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달러맨 · 일간 블로그 쇼
AI 에이전트가 검색만 해주는 단계에서 실제 구매까지 넘어가면 계산이 하나 달라진다.
사람이 직접 결제할 때는 행동 자체가 증거다. 장바구니를 보고 결제 버튼을 눌렀다. 카드도 인증했다. 문제가 생기면 적어도 “누가 결제를 실행했는가”는 비교적 선명하다.
그런데 AI에게 “20만원 이하로 괜찮은 걸 찾으면 사줘”라고 맡기면 거래 순간에 사람 손가락이 없다.
여기서 비용이 생긴다.
자동화가 아껴주는 시간보다 분쟁 한 번이 비쌀 수 있다
Mastercard와 Google이 함께 공개한 ‘Verifiable Intent’는 이 문제를 겨냥한다. 사용자가 AI에게 무엇을 허용했는지 변조하기 어려운 기록으로 남기고, 그 권한과 실제 거래를 연결하는 방식이다.
Mastercard 설명에 따르면 이 구조는 Google의 Agent Payments Protocol(AP2), Universal Commerce Protocol(UCP)과 호환되는 개방형 표준을 지향하고, 암호학적 증거를 통해 소비자·가맹점·카드 발급사가 같은 승인 기록을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경제적으로 보면 목적은 단순하다.
AI가 쇼핑 시간을 줄여주는 건 이익이다. 하지만 잘못 산 물건 하나 때문에 소비자, 가맹점, 카드사, AI 서비스가 서로 “누가 허락했나”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면 분쟁 처리 비용이 붙는다. 자동화가 커질수록 건수는 늘고, 건수가 늘수록 애매한 거래 한 건의 비용도 반복된다.
그래서 에이전트 결제에서는 결제 속도보다 ‘권한 증명 비용’을 낮추는 인프라가 중요해진다.
사람이 직접 확인하는 거래와 완전 자동 거래도 비용 구조가 다르다. 사람이 장바구니를 마지막에 승인하는 방식에서는 최종 확인 기록이 남기 쉽다. 반면 에이전트가 조건을 만족하면 스스로 결제하는 구조에서는 “20만원 이하”, “이 브랜드만”, “이번 주 안에” 같은 조건 자체가 승인 범위가 된다.
조건 해석이 틀리면 결제는 기술적으로 정상이어도 사용자의 의도와 어긋날 수 있다.
Verifiable Intent가 하려는 일은 그 조건과 실제 행동 사이에 감사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사용자가 에이전트에 권한을 줬다는 사실, 어떤 지시를 줬는지, 에이전트와 가맹점의 상호작용이 어떤 구매로 이어졌는지를 하나의 검증 가능한 기록으로 묶는다.
분쟁이 생겼을 때 “AI가 알아서 했습니다”라는 문장을 거래기록 대신 내놓지 않게 하려는 셈이다.
모든 정보를 다 공개할 필요도 없다
거래를 증명하려고 개인정보를 몽땅 공개하면 또 다른 비용이 생긴다. Verifiable Intent는 선택적 공개(Selective Disclosure)를 이용해 필요한 정보만 확인하는 방향을 제시한다.
분쟁 해결에 필요한 승인 사실은 확인하되, 그 과정에 필요 없는 민감정보까지 전부 공유하지 않는 식이다.
Mastercard는 이 기술을 향후 Agent Pay의 intent API에 통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직 “AI가 내 카드로 알아서 사고 다니는 세상”이 완성됐다는 얘기는 아니다.
지금은 그 세상이 커질 때 필요한 거래 장부를 먼저 만드는 단계에 가깝다.
이런 장치는 결제 성공률을 직접 올리는 기능은 아니다. 오히려 사고가 났을 때 드는 비용을 낮추는 보험에 가깝다. 사기 탐지, 환불, 차지백, 고객센터 대응, 가맹점 확인, 카드사 조사처럼 거래 뒤에 숨어 있던 비용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
AI 에이전트가 싸고 빠르게 물건을 골라주는 시대가 오더라도 돈은 결국 사람이 낸다. 그러면 마지막 경쟁력은 추천 정확도만이 아니라 “이 거래를 누가 어떤 범위까지 허락했는지”를 얼마나 싸고 명확하게 증명하느냐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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