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북극권의 양 목초지에서 5억6000만 년 전 동물이 나왔다. 양은 풀을 뜯고, 그 아래 바위에는 입도 장기도 없는 생물이 눌리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시간의 층이 좀 이상하다. 연구진이 확인한 화석은 Charnia다. 고사리 잎처럼 보이지만 식물이 아니고, 오늘날 동물 가운데 딱 맞는 짝도 없다.

Charnia는 에디아카라기에 살았던 잎사귀 모양 생물이다. 몸에는 좌우로 반복되는 가지 같은 무늬가 있고, 입·장기·눈에 보이는 이동기관이 없다.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이를 ‘goo-filled bag’, 그러니까 내용물이 든 말랑한 주머니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가만히 있는 해파리를 떠올리면 모양은 조금 잡히지만, 현대 해파리와 같은 생물이라는 뜻은 아니다. 분류는 여전히 오래된 동물 계통을 이해하는 연구 대상이다. (출처: 케임브리지대 연구 발표)
이번 발견이 특별한 까닭은 나이만이 아니다. 에디아카라 생물은 대부분 단단한 뼈나 껍데기가 없었다. 그래서 흔히 책갈피 사이에 눌린 꽃처럼 평평한 자국으로 남는다. 그런데 노르웨이 핀마르크의 이 표본은 몸의 두께와 가지 표면의 능선까지 입체적으로 보존됐다. 연구진의 해석에 따르면 생물이 해저의 퇴적물 중력류, 쉽게 말해 수중 산사태 같은 흐름에 휩쓸려 빠르게 묻혔다. 압착되기 전에 퇴적물이 몸 주위를 채우면서 3차원 형태가 남은 것이다.
그러니 ‘젤리주머니처럼 보인다’는 표현은 화석에 젤리가 남아 있다는 말이 아니다. 살아 있을 때 단단한 골격 없이 유연한 몸을 가졌다는 비유다. 입체 보존 덕분에 평면 화석에서는 알아보기 어려웠던 가지의 미세한 융기, 즉 능선도 관찰할 수 있었다. 같은 생물도 보존 방식이 달라지면 몸 구조에 관한 질문이 바뀐다. 납작한 그림만 보다가 아주 오래된 물체를 옆에서 한 번 본 셈이다.
이 화석은 스칸디나비아에서 처음 확인된 Charnia이고, 유럽에서 수십 년 만에 보고된 주요 에디아카라 화석 산지의 일부다. 그렇다고 ‘지구 최초의 동물’이 발견됐다고 부르면 안 된다. 정확한 표현은 ‘현재 알려진 가장 오래된 3차원 동물 화석 가운데 하나’다. 에디아카라기에는 여러 복잡한 생명체가 있었고, Charnia의 정확한 계통 위치도 연구 중이다. 논문은 약 5억6000만 년 전 지층의 Charnia와 다른 거대화석, 그리고 이들이 탁류 퇴적층에서 보존된 조건을 함께 다뤘다. (참고: Palaeontology 논문 DOI)
발견 장소도 한몫한다. 유명한 화석 산지만 반복해 찾는 대신 덜 조사된 북극의 들판을 살폈더니, 유럽 생명사 지도가 한 칸 넓어졌다. 오래된 동물은 대단한 자세로 발견되지 않았다. 양이 오가던 땅 아래에서, 말랑했던 몸의 두께만 조용히 버티고 있었다.
한 가지는 더 남는다. 이 생물이 발견된 자리에서 그대로 살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논문 제목부터 탁류 퇴적층을 강조한다. 수중 산사태가 몸을 옮겨 묻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보존된 모양은 몸의 구조를 보여주지만, 원래 살던 정확한 수심과 자세까지 자동으로 알려주지는 않는다. 화석은 오래된 사진이라기보다, 이동과 매몰을 함께 기록한 한 장면에 가깝다. 무엇이 몸이고 무엇이 퇴적 과정의 흔적인지 나누는 일이 다음 질문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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