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 가족이 고소인이나 피의자라면 사건은 무조건 다른 경찰서로 넘어갈까. 그렇게 단정하면 실제 규칙보다 한 걸음 나간다. 먼저 확인할 것은 ‘누가 수사에서 빠져야 하는가’와 ‘사건 자체를 어느 관서가 맡는가’가 같은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친족 사건에서는 담당 경찰관이 빠지는 규칙이 먼저다

경찰청 범죄수사규칙 제8조는 경찰관이 사건의 피해자이거나, 피의자·피해자와 친족 또는 과거 친족 관계인 경우 수사 직무에서 제척되도록 정한다. 사건 결과와 가까운 사람이 증거를 모으고 진술을 판단하면 실제 편향이 없더라도 신뢰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담당자를 바꾸는 것이 규칙의 첫 안전장치다.
여기서 흔한 오해가 생긴다. 제척 규정이 곧 ‘모든 가족 사건은 다른 경찰서로 자동 이송’이라는 뜻은 아니다. 같은 경찰서 안에서 이해관계가 없는 다른 수사관이나 부서가 맡을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사건 당사자의 가족이 그 관서에서 지휘·감독 위치에 있거나, 조직 전체의 공정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면 다른 관서로 넘기는 판단이 더 설득력 있어진다.
관서 이송은 독립성과 외관을 함께 지키는 조치다
수사는 공정하기만 하면 끝나는 일이 아니다. 당사자와 시민이 공정하다고 믿을 만한 과정도 필요하다. 가족이 근무하는 경찰서가 그 사건을 계속 맡으면 담당자가 달라도 내부 인맥, 보고 체계, 정보 접근을 둘러싼 의심이 생길 수 있다. 다른 경찰서로 이송하면 그 연결 고리를 줄이고 사후 시비도 예방할 수 있다.
2026년 국회에 제출된 경찰 자료를 인용한 연합뉴스 보도에서는 경찰관 가족 등이 연루된 사건 117건 가운데 44건이 다른 관서로 이송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자동 이송이 아니라는 점도 보여준다. 모든 사례가 같은 결론에 이르지 않았고, 사건별 관계와 영향 가능성을 따져 결정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송하지 않은 사건은 모두 문제가 없었을까. 숫자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 같은 관서 내 제척이 제대로 됐는지, 수사 지휘선이 분리됐는지, 당사자에게 이유를 설명했는지를 봐야 한다. 이송 건수만 높이면 공정성이 자동으로 생긴다는 주장도 근거가 부족하다.
관할을 옮기면 사건 기록과 당사자 이동에 시간이 더 들 수 있다. 그 비용을 감수하는 이유는 편의보다 신뢰가 중요한 사건이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관계가 먼데도 무조건 이송하면 수사가 지연될 수 있다. 그래서 규칙은 친족관계에 따른 담당자 제척을 분명히 하고, 관서 이송은 구체적 위험을 보고 판단하는 구조가 된다.
확인할 것은 결과가 아니라 절차다
사건 당사자는 담당 수사관과 가족관계가 있는지, 제척·기피 사유가 검토됐는지, 이송하지 않았다면 어떤 분리 조치를 했는지 문의할 수 있다. 다만 특정 사건의 위법 여부는 기록과 사실관계를 봐야 하므로 기사 한 줄만으로 결론 낼 수 없다.
다른 경찰서가 맡는 이유는 원래 관서가 유죄라고 보기 때문이 아니다. 이해관계에서 거리를 두고, 수사 결과가 어느 쪽이든 절차를 믿을 근거를 남기기 위해서다. 중요한 건 ‘가족이면 무조건’이라는 구호가 아니라, 누가 빠졌고 지휘선은 어떻게 끊겼으며 그 판단이 기록됐는가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