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도 신경세포도 없는 노란 점균류가 미로의 두 출구를 잇는 짧은 길만 남겼다. 이 장면을 보면 “생각했다”는 말이 먼저 나온다. 하지만 놀라운 행동과 지능이라는 이름은 같은 것이 아니다. 무엇을 관찰했고, 어떤 설명들이 경쟁하는지 천천히 나눠 볼 필요가 있다.
점균류는 길을 고른 것이 아니라 연결망을 바꿨다

2000년 네이처에 실린 실험에서 연구진은 점균류를 미로 전체에 퍼뜨린 뒤 두 지점에 먹이를 놓았다. 처음에는 여러 통로를 채우던 점균류가 시간이 지나면서 막다른 가지를 줄이고 두 먹이를 잇는 효율적인 경로를 남겼다. 연구진은 이 결과를 미로 해결 능력의 사례로 제시했다.
여기서 첫 번째 가설은 점균류가 주변 정보를 통합해 유연하게 문제를 푼다는 것이다. 점균류 내부의 원형질은 주기적으로 흐르고, 먹이와 화학 신호에 따라 관의 굵기와 연결을 바꾼다. 잘 쓰이는 경로는 강화되고 불리한 경로는 줄어든다. 중앙 통제기관 없이도 몸 전체가 정보를 처리하는 셈이다.
두 번째 가설은 우리가 목적 있는 행동처럼 읽지만, 실제로는 국소적인 물리·화학 규칙의 결과라는 것이다. 먹이 쪽의 화학주성, 원형질 흐름, 관망의 비용 최소화만으로 복잡해 보이는 선택이 나타날 수 있다. 컴퓨터가 계산한 최단경로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점균류가 미로의 지도를 머릿속에 그렸다고 말할 근거는 없다.
‘기억’ 실험도 단어의 정의가 중요하다
점균류 연구에는 반복 자극에 반응이 약해지는 습관화, 자신이 남긴 점액 흔적을 이용한 공간 기억 같은 결과가 있다. 2012년 PNAS 연구는 점액 흔적이 이미 탐색한 곳을 표시해 같은 구역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돕는다고 보고했다. 기억이 반드시 뇌 속 표상이어야 한다면 이 현상은 기억이 아닐 수 있다. 과거 정보가 현재 행동을 바꾸는 기능으로 정의하면 기억의 한 형태라고 부를 수 있다.
지능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문제에 적응하고 정보를 이용해 목표를 달성하는 능력으로 넓게 정의하면 점균류는 후보가 된다. 의식적 판단, 내부 표상, 일반화된 추론까지 요구하면 증거는 부족하다. 어느 정의를 선택했는지 밝히지 않은 채 “점균류도 인간처럼 생각한다”고 말하면 질문이 사라진다.
실험의 재현 조건도 중요하다. 먹이 위치, 습도, 빛, 기질이 바뀌면 관망의 모양과 이동 속도도 달라진다. 성공한 한 장면만 골라 인간의 문제풀이와 곧장 비교하면 생물의 실제 메커니즘을 놓친다. 반복 실험과 대조 조건이 있어야 ‘우연히 짧아진 길’과 적응적 변화 사이의 거리를 잴 수 있다.
경이로움은 단정을 줄일 때 더 오래 간다
점균류가 보여주는 중요한 장면은 뇌가 없어도 계산처럼 보이는 질서가 생긴다는 사실이다. 몸의 진동과 흐름, 환경에 남긴 흔적이 하나의 분산된 문제풀이 장치가 될 수 있다. 이것은 인간 지능을 축소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정보처리의 재료가 신경세포에만 한정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답은 둘로 남는다. 점균류의 행동을 넓은 의미의 지능이라고 부를 수는 있다. 그러나 의식이나 생각을 입증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미로를 푼 결과보다 흥미로운 것은 우리가 ‘지능’이라는 단어에 어디까지 넣고 싶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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