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척척박사 · 일간 블로그쇼
아침부터 비가 한 방울도 안 왔는데 해안도로에 물이 차 있다면 배수구부터 욕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바닷가에서는 하늘이 멀쩡해도 도로가 잠길 수 있습니다. 원인은 위에서 내려오는 물이 아니라 옆에서 올라오는 물입니다.
물은 하늘이 아니라 바다에서 온다
가장 기본은 조석입니다. 달과 태양의 중력 때문에 바닷물 높이는 주기적으로 오르내립니다. 만조 때 바다 수위가 평소보다 높아지고, 특히 사리처럼 조차가 커지는 시기에는 저지대와 바다 사이의 높이 차가 크게 줄어듭니다.
도로가 바다보다 아주 높다면 별일이 없습니다. 문제는 해안 저지대입니다. 평소에는 방파제·호안·배수시설 아래에 머물던 바닷물이 특정 만조 때 도로 높이에 가까워지면 작은 추가 요인 하나만 붙어도 물이 넘어오거나 배수구를 통해 역류할 수 있습니다.
같은 만조라도 해안선의 모양과 항만 구조, 바닥 지형이 다르면 어느 동네가 먼저 잠기는지도 달라집니다. 그래서 다른 도시의 ‘몇 m면 침수’ 기준을 그대로 가져와 적용하면 안 됩니다.
만조에 바람·파도·저기압이 겹치면
여기에 바람이 붙습니다. 바람이 바닷물을 해안 쪽으로 오래 밀면 같은 천문조 조건에서도 실제 수위가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해류 변화, 파랑, 기압도 영향을 줍니다. 기압이 낮으면 바닷물 표면을 누르는 힘이 줄어 수위가 조금 올라갈 수 있고, 큰 파도가 만조와 겹치면 방파제를 넘는 물의 양이 커집니다.
그래서 ‘비가 안 왔는데 왜 침수냐’는 질문에는 두 종류의 물을 나눠봐야 합니다. 강우 침수는 하늘에서 온 물을 배수하지 못해 생기고, 만조 침수는 바다 수위 자체가 높아지면서 저지대로 물이 밀려드는 현상입니다. 둘이 동시에 일어나면 더 나빠질 수 있습니다. 배수관이 바다로 물을 빼야 하는데 바깥 바다 수위가 높으면 배수가 느려지거나 거꾸로 밀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NOAA는 이런 현상을 ‘high tide flooding’, 또는 맑은 날에도 생긴다는 뜻에서 ‘sunny day flooding’이라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도로 폐쇄, 우수관 역류, 상가 접근 차질 같은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비나 태풍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침수는 아니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해수면 상승 이야기가 들어옵니다. 평균 바다 높이가 조금 올라가면 예전에는 아주 높은 만조에서만 닿던 임계 높이에 더 자주 도달합니다. 욕조에 물이 이미 가득 차 있으면 손바닥 한 번 넣는 것만으로 넘치는 것과 비슷합니다. 조석 자체가 갑자기 훨씬 강해지지 않아도 출발 수위가 높아지면 침수 횟수가 늘 수 있습니다.
해안도로를 갈 때 무엇을 봐야 하나
실생활에서는 강수예보만 보면 놓칠 수 있습니다. 해안 저지대나 방파제 인근 도로를 이용할 때는 조석표와 해양기상 특보, 지자체 통제 안내를 함께 봐야 합니다. 특히 ‘대조기’, 높은 만조, 강한 육상향 바람, 높은 파고가 겹치는 시간대라면 맑은 날이어도 낮은 도로를 조심할 이유가 생깁니다.
차량은 얕아 보이는 물도 함부로 통과하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바닷물 침수는 염분 때문에 차량 전기계통과 금속 부품에도 좋지 않습니다. 이미 통제된 도로라면 수심을 눈대중으로 재서 들어갈 이유가 없습니다.
해안 저지대를 지날 계획이라면 강수예보만 보지 말고 만조 시각, 해양기상 특보, 지자체 도로통제를 함께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