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억 년 전 바다를 상상하면 먼저 떠오르는 곳은 햇빛이 드는 수면일지 모릅니다. 그런데 오래된 암석 속 미세화석 1만2천 개 이상이 가리킨 곳은 바닷바닥이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산소가 닿는 바닥입니다. 연구진은 화석의 모양만 본 것이 아니라 화석이 나온 층과 나오지 않은 층을 함께 비교해 이 결론에 접근했습니다.
화석 옆의 암석이 서식지 표지판이 됐습니다
연구 대상은 호주 북부의 맥아더·버린디두 분지 시추 코어에서 나온 약 17억5천만~14억 년 전 미세화석입니다. 진핵생물은 세포 안에 핵과 여러 구조를 갖춘 생물군으로, 훗날 동물·식물·균류로 이어진 큰 계통을 포함합니다. 당시의 진핵생물은 대부분 현미경으로 봐야 할 만큼 작았지만, 세포 표면과 형태에는 단순한 원핵생물과 구별되는 특징이 남았습니다.
연구진은 코어를 녹여 남은 유기물에서 화석을 골라내고, 같은 암석의 퇴적 구조와 화학 성분을 조사했습니다. 퇴적 구조는 그 층이 석호·조간대·연안·외해 가운데 어디에서 쌓였는지 알려줍니다. 철 황화물과 바나듐·몰리브덴·우라늄 같은 원소의 분포는 바닥물에 산소가 있었는지 판단하는 단서가 됩니다. 생물 명단과 환경 명단을 한 줄씩 맞춘 셈입니다.
왜 수면의 플랑크톤이 아니라 바닥 생물일까요
진핵생물 화석은 해안부터 외해까지 여러 환경에서 발견됐습니다. 공통점은 수심이나 해안과의 거리가 아니라 산소가 있는 바닥물이었습니다. 반대로 무산소 환경에서도 다른 유기벽 미세화석은 보존됐는데 진핵생물은 거의 없었습니다. 단순히 무산소 암석이 화석을 못 남겼다는 설명만으로는 이 차이를 풀기 어렵습니다.
여기서 연구진은 꽤 영리한 역산을 합니다. 만약 이 진핵생물들이 산소가 많은 수면에서 떠다니는 플랑크톤이었다면, 죽은 뒤 가라앉은 껍질은 산소가 없는 바닥 퇴적물에도 섞여야 합니다. 그런데 화석은 산소가 있던 바닥 쪽에 집중됐습니다. 그래서 “수면에서 살다 가라앉았다”보다 “바닥 위나 안에서 살았다”는 설명이 분포와 더 잘 맞습니다. 바닥에 붙어 있었다는 말은 현장에서 접착 흔적을 본 것이 아니라 이런 공간 분포로 얻은 추론입니다.
산소는 연료였지만 바다 전체의 초대장은 아니었습니다
산소 환경과의 강한 연결은 이들이 적어도 생애 일부에 산소를 쓰는 생물이었음을 시사합니다. 크고 복잡한 형태까지 고려하면 에너지를 만드는 미토콘드리아를 이미 지녔을 가능성도 큽니다. 다만 반드시 높은 농도의 산소만 필요했는지, 낮은 산소에서도 살 수 있었는지, 산소가 있을 때만 호흡을 바꿨는지는 화석 분포만으로 가를 수 없습니다.
당시 바다의 산소는 지금처럼 고르게 퍼져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산소를 쓸 수 있는 능력이 곧 넓은 활동 무대를 뜻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산소가 닿는 해저라는 좁은 띠에 묶였을 수 있습니다. 연구진은 이런 저서 생활의 제한이 진핵생물이 등장한 뒤에도 오랫동안 다양성이 크게 늘지 않은 이유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고 제안합니다. 이후 신원생대에 수중 플랑크톤 서식지로 확장됐다는 설명도 여기서 이어집니다.
중요한 점은 “산소가 복잡한 생명을 만들었다”는 한 줄 결론이 아닙니다. 같은 시대, 같은 보존 조건에 가까운 암석을 산소 유무로 나누자 생물 분포가 달라졌다는 관찰입니다. 화석이 있는 곳만 세는 대신 없는 곳까지 대조하니, 17억 년 전 생명의 생활 반경이 보였습니다. 오래된 바다의 주민표는 몸보다 주소에서 더 많은 말을 했습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