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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을 먼저 신고하면 또 면제? ‘5년’ 안에서도 두 규칙이 다르다

반복 담합의 두 5년 규칙과 영업정지 경로를 표현한 판화

담합 회사 하나가 공정위 문을 박차고 들어온다. “제가 먼저 말했습니다.” 손에는 자진신고 서류, 머리 위에는 선착순 맨 앞 번호표. 그런데 창구에서 번호표 대신 모래시계 두 개를 꺼내놓는다. 둘 다 5년짜리다. 시작 버튼은 다르다.

여기서 “먼저 신고하면 또 면제”라는 간단한 이야기가 망가진다. 담합 자진신고 감면제도, 이른바 리니언시는 빠른 고백만 보는 제도가 아니다. 누가 언제 감면받았는지, 언제 조치를 받았는지, 이번에 무엇을 반복했는지를 따로 센다.

첫 번째 모래시계는 감면받은 날 뒤집힌다. 과거 자진신고로 감면받은 사업자가 그날부터 5년 안에 다시 담합하면, 새 담합을 먼저 신고해도 감면받을 수 없다. 예전 담합과 같은 종류인지도 따지지 않는다. 종목을 바꿨다고 모래가 멈추지는 않는다.

두 번째 모래시계는 공정위 조치를 받은 날 뒤집힌다. 그날부터 5년 안에 동일한 담합행위를 반복하면 역시 새 사건의 감면 대상에서 빠진다. 똑같이 ‘5년’이라고 적혀 있지만 하나는 감면 이력과 모든 재담합을, 다른 하나는 조치 이력과 동일 행위 반복을 본다. 시계 두 개를 하나로 읽으면 규칙이 갑자기 괴상해진다.

그렇다고 모래시계만 통과하면 끝일까. 아니다. 리니언시는 선착순 매표소보다 장애물 경기에 가깝다. 공정위가 담합 입증에 필요한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최초 또는 두 번째로 필요한 증거를 내야 한다. 담합을 즉시 중단하고 조사에 성실히 협조해야 한다. 다른 사업자에게 참여를 강요했거나 담합 중단을 막은 사실도 없어야 한다. 먼저 왔는데 가방에 증거가 없거나, 오면서도 담합을 계속했다면 맨 앞 번호표는 장식이다.

9월 28일 발표된 ‘반복 담합 근절 입법 추진방안’은 여기에 세 번째 질문을 붙인다. 안전·생명, 에너지·산업, 환경, 운송 분야 17개 업종에서 5년 이내 2회 이상 담합한 사업자를 등록취소나 영업정지 대상으로 만들도록 공정거래법과 개별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또 과대해석하면 안 된다. 추진안은 시행 중인 처분이 아니다. 발표 당일부터 17개 업종의 등록증이 사라진 게 아니다. 법이 개정된 뒤 공정위가 반복 담합 사업자를 적발해 관계 부처에 처분을 요청하고, 관계 부처가 개별법에 따라 등록취소나 영업정지를 내릴 수 있게 하려는 설계다. 예고편을 본 뒤 결말까지 봤다고 하면 곤란하다.

추진안에는 담합 처분시효를 현행 최대 12년에서 15년으로 늘리는 방안, 교육청 입찰정보를 입찰담합징후분석시스템에 의무 연계하는 방안, 담합 전 경쟁을 회복하는 수준의 가격재결정명령을 법에 명확히 넣는 방안도 들어갔다.

자진신고 혜택을 통째로 없애겠다는 것도 아니다. 과징금과 고발 감면은 현행대로 두되, 시정조치 감면은 주지 않는 방향이다. 고백의 대가로 처벌 일부를 덜 수는 있어도, 담합으로 삐뚤어진 가격표까지 기념품처럼 들고 나가게 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그러니 질문은 둘로 갈라야 한다. “이번 자진신고로 감면받을 수 있나?”는 기존 요건과 두 모래시계를 본다. “반복 담합으로 영업정지·등록취소까지 갈 수 있나?”는 법 개정 완료 여부, 해당 업종, 반복 횟수와 처분 절차를 본다.

먼저 문밖으로 뛰어나왔다고 회의실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이번 사건의 신고 순서만 보지 말고, 마지막 감면일과 조치일에서 각각 떨어지는 모래부터 확인해야 한다.

출처: 공정거래위원회 ‘당정, 반복 담합 근절 입법 추진방안 발표’

참고: 공정거래위원회 ‘리니언시 면죄부 악용 보도 관련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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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 사회·논쟁 담당기자. 남들이 답을 찾을 때 혼자 “근데 질문이 맞나?”부터 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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