간 차트 1위, 〈Hype Boy〉는 2위에 올랐다.
(출처링크: 연합뉴스)
이쯤 되면 점잖게 ‘성공적인 데뷔’라고 쓰기보다 이렇게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한 느낌이다.
데뷔곡부터 작두를 탔다.
〈Attention〉이 터졌고, 〈Hype Boy〉가 터졌고, 뒤이어 〈Ditto〉, 〈OMG〉, 〈Super Shy〉가 왔다.
신인이 차근차근 성장해서 정상에 올라간 것이 아니었다.
정상 근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너무 빨리 커졌다.
아무도 크게 떠들지 않았던 팀

리센느, 2024년 3월. K-POPIT 케이팝잇, CC BY 3.0, Wikimedia Commons 원본. 변형 없음.
반대로 리센느의 시작은 조용했다.
리센느는 2024년 3월 26일 〈UhUh〉가 담긴 싱글 앨범 Re:Scene으로 정식 데뷔했다.
원이, 리브, 미나미, 메이, 제나. 다섯 명이었다.
(출처링크: 더뮤즈)
그리고 세상이 떠들썩해지지 않았다.
이 말은 데뷔가 실패했다는 뜻도 아니고 음악이 나빴다는 뜻도 아니다. 말 그대로 대중문화 전체의 사건이 되지는 못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날짜를 들여다보면 묘한 일이 발견된다.
리센느가 데뷔한 지 27일 뒤인 2024년 4월 22일, 하이브가 어도어 경영진에 대한 감사를 시작하면서 민희진 당시 대표와 하이브의 갈등이 세상 밖으로 폭발했다. 양측의 주장이 정면으로 충돌했고, 그 중심에는 자연스럽게 뉴진스라는 이름이 놓였다.
(출처링크: 연합뉴스)
리센느가 세상에 막 인사를 마쳤을 때, 세상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걸그룹 중 하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쪽은 데뷔만 해도 뉴스가 됐다.
다른 한쪽은 데뷔했다는 사실부터 알려야 했다.
참 얄궂은 타이밍이다.
한 팀은 세 번째 해에 멈췄고, 한 팀은 세 번째 해에 달리기 시작했다
여기서 단순히 ‘뉴진스가 멈추고 리센느가 떴다’라고 쓰면 이 이야기는 재미없는 승패표가 된다.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뉴진스가 데뷔한 것은 2022년이다. 그들의 세 번째 활동 연도인 2024년, 지금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분쟁이 시작됐다.
리센느가 데뷔한 것은 2024년이다. 그리고 리센느의 세 번째 활동 연도인 2026년, 상황이 뒤집혔다.
2024년에 나온 〈LOVE ATTACK〉이 거의 2년 뒤 역주행을 시작했다. 원이의 유튜브에서 나온 ‘거제 야호’가 밈으로 퍼졌고, 사람들이 원이를 보다가 리센느를 발견하고, 리센느를 보다가 묻혀 있던 노래까지 찾아가기 시작했다.
처음 멜론 일간 차트 904위에 등장했다가 사라졌던 〈LOVE ATTACK〉은 2026년 결국 TOP100 정상까지 올라갔다.
(출처링크: 코리아중앙데일리)
두 그룹의 시간표를 간단히 그리면 이렇다.
뉴진스 데뷔 → 폭발 → 정상 → 위기와 공백
리센느 데뷔 → 조용함 → 버팀 → 뒤늦은 폭발
거의 X자다.
뉴진스는 세 번째 해에 멈추기 시작했고, 리센느는 세 번째 해에 달리기 시작했다.
누가 더 낫다는 말이 아니다. 한 팀의 위기를 다른 팀의 성공과 연결하려는 말도 아니다. 두 사건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는 근거도 없다.
그저 놀라울 정도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두 개의 시간표다.
이 연재에서 확인하려는 것
이상한 점은 시간표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두 팀의 맏언니는 모두 2004년생이고 막내들은 2008년생이다. 나이는 거의 같은데 한 팀은 4세대의 대표가 됐고, 다른 팀은 5세대 신인으로 데뷔했다.
한 팀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다른 팀은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갔다.
한 팀에는 공식 리더가 없었지만 민지가 중심처럼 보였다. 다른 팀에는 공식 리더 원이가 있었고, 그 리더는 팀 밖의 문까지 두드렸다.
한 팀의 뒤에는 처음부터 유명한 제작자의 이름이 있었다. 다른 팀은 성공하고 나서야 그 뒤에서 일한 사람들이 발견됐다.
음악도, 외국인 멤버를 바라보는 방식도, 과거를 불러오는 방식도 달랐다.
