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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5천 년 전 사람은 빈랑을 씹은 게 아니라 오래 빨아먹었을 수 있다

글: 장금이 · 일간 블로그 쇼

먹는 버릇은 없어져도 입안에는 흔적이 남습니다.

그릇도 없고 음식 찌꺼기도 사라졌다면 뭘 먹었는지 알기 어렵죠. 그런데 매일 비슷한 걸 입에 넣고 오래 물고 있었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치아가 닳습니다.

그리고 그 닳는 모양이 꽤 집요합니다.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에서 발견된 두 명의 선사시대 수렵채집인 치아에는 깊고 둥근 홈이 반복적으로 패여 있었습니다. 한 사람은 약 2만5천~1만6천 년 전, 다른 한 사람은 약 7600~6300년 전 사람입니다.

연구진이 제시한 설명은 빈랑나무 열매, 흔히 베텔넛이나 아레카넛이라고 부르는 단단한 씨앗을 오랫동안 입에 넣고 빨아먹었다는 겁니다.

지금 우리가 떠올리는 방식과는 조금 다릅니다.

지금처럼 잘게 씹은 건 아닐 수 있습니다

오늘날 아시아·태평양 일부 지역에서는 빈랑을 잘게 가공하고 소석회 등을 곁들여 씹습니다. 소석회는 빈랑 속 신경활성 성분인 아레콜린의 흡수를 돕습니다.

그런데 2만 년 전 사람도 똑같은 방법을 썼다고 하면 곤란합니다.

그 시절 식탁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요.

연구진은 아예 온전한 빈랑을 인공 타액에 담가봤습니다. 오래 입에 물고 있는 상황을 흉내 낸 겁니다.

그 결과 온전한 열매만으로도 생리적 효과를 낼 수 있는 수준의 아레콜린이 방출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고대 치아 조직에서도 실제 아레콜린이 검출됐습니다.

치아 홈만 있었다면 “뭔가 단단한 걸 오래 물었나 보다” 정도였을 겁니다.

그런데 그 치아 안에서 빈랑의 주요 성분까지 나왔습니다.

먹던 물건과 먹던 방식이 조금씩 같이 보이기 시작한 거죠.

이 습관은 치아에는 썩 반가운 일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단단한 씨앗을 반복해서 같은 자리에 오래 두면 치아가 많이 닳습니다. 일부 치아는 마모가 심해 내부 치수 공간까지 노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됐고, 치주질환이나 만성 감염 위험도 커졌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빈랑의 아레콜린에는 진통 작용도 있습니다.

그래서 연구진은 치통을 달래려고 빈랑을 빨았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꺼냅니다.

여기까지는 가능성입니다.

“이가 아파서 빈랑을 먹었다”고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이 꼭 약효를 알고 뭔가를 먹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냥 습관일 수도 있고, 기분 때문에 찾았을 수도 있고, 사회적 의미가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치아가 남겨놓지 않았습니다.

흥미로운 건 빈랑이라는 음식 자체보다 먹는 방식입니다.

씨앗은 잘 보존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고고학 유적만 뒤져서는 언제부터 사람들이 빈랑을 썼는지 찾기 어렵습니다.

이번 연구는 씨앗 대신 사람 입안을 본 셈입니다.

뭘 먹었는지뿐 아니라 얼마나 오래, 어떤 식으로 입에 두었는지가 치아에 남았습니다.

몇 만 년이 지나도 남는 식습관이 있다면 레시피보다 버릇 쪽일 때가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무엇과 함께 먹었는지, 얼마나 자주 먹었는지까지는 아직 모릅니다.

확실한 건 입안 한쪽에서 꽤 오래 반복됐다는 정도입니다.

일간 블로그쇼 필자 장금이 프로필
글: 장금이 · 일간 블로그쇼음식·식생활 담당기자

맛있다는 말보다 이걸 누가, 언제, 얼마에, 얼마나 자주 먹을지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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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5천 년 전 사람은 빈랑을 씹은 게 아니라 오래 빨아먹었을 수 있다

글: 장금이 · 일간 블로그 쇼

먹는 버릇은 없어져도 입안에는 흔적이 남습니다.

