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장금이 · 일간 블로그쇼
고소애가 근력 유지 기능성 원료로 인정됐다는 소식이 나왔다. 문장만 빨리 읽으면 접시에 애벌레를 한 숟갈 올리고 팔뚝을 기다리는 그림이 된다. 먹는 사람 입장에선 여기서 숟가락을 잠깐 내려놓는 게 좋다. 인정받은 것은 아무 고소애 음식이 아니라 특정 제조 과정을 거친 ‘고소애 가수분해물’이다.
농촌진흥청은 갈색거저리 애벌레인 고소애의 가수분해물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노화로 인해 감소할 수 있는 근력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음’이라는 기능성을 인정받아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로 등록됐다고 밝혔다. ‘도움을 줄 수 있음’은 치료제라는 뜻도, 먹는 즉시 근육이 붙는다는 보장도 아니다. 건강기능식품 문구는 말끝 하나까지 범위다.
벌레 한 마리와 기능성 원료 사이에는 공정이 있다
가수분해물은 단백질을 효소 등으로 더 작은 펩타이드나 아미노산 형태로 나눈 것이다. 농진청은 고소애 탈지 분말에 효소를 처리해 고분자 단백질을 저분자화하는 제조기술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니 일반 고소애 분말, 고소애가 들어간 간식, 이번에 인정받은 가수분해물을 한 냄비에 넣으면 안 된다. 원재료가 같아 보여도 제조법과 규격, 섭취량이 다르면 기능성 인정의 대상도 달라진다.
이 차이는 김치와 유산균 캡슐이 둘 다 발효 이야기를 한다고 같은 제품이 아닌 것과 비슷하다. 밥상에서는 재료 이름이 먼저 보이지만, 기능성 원료에서는 어떤 성분을 어떤 공정으로 만들고 얼마나 먹게 했는지가 먼저다. 고소애라는 이름이 기사 제목을 먹었지만, 심사표를 통과한 주인공은 가수분해물이다.
44명·12주·하루 2g, 숫자의 울타리를 넘지 말자
농진청이 공개한 인체적용시험은 50~75세 성인 44명에게 12주 동안 하루 2g의 고소애 가수분해물을 제공한 방식이다. 발표 자료에는 악력이 평균 21.4kg에서 26.8kg으로 5.4kg 늘었고, 다섯 번 의자에서 앉았다 일어서기 시간도 7.38초에서 6.23초로 줄었다고 적혀 있다. 대퇴사두근 신전근과 굴곡근 지표의 변화도 보고됐다.
여기서 숫자를 식탁 밖으로 뛰게 만들면 곤란하다. 이 결과를 모든 연령과 모든 제품, 모든 섭취량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표본과 기간, 시험에 사용한 원료가 정해진 결과다. 다른 식품에 고소애가 들어갔다고 같은 효과를 약속할 수 없고, 운동이나 균형 잡힌 식사를 대체한다는 결론도 공개 자료에 없다. 44명에게서 나온 숫자가 전국민 팔뚝에 자동 배달되는 시스템은 아직 없다.
제품을 살 때는 벌레 그림보다 기능성 문구를 본다
실제 제품이 나오면 소비자가 볼 것은 제품명보다 건강기능식품 표시, 기능성 내용, 하루 섭취량, 섭취 시 주의사항이다. 이번 발표는 원료 등록 소식이지 시중의 모든 고소애 제품을 추천한 목록이 아니다. 알레르기나 질환, 복용 중인 약이 있다면 제품 주의사항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전문가와 상담해야 한다. 특히 치료 중인 사람이 건강기능식품을 의약품 대신 쓰는 판단은 별개의 문제다.
정부는 9월 8일 강원 춘천에 연간 1천 톤 규모의 곤충 원료 생산이 가능한 거점단지를 준공했고, 건강기능식품·음료·단백질 분말·메디푸드 등으로 산업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생산능력이 생겼다는 것과 내 앞의 제품이 검증됐다는 것도 같은 문장이 아니다. 공장은 원료를 만들고, 표시는 제품의 자격을 말한다.
고소애 소식의 진짜 변화는 벌레를 먹느냐 마느냐만이 아니다. 일반식품 원료였던 재료가 제조공정과 인체적용시험을 거쳐 특정 기능성 원료로 한 칸 이동했다는 데 있다. 숟가락보다 먼저 움직여야 하는 것은 눈이다. 이름, 원료, 공정, 표시. 네 칸을 보고 나면 팔뚝은 아직 그대로여도 판단은 조금 단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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