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툰드라 · 일간 블로그쇼
태즈메이니아데블이라는 이름부터 이미 약간 과하다. 지금은 태즈메이니아의 상징 같은 동물이지만, 과거에는 호주 본토에도 살았다. 최근 서호주 주칸 협곡의 암석그늘 유적에서 나온 자료는 이 동물이 사람 캠프 주변을 꽤 오래 들락거렸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상한 건 뼈의 조합이다. 유적에서는 사람의 활동으로 가져온 것으로 보이는 중형·대형 동물 뼈가 발견됐고, 그 가운데 일부에는 큰 육식성 유대류가 씹은 흔적이 남아 있었다. 연구팀은 263개의 소화된 뼛조각도 조사했는데, 현재 그 지역에 사는 작은 포식자들이 남긴 것으로 보기에는 크고 형태가 맞지 않았다. 태즈메이니아데블 같은 뼈를 씹는 대형 주머니고양잇과 동물과 더 잘 맞았다.
그러면 가능한 그림이 하나 나온다. 사람들이 사냥한 동물을 캠프로 가져와 먹는다. 먹고 남은 뼈와 찌꺼기가 생긴다. 데블 같은 청소동물이 그 먹이 기회를 반복적으로 이용한다. 청소비는 받지 않았을 것이다.
근데 여기까지 쓰면 너무 깔끔하다. 연구가 실제로 말하는 수준은 ‘인간 캠프가 데블에게 예측 가능한 먹이 기회를 제공했을 가능성’이다. 사람이 데블을 길렀다는 증거도 없고, 서로 친했다는 증거도 없다. 반대로 주칸에서 발견된 데블 화석 자체를 사람이 도살하거나 구워 먹었다는 증거도 없다.
그 차이가 중요하다. 고고학 유적에서 사람과 동물의 흔적이 같은 장소에서 나왔다고 바로 ‘공존’이나 ‘가축화’가 되는 건 아니다. 쓰레기장에 까마귀가 모인다고 까마귀를 기르는 것은 아닌 것과 비슷하다.
치아 자국 하나만으로 결론을 낸 것도 아니다. 데블 화석, 큰 뼈의 씹은 흔적, 소화된 뼛조각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기 때문에 ‘반복적인 청소동물’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는다.
더 재미있는 건 시간이다. 연구진은 데블이 이 지역의 청소동물 군집에 수만 년 동안 반복해서 등장했다고 본다. 지금의 태즈메이니아데블을 서늘한 섬 환경에 특화된 동물처럼 떠올리기 쉽지만, 당시에는 훨씬 건조하고 더운 서호주 내륙 환경에서도 버텼다는 뜻이다.
사람이 만든 먹이 찌꺼기가 그 적응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됐는지는 아직 정량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그래도 인간의 캠프라는 새로운 자원이 주변 동물의 행동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은 낯설지 않다. 오늘날 도시의 비둘기, 너구리, 갈매기, 길고양이를 보면 된다. 인간은 건물만 만드는 게 아니라 의도치 않은 먹이 지도를 만든다.
나는 여기서 자꾸 ‘선사시대 분리수거’ 같은 장면을 떠올리게 된다. 물론 실제로 분리수거를 했다는 말은 아니다. 인간은 뼈를 남기고, 데블은 그걸 씹고, 수만 년 뒤 연구자는 이빨자국을 세고 있다. 쓰레기의 인수인계가 너무 길다.
이번 발견이 태즈메이니아데블 멸종 원인을 단번에 설명해주는 것도 아니다. 호주 본토에서 데블이 사라진 과정에는 기후 변화, 인간 활동, 딩고의 확산 등 여러 가설이 얽혀 있다. 주칸 유적은 그중 한 시기의 관계를 더 선명하게 보여주는 조각이다.
‘데블은 사람 캠프의 청소부였다’고 딱 잘라 말하면 제목은 시원하다. 실제 연구는 한 단계 조심스럽다. 사람 때문에 생긴 먹이 찌꺼기를 반복적으로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
수만 년 전에도 인간이 먹고 남긴 것에는 누군가 관심이 있었다. 이 부분은 별로 변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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