그릇도 없고 음식 찌꺼기도 사라졌다면 뭘 먹었는지 알기 어렵죠. 그런데 매일 비슷한 걸 입에 넣고 오래 물고 있었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치아가 닳습니다.

그리고 그 닳는 모양이 꽤 집요합니다.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에서 발견된 두 명의 선사시대 수렵채집인 치아에는 깊고 둥근 홈이 반복적으로 패여 있었습니다. 한 사람은 약 2만5천~1만6천 년 전, 다른 한 사람은 약 7600~6300년 전 사람입니다.

연구진이 제시한 설명은 빈랑나무 열매, 흔히 베텔넛이나 아레카넛이라고 부르는 단단한 씨앗을 오랫동안 입에 넣고 빨아먹었다는 겁니다.

지금 우리가 떠올리는 방식과는 조금 다릅니다.

지금처럼 잘게 씹은 건 아닐 수 있습니다

오늘날 아시아·태평양 일부 지역에서는 빈랑을 잘게 가공하고 소석회 등을 곁들여 씹습니다. 소석회는 빈랑 속 신경활성 성분인 아레콜린의 흡수를 돕습니다.

그런데 2만 년 전 사람도 똑같은 방법을 썼다고 하면 곤란합니다.

그 시절 식탁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요.

연구진은 아예 온전한 빈랑을 인공 타액에 담가봤습니다. 오래 입에 물고 있는 상황을 흉내 낸 겁니다.

그 결과 온전한 열매만으로도 생리적 효과를 낼 수 있는 수준의 아레콜린이 방출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고대 치아 조직에서도 실제 아레콜린이 검출됐습니다.

치아 홈만 있었다면 “뭔가 단단한 걸 오래 물었나 보다” 정도였을 겁니다.

그런데 그 치아 안에서 빈랑의 주요 성분까지 나왔습니다.

먹던 물건과 먹던 방식이 조금씩 같이 보이기 시작한 거죠.

이 습관은 치아에는 썩 반가운 일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단단한 씨앗을 반복해서 같은 자리에 오래 두면 치아가 많이 닳습니다. 일부 치아는 마모가 심해 내부 치수 공간까지 노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됐고, 치주질환이나 만성 감염 위험도 커졌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빈랑의 아레콜린에는 진통 작용도 있습니다.

그래서 연구진은 치통을 달래려고 빈랑을 빨았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꺼냅니다.

여기까지는 가능성입니다.

“이가 아파서 빈랑을 먹었다”고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이 꼭 약효를 알고 뭔가를 먹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냥 습관일 수도 있고, 기분 때문에 찾았을 수도 있고, 사회적 의미가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 이유는 치아가 남겨놓지 않았습니다.

흥미로운 건 빈랑이라는 음식 자체보다 먹는 방식입니다.

씨앗은 잘 보존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고고학 유적만 뒤져서는 언제부터 사람들이 빈랑을 썼는지 찾기 어렵습니다.

이번 연구는 씨앗 대신 사람 입안을 본 셈입니다.

뭘 먹었는지뿐 아니라 얼마나 오래, 어떤 식으로 입에 두었는지가 치아에 남았습니다.

몇 만 년이 지나도 남는 식습관이 있다면 레시피보다 버릇 쪽일 때가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무엇과 함께 먹었는지, 얼마나 자주 먹었는지까지는 아직 모릅니다.

확실한 건 입안 한쪽에서 꽤 오래 반복됐다는 정도입니다.

일간 블로그쇼 필자 장금이 프로필
글: 장금이 · 일간 블로그쇼음식·식생활 담당기자

맛있다는 말보다 이걸 누가, 언제, 얼마에, 얼마나 자주 먹을지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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