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아메리카의 방패와 울버린의 발톱을 한 무대에 올리면, 금속 이름부터 맞춰 보고 싶어진다. 둘 다 아다만티움이면 결국 같은 쇳덩어리 아닌가. 그런데 마블은 여기서 악보에 작은 글씨를 붙인다. proto, true, beta. 제목은 비슷한데 연주할 페이지가 달라진다. 작은 글씨를 넘긴 채 합주를 시작하면 방패 설명에 울버린의 몸속 사정이 섞인다.
먼저 펼칠 악보는 코믹스다. 여기서 비교하는 건 스티브 로저스의 대표적인 원형 방패와 울버린의 금속 골격·발톱이다. MCU 영화의 방패나 기존 엑스맨 영화 속 울버린까지 한 번에 설명하는 금속 도감은 아니다. 같은 캐릭터 이름이 붙었다고 매체 사이의 설정이 자동으로 이사하지는 않는다.
캡틴의 방패: 재연하지 못한 원곡
마블의 공식 설명에서 이 방패는 비브라늄과 강철이 결합한 물질, 프로토 아다만티움(proto-adamantium)이다. 금속학자 마이런 맥레인이 연구하던 중 우연히 얻었지만, 같은 과정을 다시 성공시키지 못했다. 원곡은 남았는데 다시 연주할 방법을 찾지 못한 셈이다. 물론 비유다. 방패 안에 악보가 들어 있다는 뜻은 아니다.
그래서 ‘비브라늄인가, 아다만티움인가’라는 양자택일이 여기서는 어긋난다. 비브라늄이 들어간 그 특별한 결합물에 프로토 아다만티움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비브라늄 자체와 같다고 해도, 울버린에게 쓰인 금속과 똑같다고 해도 앞부분을 놓친다. proto라는 작은 글씨가 물건의 출신을 가른다. 이 설명을 정확한 배합 비율까지 알려주는 제조법으로 읽을 근거도 없다.
맥레인이 후속 연구에서 얻은 것은 트루 아다만티움(true-adamantium)이었다. 이번에는 비브라늄 없이 만든 변형이다. 이름에 true가 붙으니 앞선 금속보다 진짜 같지만, 공식 설명은 오히려 프로토보다 강도와 내구성이 낮다고 구분한다. 그래도 대부분의 공격을 견딜 만큼 매우 견고하다. ‘진짜’라는 이름만 보고 방패 쪽을 가짜로 밀어낼 수는 없다. 이름표가 오디션 결과는 아닌 것이다.
울버린의 발톱: 몸에 들어가며 바뀐 편곡
울버린 쪽은 악보가 한 번 더 바뀐다. 마블의 골격 해설은 그의 뼈와 원래 있던 뼈 발톱을 덮는 금속을 트루 아다만티움으로 설명한다. 웨폰 X가 몸에 결합한 것이다. 금속 발톱만 따로 장착했다는 식으로 읽으면, 금속 아래에 있는 원래 발톱을 빼먹게 된다.
그런데 같은 공식 해설에는 아다만티움 베타(adamantium beta)도 나온다. 결합 과정에서 울버린의 능력과 금속이 상호작용해 생긴 변형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니 ‘트루라고 하더니 왜 베타라고 하나’라는 의문은 출발 금속과 몸속에서 달라진 상태를 나누면 풀린다. 원곡의 이름과 편곡판의 이름을 같은 칸에 적어 놓아서 생긴 혼선에 가깝다. 베타를 무조건 더 센 신제품처럼 읽을 이유도 없다.
아다만티움은 이름 하나로 끝나는 단일 제품이 아니다. 제조 비용 때문에 개발된 세컨더리 아다만티움(secondary-adamantium)도 있고, 공식 설명상 앞선 종류보다 쉽게 파괴될 수 있다. 어느 작품에서 ‘아다만티움’이라는 말이 들렸다면 접두어와 쓰인 대상을 함께 보는 편이 정확하다. 작은 글씨를 읽는 수고가, 엉뚱한 금속끼리 붙여 놓는 수고보다는 덜하다.
방패와 발톱의 승패표를 만들기 전에
그렇다면 울버린이 캡틴의 방패를 자를 수 있을까. 여기서 확인한 재료 설명만으로 모든 대결의 결과를 판정할 수는 없다. 대표 방패와 트루 아다만티움의 내구성 차이는 말할 수 있어도, 어느 장면에서든 누가 이긴다는 판정까지 따라오지는 않는다. 프로토 방패조차 비욘더의 힘을 얻은 닥터 둠처럼 초월적인 힘에 손상된 사례가 공식 해설에 있다. ‘매우 견고하다’를 ‘어떤 이야기에서도 깨지지 않는다’로 연주하면 음이 달라진다.
다음에 방패와 발톱 비교 장면을 만나면 작품명, 매체, 그때의 방패와 금속 종류부터 확인하면 된다. MCU의 전투 장면을 이 코믹스 설명의 증거로 쓰거나, 여기서 영화 속 타노스 검의 재질을 끌어내지는 말자. 합주를 하려면 먼저 같은 악보를 펼쳐야 한다. 지금 펼친 코믹스 악보에는 방패 쪽에 proto, 울버린 쪽에는 true에서 beta로 이어지는 설명이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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