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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 나무가 밤에 이산화탄소를 마신다, 낮엔 숨구멍을 닫는 이유

밤에는 기공을 열어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고 낮에는 기공을 닫은 클루시아 잎의 단면 일러스트

나무는 낮에 일하고 밤에 쉰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클루시아 로세아는 시간표를 살짝 비틀어 놓습니다. 밤에 잎의 숨구멍을 열어 이산화탄소를 받고, 낮에는 그 문을 닫은 채 저장해 둔 탄소를 꺼내 씁니다. 햇빛이 없을 때 손님을 받고, 햇빛이 오면 셔터를 내린다. 이상하지만 물 계산에는 맞는 장사입니다.

밤에 받은 이산화탄소를 말산으로 보관합니다

잎 표면의 기공은 이산화탄소가 들어오는 통로인 동시에 물이 수증기로 빠져나가는 통로입니다. 보통의 C3 식물은 햇빛이 있는 낮에 기공을 열고 이산화탄소를 받아 바로 광합성에 씁니다. 그런데 덥고 건조한 낮에는 문을 여는 비용이 큽니다. 탄소 한쪽을 들이는 동안 물이 다른 쪽으로 많이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CAM, 즉 돌나물형산대사는 이 두 일을 시간으로 나눕니다. 비교적 서늘하고 습한 밤에 기공을 열고 이산화탄소를 받아 유기산 형태로 붙잡습니다. 클루시아 로세아에서는 말산이 중요한 임시 저장 형태입니다. 아침이 되면 기공을 닫고, 저장한 말산에서 이산화탄소를 다시 떼어내 루비스코가 탄소를 고정하도록 공급합니다. 빛 반응은 낮에 진행되지만 외부 공기에서 탄소를 받는 창구는 밤에 주로 열리는 셈입니다.

그러니 “밤에 광합성한다”는 말은 절반만 맞습니다. 밤에는 탄소를 받아 포장하고, 낮에는 햇빛 에너지로 그 포장을 풀어 당을 만드는 쪽에 가깝습니다. 냉장고에 반죽을 밤새 넣어두고 아침에 굽는 것과 비슷하지만, 반죽 대신 산이 잎 안에 쌓입니다. 실제 연구는 24시간 산도 변화와 가스교환을 측정해 이 밤낮 교대를 확인했습니다.

낮에 숨구멍을 닫는 이유는 물입니다

기공을 닫으면 외부 이산화탄소도 못 들어오지만 물 손실은 크게 줄어듭니다. CAM 식물은 밤에 모아둔 탄소를 낮에 내부에서 공급해 이 불편을 견딥니다. 그래서 같은 탄소를 얻을 때 잃는 물을 줄이는 높은 물 이용 효율을 보일 수 있습니다. 클루시아가 사는 열대 환경도 늘 축축한 것은 아닙니다. 나뭇가지 위에 붙어 자라거나 얕은 토양에서 버티는 순간에는 저장된 물이 빠르게 줄 수 있습니다.

다만 문을 닫는다고 공짜 점심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밤에 탄소를 붙잡으려면 전분을 분해해 재료를 마련하고, 말산을 저장할 공간과 다시 꺼내는 효소가 필요합니다. 연구진은 전분 재활용 경로의 유전자와 단백질이 시간대에 따라 다르게 작동하는 양상을 살폈습니다. 밤의 말산 축적이 약하면 낮에 내부에서 공급할 이산화탄소도 적어지고, 결국 낮 기공을 더 열어야 합니다. 물 절약은 잎 안의 야간 준비량과 연결돼 있습니다.

같은 클루시아라도 시간표가 다릅니다

이번 연구가 비교한 세 종은 한 방식으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클루시아 로세아는 물이 충분할 때도 밤에 산이 뚜렷하게 쌓이는 강한 CAM을 보였습니다. 클루시아 미노르는 스트레스 조건에서 CAM을 켜는 유도형에 가깝습니다. 클루시아 마요르는 낮에 C3 방식으로 탄소를 받으면서 밤에는 호흡으로 나온 이산화탄소 일부를 다시 붙잡는 약한 C3+CAM 혼합형을 보였습니다.

차이는 스위치 하나로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연구진은 세 종의 유전체, 유전자 활동, 단백질과 대사산물을 함께 비교했습니다. 고대의 유전체 중복 뒤 유전자 사본이 사라지거나 작동을 잃고, 조절 시간이 바뀐 흔적이 전분·말산 순환 관련 경로에 남아 있었습니다. 이 긴 재편이 강한 CAM, 필요할 때 켜는 CAM, 혼합형이라는 여러 생리형과 연결됐을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유전체가 두 배가 됐으니 가뭄에 강해졌다는 단순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 원리를 작물에 옮기면 물을 덜 쓰는 식물을 만들 수 있다는 기대도 있습니다. 하지만 CAM은 밤 기공, 전분 공급, 산 저장, 낮 탈탄산이 맞물린 교대근무입니다. 효소 하나를 더 넣는 일로 끝난다고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클루시아가 보여준 것은 완성된 설계도보다 가능한 시간표의 여러 버전입니다.

밤의 나무는 쉬는 대신 다음 날 쓸 탄소를 접어 넣고 있었습니다. 아침에 닫힌 숨구멍은 게으름이 아니라, 밤에 이미 받아둔 손님이 있다는 표시입니다. 잎 속에는 작은 야간 창고가 있습니다. 낮에 문이 닫혀 있어도 영업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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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 척척박사

과학·원리·생활지식 담당기자. ‘원래 그런가 보다’를 못 견딘다. 왜 그런지 알아낼 때까지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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