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달러맨 · 일간 블로그쇼
마트에서 물건 하나를 뒤집는다. 원재료는 여기, 인증은 저기, 리콜 여부는 다른 사이트다. 정보는 많다. 다만 소비자가 택배기사처럼 사이트 사이를 뛰어야 한다. 정부와 관련 기관이 이번에 줄이겠다고 한 비용은 상품값이 아니라 이 이동시간이다.
산업통상부·공정거래위원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소비자원은 9월 29일 유통산업 발전과 소비자 보호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핵심 가운데 하나는 산업부와 대한상의의 상품정보 데이터베이스를 소비자24와 연계하는 계획이다. 상품정보 DB에는 약 40만 상품의 상품명, 인증정보, 원재료 등 약 50개 항목이 있고, 소비자24에는 상품 기본정보와 위해·리콜·인증·비교정보 등 약 1천만 건의 정보가 있다고 기관들은 설명했다.
40만 개를 새로 만드는 게 아니라 흩어진 장부를 잇는다
숫자로 바꾸면 구조가 보인다. 한쪽에는 상품 40만 개의 표준 정보가 있고, 다른 쪽에는 안전·리콜·비교 정보를 포함한 거대한 소비자 포털이 있다. 이번 협약은 두 창고를 합쳐 새 상품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같은 상품을 찾을 때 서로 다른 장부를 오가는 횟수를 줄이려는 연결 작업이다. 데이터가 이미 많아도 열쇠가 다른 방에 있으면 소비자는 계속 복도를 뛴다.
기관들이 제시한 그림은 소비자24에서 상품 바코드를 검색하면 기본사항, 원재료, 영양성분 같은 정보를 한 번에 확인하는 방식이다. 다만 보도자료의 표현은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다. 지금 모든 상품에서 그 기능이 완성됐다는 발표가 아니다. 협약을 체결했고 시스템 연계를 추진한다는 단계다. 오늘 마트에서 모든 바코드를 찍으면 50개 항목이 즉시 펼쳐진다고 단정하면 장부보다 계산이 먼저 나간다.
바코드는 가격표가 아니라 상품을 찾는 주소가 된다
연계가 실제로 구현되면 소비자에게 중요한 것은 항목 수 자체보다 대조 비용이다. 구매 전에 원재료와 인증을 보고, 문제가 생겼을 때 같은 상품의 리콜 여부를 다시 확인하는 흐름이 한 검색 안에서 이어질 수 있다. 상품명이 비슷하거나 포장이 바뀌면 이름 검색만으로 헷갈릴 수 있는데, 바코드는 특정 상품을 좁히는 단서가 된다. 검색 한 번이 판단을 대신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같은 물건을 여러 사이트에서 다시 찾는 품은 줄일 수 있다.
그렇다고 바코드가 만능 판정기는 아니다. 원재료가 표시돼도 개인의 알레르기나 섭취 조건에 맞는지는 별도 판단이 필요하고, 인증이 있다는 사실과 모든 위험이 없다는 뜻도 같지 않다. 정보가 연결되면 더 빨리 볼 수 있을 뿐, 읽고 비교하는 일까지 자동 결제되지는 않는다. 계산기 버튼이 가까워졌다고 지출이 저절로 현명해지는 건 아닌 것과 같다.
소비자가 확인할 것은 ‘몇 건’보다 ‘언제부터 어디까지’다
실제 서비스가 열리면 세 가지를 보면 된다. 연계 적용 시점, 바코드 검색이 되는 상품 범위, 각 정보의 갱신일이다. 40만은 큰 숫자지만 국내 유통 상품 전체와 같은 말은 아니다. 약 50개 항목도 모든 상품에 빈칸 없이 똑같이 채워진다는 보장은 보도자료에 없다. 숫자는 규모를 보여주고, 빈칸과 갱신일은 사용성을 보여준다.
기관들은 시스템 연계뿐 아니라 공동 정책과제, 자율규제, 상품안전 교육을 다룰 협력협의회도 운영할 계획이다. 결국 바코드 한 줄이 할 일은 상품을 계산대로 보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앞으로는 정보가 있는 서랍까지 소비자를 데려가는 주소가 될 수 있다. 다만 아직 이사 계약을 맺은 단계다. 입주 완료 표시는 실제 서비스 화면이 뜬 뒤에 붙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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