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한가운데 블랙홀을 놓고 딱 1분 뒤에 식판을 걷는다고 치자. 나는 산 하나쯤 없어져 있을 줄 알았다. 하다못해 덤프트럭 한 대분은 돼야 블랙홀을 갖다 놓은 보람이 있지 않나.
계산기에 나온 건 6.7g이다. 트럭을 취소하고 주방 저울을 꺼내야 한다. 단, 이건 지구 속에서 잰 값이 아니다. 인류 전체만큼 무거운 블랙홀에 딱 한 가지 식사법을 허락했을 때 나오는 첫 1분치다. 그 식사법에 꽤 까다로운 주문이 붙는다.
지구 중심에 있는 걸 먼저 잘 흐르게 해야 한다
손님 몸무게부터 정하자. 83억 명에 한 사람 평균 50kg을 곱해 4,150억kg. 둘 다 이 사고실험을 위해 정한 숫자다. 회전과 전하가 없는 블랙홀이라면 이 질량에서 사건지평선 반지름이 약 0.62펨토미터다. 양성자를 놓고 크기를 따질 때 쓰는 단위다. 그렇게 작은 구멍 앞에 앉아서 내핵을 한 숟갈씩 밀어 넣어 줄 사람은 없다. 그럼 대체 뭐가 떠먹여 주나.
블랙홀의 중력은 그 작은 경계 바깥까지 닿는다. 가까운 물질이 끌려오면 그 뒤의 물질도 움직인다. 동시에 물질 내부의 압력은 눌리는 데 맞서고, 압력 변화가 전해지는 빠르기가 흐름에 영향을 준다. 구멍의 입구 넓이만 재서는 저울 눈금을 맞힐 수 없는 이유다. 헤르만 본디가 계산한 건 물질이 사방에서 한 중심으로 꾸준히 흘러드는 이런 상황이다. 본디의 1952년 논문
그런데 본디가 다룬 건 기체고 지구 내핵은 고체다. 여기서 한 번 눈감아 줘야 오늘의 식사가 나온다. 내핵 물질이 유체처럼 흐른다고 놓고, PREM 지구 모형에서 중심 밀도 약 13,089kg/m³를 가져왔다. 유효 음속은 약 10.44km/s. 지진파 중 제일 빠른 P파 속도를 그대로 쓴 게 아니라 P파와 S파 속도로 압축에 해당하는 성분을 구했다. 흡수계수 λ는 1로 정했다. PREM 지구 내부 모형
이 값으로 본디식 4πλρG²M²/cₛ³을 계산하면 초당 약 0.111g이다. 60초면 6.7g, 처음 속도를 하루치로 환산하면 약 9.6kg. 식에서 ρ는 주변 밀도, M은 블랙홀 질량, cₛ는 유효 음속이다. 내가 좀 전에 정한 λ만 0.25로 슬쩍 돌려도 1분치는 1.7g으로 줄어든다. 지구는 아직 손도 안 댔고 계산기에서 계수 하나 바꿨을 뿐이다. 첫 숟갈을 소수점 아래까지 달아 놓고 저울이 정밀하다고 자랑하기엔 좀 그렇다.
내일도 9.6kg이면 날짜를 셀 수 있을 텐데
감자 한 포대를 매일 같은 양씩 덜어 먹으면 끝나는 날을 셀 수 있다. 블랙홀은 먹은 만큼 제가 무거워진다. 방금 식에 들어간 M이 제곱이라, 주위 밀도와 음속이 그대로면 몸무게 두 배인 손님은 네 배 속도로 먹는다. 첫날 먹은 양으로 지구 무게를 나누면 계산은 아주 잘 된다. 그 나눗셈이 묘사하는 손님만 자리에 없다.
끝까지 같은 밀도와 음속을 고집하면 어떻게 될까. 식에서는 첫 두 배에 약 5,900만 년, 그다음 두 배에는 그 절반이 걸린다. 계속 반으로 줄어드는 시간들을 더하면 약 1억 1,800만 년에 질량이 무한대로 튄다. 유한한 지구를 갖다 줬는데 식판에서 무한한 음식이 나왔다. 이쯤이면 날짜에 동그라미 칠 게 아니라 어느 가정이 먼저 무너졌는지 봐야 한다.

실제라면 열이 주변을 바꾸고 물질 공급도 달라진다. 블랙홀이 호킹복사로 잃는 질량도 있다. 앞에서 센 6.7g은 이 손실을 빼기 전, 단순화한 내핵에서 안으로 흘러든 양이다. 순전히 얼마나 살이 붙을지는 또 다른 계산이다. 지구 내부 블랙홀의 흡수와 증발을 함께 다룬 연구

그러니 식판은 약속대로 1분에 걷는 편이 좋겠다. 여기까지는 저울에 올릴 게 있다.
계산: PREM 중심 밀도 13,088.5kg/m³, P파 11.2622km/s·S파 3.6678km/s에서 구한 벌크 음속 약 10.4355km/s, λ = 1을 사용한 자체 계산. 분당 6.662g·하루 9.594kg을 본문에서 반올림했다. 실제 지구 내부의 수치 시뮬레이션 결과가 아니다.
삽화는 AI로 생성한 개념 연출이며 실제 축척이나 관측 장면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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