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툰드라 · 일간 블로그쇼
네 발자국이면 너무 적어 보인다. 사람도 네 걸음만 찍어 놓고 “이 사람은 시속 몇 km로 걸었습니다”라고 하면 좀 수상하다. 그런데 공룡 발자국은 그 네 개가 전부인 경우가 많다. 더 웃긴 건 이번 발자국의 주인 후보가 성체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라는 점이다.
노스다코타 헬크리크 지층에서 발견된 흔적은 약 7m 길이에 큰 세 발가락 발자국 네 개가 이어진 형태다. 한 발자국 길이는 대략 0.9~1m. 연구진은 지층의 나이를 약 6,650만 년 전으로 잡았고, 크기와 모양, 주변에서 T. rex 화석이 많이 발견됐다는 점을 합쳐 “성체 T. rex가 남겼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봤다. 여기서 중요한 말은 ‘가능성이 가장 높다’다. 발자국에 이름표가 붙어 있던 건 아니다.
나는 이런 데서 자꾸 엉뚱한 생각이 든다. 뼈는 죽고 나서 남는데 발자국은 살아 있을 때 남긴다. 뼈를 보면 몸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있고, 발자국을 보면 그날 그놈이 뭘 하고 있었는지 아주 조금 엿볼 수 있다. 6,650만 년 전에 별 생각 없이 걷던 네 걸음이 지금 와서 논문이 됐다. 당사자는 꽤 억울할 수도 있다.
속도는 발자국 사이의 간격에서 나온다. 동물이 빨라질수록 보통 보폭이 커지고, 다리 길이와 발 크기에도 일정한 관계가 있다. 연구진은 발 길이와 보폭을 이용한 기존 생체역학 식을 적용해 약 초속 1.5~2m, 시속으로는 대략 5.4~7.2km 정도를 추정했다. 사람이 조금 빠르게 걷는 정도다. 영화에서처럼 땅을 울리며 전력질주한 장면이 아니라 그냥 걷고 있었던 셈이다.
물론 발자국만 보고 속도를 계산하는 일에는 오차가 따라붙는다. 진흙이 얼마나 물렀는지, 발이 얼마나 깊이 빠졌는지, 흔적이 얼마나 깎였는지에 따라 실제 발 크기와 남은 자국 크기가 달라진다. 이번 흔적도 표면이 많이 부서져 세부 해부학적 모양은 선명하지 않다. 연구진이 “T. rex 확정”이 아니라 “likely attributable”, 즉 성체 T. rex일 가능성이 높다고 표현한 이유다.
그래도 네 발자국이 주는 정보는 제법 많다. 왼발과 오른발이 번갈아 놓인 방향, 보폭, 발자국 크기, 진행 방향을 합치면 최소한 이 동물이 그 순간 달리고 있었는지 걷고 있었는지는 추정할 수 있다. 뼈만으로는 알기 어려운 ‘행동의 한 장면’이다.
그리고 발자국이 지금까지 남은 방식도 좀 기괴하다. 발이 눌러 만든 움푹한 자리에 탄산칼슘으로 단단해진 사암이 만들어졌고, 주변의 더 무른 암석이 먼저 깎이면서 발자국을 채운 단단한 부분이 드러났다. 흔적이 사라지지 않은 게 아니라, 주변이 먼저 없어져서 살아남은 셈이다.
그래서 이번 발견의 재미는 “T. rex가 생각보다 느렸다”가 아니다. 걷는 속도 하나는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진다. 더 재미있는 건 7m짜리 길 위에 남은 네 번의 체중 이동으로 6,650만 년 전 어느 성체 포식자의 몇 초를 복원했다는 데 있다.
그날 T. rex는 사냥도 안 하고 포효도 안 했을 수 있다. 그냥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공룡도 대부분의 시간에는 그냥 이동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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