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으로 스마트워치를 충전하는 옷은 오래된 미래 기술처럼 들린다. 원리는 이미 알려져 있다. 뜨거운 쪽과 차가운 쪽 사이에 온도차가 생기면 열전재료 안의 전하가 이동해 전압이 만들어진다. 문제는 효율 좋은 재료가 잘 깨지고, 잘 휘어지는 재료는 출력이 약한 경우가 많다는 점이었다.
2026년 9월 7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공개된 연구는 비스무트 텔루라이드 단결정 박막의 결함과 층 사이 에너지를 조절해 유연성과 전기적 성능을 함께 높였다. 셀레늄을 섞어 잘못 자리 잡은 원자 결함을 줄이고, 미세균열이 곧바로 전체 파손으로 번지지 않게 만든 것이 핵심이다.
단결정인데 어떻게 1만 번 휘어졌나
단결정은 원자 배열이 비교적 규칙적이어서 전하가 이동하기 좋다. 반면 변형을 견딜 틈이 적어 쉽게 깨질 수 있다. 연구진은 결함을 무조건 없애는 데 그치지 않고, 층 사이 힘과 균열이 진행되는 방식까지 조절했다.
그 결과 박막으로 만든 유연 열전발전기는 1만 회 굽힘 시험 뒤에도 성능을 유지했다. n형과 p형 단결정 박막의 출력인자도 각각 50.6과 48.2μW·cm⁻¹·K⁻²로 보고됐다. 전기를 잘 만드는 성질과 기계적으로 버티는 성질을 한 재료 안에서 함께 끌어올린 것이다.
제곱미터당 805W를 체온 충전량으로 읽으면 안 된다
연구진은 자연 냉각 조건에서 소자 양쪽에 79.6K의 온도차를 줬을 때 제곱미터당 805W의 출력밀도를 기록했다. 수치만 보면 옷 한 벌이 웬만한 가전제품을 돌릴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79.6K는 사람 피부와 일상 공기 사이에서 소자 양면에 실제로 유지되는 온도차보다 훨씬 크다. 피부가 따뜻해도 옷과 공기, 소자 사이에서 열이 이동하면서 온도차가 줄어든다. 실험실의 큰 온도차에서 얻은 최고 출력밀도를 몸에 붙였을 때의 발전량으로 그대로 환산하면 과장이다.
실제 웨어러블 출력은 면적뿐 아니라 피부 접촉, 바깥쪽 냉각, 옷의 단열, 움직임, 주변 온도에 좌우된다. 여름 실내와 겨울 야외에서 같은 성능이 나올 수도 없다.
재료 한 장과 세탁 가능한 옷 사이에는 여러 층이 있다
제품에는 박막 외에도 전극과 배선, 보호막, 전력관리 회로, 저장장치가 필요하다. 땀과 물에 닿아도 안전해야 하고 반복 세탁과 구김을 견뎌야 한다. 피부에 오래 붙였을 때의 자극과 접착 문제도 검증해야 한다.
소자가 휘어진다는 사실만으로 옷 전체가 편안해지는 것도 아니다. 전극이나 봉합 부위가 먼저 끊어질 수 있고, 보호막을 두껍게 만들면 열이 잘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 재료의 최고 기록과 완성품 성능은 다른 시험표에 적어야 한다.
현실적인 첫 용도는 저전력 장치다
당장 휴대전화를 계속 충전하기보다 건강 모니터링 센서, 위치 표지, 환경 센서처럼 적은 전력을 쓰는 장치의 보조전원부터 적용 가능성이 크다. 배터리를 완전히 없애지 못해도 교체·충전 주기를 늘리는 것만으로 가치가 생길 수 있다.
이번 연구의 의미는 체온 충전 옷이 완성됐다는 데 있지 않다. 잘 휘면 성능이 떨어지고, 성능이 높으면 깨진다는 재료의 충돌을 결함 설계로 줄였다는 데 있다. 몸의 움직임을 버티면서 전기를 만드는 중요한 조건 하나가 해결됐다. 남은 조건은 실제 체온차, 세탁, 안전, 회로를 한 제품 안에서 동시에 통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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