심지어 한쪽 멤버들에게는 명품 브랜드가 붙었고, 다른 쪽 멤버들에게는 고향과 지방자치단체의 이름이 붙었다.
이 연재는 그 차이를 하나씩 살펴보는 이야기다.
누가 누구를 대신했는지 판정하려는 글이 아니다. ‘제2의 뉴진스’를 찾으려는 글도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왜 서로 다른 두 팀이 자꾸 같은 문장 안으로 들어오는가.
그 질문을 열 편에 걸쳐 따라간다.
그런데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두 팀의 시간표를 보고 있으면 가장 이상한 사실 하나가 남는다.
민지와 원이는 같은 2004년생이다.
혜인과 리센느의 메이·제나는 모두 2008년생이다.
주민등록증만 보면 거의 같은 또래다. 그런데 K팝의 역사에서는 한쪽이 이미 시대의 기준이 됐을 때, 다른 한쪽은 아직 데뷔하지도 않았다.
뉴진스가 성공했을 때는 팀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멤버조차 고등학교 3학년 나이였다.
리센느가 대중적으로 크게 알려졌을 때는 팀의 막내들이 고등학교 3학년 나이가 됐다.
같은 2004년생부터 2008년생까지의 아이들인데, 성공의 시계는 거의 반대 끝에 놓여 있었다.
나이는 같은데 세대가 달랐다.
그리고 그 차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었다.
한쪽은 성공한 뒤 버텨야 했다.
다른 한쪽은 버틴 뒤에야 성공했다.
이것이 다음 편의 이야기다.
2편 — 같은 나이, 다른 시간 뉴진스가 무대에 있을 때 리센느 제나는 뉴진스를 추고 있었다
이제 두 개의 시간이 같은 곳으로 다가오고 있다
2026년 7월, 민지·하니·해린·혜인이 함께한 4주년 영상과 사진이 공개됐다. 다만 어도어는 이를 기념 콘텐츠라고 설명했고, 향후 활동의 구체적인 형식과 일정은 협의가 끝난 뒤 알리겠다고 밝혔다.
다니엘은 원년 멤버였지만 2025년 말 어도어와 계약이 종료됐다. 그러므로 현재 시점에서 ‘원년 5인의 컴백’을 기정사실처럼 쓸 수는 없다.
(출처링크: 연합뉴스)
뉴진스의 다음 장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반면 2024년 봄 아무도 크게 주목하지 않던 리센느 다섯 명은 어느새 차트 한복판에 서 있다.
한 팀은 빠르게 올라가다 갑자기 멈췄다.
다른 팀은 아주 천천히 걷다가 갑자기 달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뉴진스와 리센느는 가장 닮아서 비교되는 두 그룹이 아니라, 가장 반대라서 자꾸 닮아 보이는 두 그룹인지도 모른다.
이제부터 그 두 개의 시간을 하나씩 열어보려 한다.
첫 번째 문은 나이다.
같은 나이의 아이들이 어떻게 서로 다른 시대를 살게 됐는지부터 시작한다.
이 편에서 확인한 자료
- 연합뉴스: 뉴진스의 데뷔 방식과 초기 Spotify Korea 성적
- 더뮤즈: 리센느의 데뷔 앨범과 5인 구성
- 연합뉴스: 2024년 4월 시작된 HYBE·ADOR 갈등
- 코리아중앙데일리: 〈LOVE ATTACK〉의 역주행 과정
- 멜론 TOP100
- 연합뉴스: 뉴진스 4주년 콘텐츠와 향후 활동 미확정 상태
다음 읽기: 이전 편 없음 · 다음 편 →
전체 목차
- 1편 — 뉴진스와 리센느, 가장 닮았지만 가장 반대편에 선 두 걸그룹
- 2편 — 같은 나이, 다른 시간 — 뉴진스가 무대에 있을 때 리센느 제나는 뉴진스를 추고 있었다
- 3편 — 뉴진스는 기다렸고, 리센느는 사람들에게 찾아갔다
- 4편 — 민지와 원이: 중심을 지킨 맏언니와 문을 연 리더
- 5편 — 민희진·방시혁과 더뮤즈·안원잘부: 아이돌 뒤의 어른들
- 6편 — 아이돌을 정치 쟁점으로 끌어들인 어른들 — 국회의 하니와 ‘무섭노’의 원이
- 7편 — 뉴진스는 공기를 만들고, 리센느는 향을 남겼다
- 8편 — 하니와 미나미: 낯섦을 남긴 사람과 낯섦을 뒤집은 사람
- 9편 — 뉴진스의 문화적 향수와 리센느의 생활적 향수
- 10편 — 명품과 고향: 동경받은 뉴진스, 응원받은 리센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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