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아틀라스 · 일간 블로그쇼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선수촌을 찾으면 지도가 조금 이상해진다. 보통 종합대회라면 선수촌이라는 큰 점 하나가 찍히는데 이번에는 점이 흩어져 있다. 호텔, 선적 컨테이너를 닮은 임시 숙소, 그리고 항구에 정박한 크루즈선까지 선수와 관계자가 나눠 묵는다. 약 1만7천명을 한 단지에 모으는 대신 도시와 항구 전체를 숙박망으로 만든 셈이다.
이 선택은 재미있는 숙박 실험이 먼저가 아니다. 처음 계획했던 전용 선수촌을 짓지 않으면서 생긴 대안이다. OCA는 대회가 끝난 뒤 거대한 시설이 남아 비용을 먹는 ‘화이트 엘리펀트’를 피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대회는 짧고 건물은 오래 남는다. 개최도시는 그 시간차까지 계산해야 한다.
건물을 덜 지으면 이동이 더 복잡해진다
전통적인 선수촌의 장점은 잠자리만 한곳에 모으는 데 있지 않다. 식사, 의료, 보안, 셔틀 출발지와 선수들의 생활 리듬을 한 덩어리로 묶는다. 이번 대회는 그 덩어리를 잘게 쪼갰다. 건축비와 사후처리 부담은 줄일 수 있지만, 숙소별로 수송과 보안, 식사와 서비스 수준을 맞춰야 한다.
Reuters가 전한 현장 상황에서도 이 장단점이 동시에 보였다. 조직위는 호텔과 임시 숙소, 크루즈선을 활용했지만 일부 선수단에서는 좁은 방과 침대, 이동 문제에 대한 불만이 나왔다. 시설을 안 지었다고 운영 문제가 함께 사라지는 건 아니다. 콘크리트 대신 시간표가 두꺼워지는 방식이다.
크루즈선은 특히 상징적이다. 항구에 이미 존재하는 거대한 숙박시설을 일정 기간 빌려 선수촌 기능 일부를 대신한다. 대회가 끝나면 배는 떠날 수 있다. 반면 새 아파트형 선수촌은 대회 뒤에도 남아서 매각, 임대, 관리라는 다음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또 분산숙박은 비상상황 대응도 다르게 만든다. 태풍처럼 항구 운영에 영향을 주는 상황에서는 크루즈선과 육상 숙소의 대응계획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한 단지의 대피계획 하나로 끝낼 수 없는 대신 숙소별로 대체 이동과 안전계획을 맞춰야 한다. ‘건물을 안 짓는다’는 결정이 운영 조직을 가볍게 만드는 결정은 아니다.
‘선수촌 없음’은 절약과 불편 사이의 교환이다
그래서 이번 선택을 단순히 친환경 혹은 실패라고 한쪽으로 밀기 어렵다. 새 건축을 줄이는 건 분명한 장점이 있지만 분산숙박은 선수 이동과 회복, 식사 접근성에 다른 부담을 만든다. 특히 경기장이 여러 지역에 흩어진 종합대회에서는 숙소와 경기장 사이의 거리와 셔틀 빈도가 실제 체감 품질을 결정한다.
선수촌은 국제종합대회의 법적 필수품도 아니다. OCA는 아시안게임을 열기 위해 반드시 하나의 선수촌을 지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니 이번 방식의 핵심은 규칙을 어긴 게 아니라, 오래 굳어진 운영 공식을 다른 비용구조로 바꾼 데 있다.
다음 개최도시가 이 모델을 그대로 따라 할지는 알 수 없다. 호텔 공급, 경기장 배치, 항만 조건이 도시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선수촌 하나를 짓는 게 오히려 이동을 줄이는 도시도 있을 수 있다. 이번 사례는 정답이라기보다 선수촌이라는 시설에도 ‘대회 뒤의 비용’을 붙여 계산하게 만든 실험에 가깝다.
지도에서 큰 점 하나를 지웠더니 선이 많아졌다. 아이치·나고야가 줄인 건 선수 숙박 자체가 아니라, 대회가 끝난 뒤까지 책임져야 할 고정시설이다. 대신 대회가 열리는 동안의 이동과 운영 난도가 그 자리를 채웠다.
확인 경로: Reuters 9월 18일 보도와 OCA 설명을 기준으로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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