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웜뱃은 굴을 파고 풀을 먹고, 마지막에는 네모난 똥을 남긴다. 대부분의 동물은 이 대목에서 둥글거나 길쭉한 쪽으로 무난하게 퇴근한다. 웜뱃만 굳이 모서리를 달았다. 자연은 가끔 회의 자료보다 결과물이 세다.
처음 듣는 사람은 거의 같은 곳을 의심한다. “출구가 네모난가?” 아니다. 연구진이 웜뱃의 장을 해부하고 조직의 두께와 탄성을 측정한 결과, 모양을 만드는 곳은 항문이 아니라 장의 마지막 구간이었다. 출구에 죄를 뒤집어씌우기엔 생산라인이 너무 길었다.
장의 마지막 17%에서 벌어지는 일
2021년 《Soft Matter》에 실린 연구는 네모난 덩어리가 장의 마지막 약 17%에서 형성된다고 설명한다. 핵심은 장벽이 사방으로 똑같이 말랑하지 않다는 점이다. 장의 단면에는 상대적으로 두껍고 단단한 부분과 더 잘 늘어나는 부분이 번갈아 나타났다. 연구진의 측정에서는 일부 영역이 약 두 배 두껍고 네 배가량 더 뻣뻣했다.
이 차이가 수축할 때 속도 차이를 만든다. 단단한 부분과 부드러운 부분이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지 않으니, 내용물의 표면에는 평평한 면과 모서리가 생긴다. 연구진은 실제 조직 측정과 탄성 고리의 수학 모형을 함께 사용해 이 과정을 재현했다. 쉽게 말해 장이 밀가루 반죽 틀처럼 네모난 것은 아니다. 서로 다른 탄성의 벽이 번갈아 누르면서 둥근 것을 조금씩 각지게 만든다.
완벽한 주사위처럼 칼로 자른 모양을 상상할 필요는 없다. 실제 배설물은 모서리가 둥글고 개체와 수분 상태에 따라 형태도 달라진다. 연구가 설명한 것은 ‘정육면체 복사기’가 아니라, 부드러운 관에서 평평한 면과 비교적 뚜렷한 모서리가 생기는 물리적 메커니즘이다. 사진 한 장이 너무 반듯해 보여도 웜뱃에게 품질검사 도장을 요구할 일은 아니다.
여기에 건조가 끼어든다. 웜뱃은 소화관에서 수분을 많이 흡수하고, 배설물은 장을 지나는 동안 단단해진다. 물기가 많은 상태라면 아무리 눌러도 모서리가 오래 버티지 못한다. 찰흙은 모양을 잡지만 죽은 계속 퍼지는 것과 비슷하다. 웜뱃의 장은 재료 준비와 성형을 한 건물 안에서 끝내는 셈이다. 공장장은 없고 연동운동만 있다.
왜 굳이 네모여야 했을까
여기서는 아는 것과 추정하는 것을 갈라야 한다. 웜뱃이 냄새 표지로 배설물을 바위나 통나무 위에 남긴다는 관찰은 있다. 네모난 모양이면 경사진 곳에서 덜 굴러가니 영역 표시에도 유리했을 것이라는 설명이 따라붙는다. 그럴듯하다. 하지만 장의 탄성 차이가 어떻게 모서리를 만드는지는 실험으로 살폈어도, 네모난 모양이 왜 진화했는지까지 같은 강도로 입증된 것은 아니다.
그러니 “굴러가지 않으려고 네모가 됐다”는 말은 유력한 가설이지 자연 다큐의 최종 판결문은 아니다. 웜뱃에게 물어볼 수도 없다. 당사자는 오늘도 답변 대신 증거물을 놓고 간다.
웃고 끝내기엔 꽤 쓸모 있는 연구
이 연구가 재미있는 이유는 소재가 특이해서만이 아니다. 부드러운 관 안에서 재료의 모서리를 만드는 원리를 보여준다. 연구진은 이런 결과가 연성 재료의 성형, 소프트로봇, 소화기 건강 연구에 아이디어를 줄 수 있다고 봤다. 딱딱한 금형 없이도 벽의 탄성 차이와 수축 순서로 모양을 만들 가능성이다.
결론은 간단하다. 웜뱃의 똥이 네모난 건 네모난 출구 때문이 아니다. 장의 마지막 부분에 있는 단단한 영역과 부드러운 영역, 그리고 충분히 마른 내용물이 함께 만든 결과다.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생산기술 설명회가 열렸는데, 발표 자료가 똥이었다.
출처
- Soft Matter: Intestines of non-uniform stiffness mold the corners of wombat feces
- APS: Corner Formation in the Wombat’s Cubic Fe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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