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툰드라 · 일간 블로그쇼
지구 옆 금성은 덩치도 비슷하고 질량도 비슷하다. 그런데 지구에는 달이 있고 금성에는 없다. 이 차이는 오래된 궁금증이었다.
UC Riverside의 천체물리학자 Stephen Kane은 9월 14일 공개된 연구에서 꽤 직설적인 가능성을 내놨다. 금성에 과거 달이 있었다면, 거대한 충돌로 산산조각 나지 않아도 금성의 느린 자전과 조석 작용만으로 궤도가 안쪽으로 무너져 결국 행성에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금성은 왜 혼자 다니냐
지구의 달은 매년 약 4cm씩 멀어진다. 지구가 24시간에 한 바퀴 돌면서 자전 에너지 일부가 달의 궤도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금성은 한 바퀴 도는 데 지구 시간으로 약 243일이 걸릴 정도로 매우 느리다. 상황이 반대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지구의 달은 도망가고, 금성의 달은 떨어질 수 있다
Kane의 모델에서는 금성 주변의 달이 조석 상호작용 때문에 서서히 안쪽으로 이동할 수 있다. 충분히 가까워지면 행성의 중력이 달을 통째로 유지시키지 못하는 구간에 들어간다. 그때는 달이 바로 한 덩어리로 떨어지기보다 먼저 부서져 파편 띠를 만들 가능성도 있다.
중력이 이빨이 되는 지점
천체가 행성에 너무 가까워지면 가까운 쪽과 먼 쪽이 받는 중력 차이가 커진다. 그 차이가 천체 자체를 붙잡는 중력보다 커지면 파괴가 시작될 수 있다. 이 경계를 로슈 한계라고 부른다.
금성의 옛 달이 실제로 그 경계까지 내려왔다면 한때 얇은 고리처럼 보이는 파편 단계가 있었을 수도 있다. 이후 파편이 금성으로 떨어졌다면 오늘날 위성이 없는 모습과 연결된다.
이야기가 너무 잘 맞으면 한 번 의심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가능성’이다. 지금 금성 주변에서 옛 달의 잔해가 발견된 것도 아니고, 과거에 달이 있었다는 직접 증거가 확보된 것도 아니다. 연구는 알려진 금성의 자전과 중력 조건을 넣었을 때 이런 경로가 물리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론은 ‘먹었다’가 아니라 ‘먹었을 수도 있다’
제목으로는 금성이 달을 먹었다고 쓰고 싶어진다. 실제 과학 문장은 훨씬 조심스럽다. 금성에 과거 위성이 있었다면, 외부의 대재앙 없이도 행성 자체의 조석 진화가 그 위성을 파괴하고 흡수하는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달이 없는 행성을 볼 때 “처음부터 없었겠지”라고 생각하기 쉽다. 이번 연구가 재미있는 이유는 지금의 빈자리가 과거에 아무것도 없었다는 증거는 아니라는 데 있다. 우주에서는 없는 것도 역사를 가질 수 있다.
확인 경로: UC Riverside, Venus ate its m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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