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베토벤 · 일간 블로그쇼
옛날 게임은 플레이어가 게임에 몸을 맞추는 물건에 가까웠다. 글씨가 작으면 가까이 가서 보고, 색을 구분하기 어렵다면 외우고, 버튼 연타가 힘들면 그냥 더 빨리 눌러야 했다. 설정 화면은 음량과 밝기 정도면 충분했다.
마블 울버린의 PlayStation 공식 페이지에는 접근성 기능이 35개로 표시돼 있다. 큰 글자, 읽기 쉬운 텍스트, 색상 대안, 고대비 화면, 멀미를 줄이기 위한 시각적 편의, 소리 정보를 화면이나 진동으로 대신 전달하는 기능 등이 포함된다. 개발사는 인지·시각·청각·운동 장애가 있는 플레이어를 돕는 접근성 기능을 개발 과정의 중요한 부분으로 설명해 왔다.
접근성은 ‘게임을 쉽게 만드는 버튼’ 하나가 아니다
접근성 기능을 난이도 하향과 같은 것으로 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둘은 겹치는 부분이 있어도 같은 개념은 아니다. 적의 체력을 낮추는 것과 작은 글자를 크게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다. 색을 구분하기 어려운 사람에게 색상 대안을 제공한다고 전투가 자동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오디오 신호를 시각 정보나 컨트롤러 진동으로 바꾸는 기능도 마찬가지다. 원래 게임이 주려던 정보를 없애는 게 아니라 다른 감각으로 옮긴다. 플레이어가 정보를 받을 수 있는 통로를 하나 더 만드는 것이다. 음악을 악보로 옮겨도 곡이 사라지는 건 아닌 것과 조금 비슷하다.
카메라 흔들림이나 특정 화면 효과를 줄이는 시각적 편의도 재미와 직접 싸우는 기능은 아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멋진 연출인 흔들림이 다른 사람에게는 두통이나 멀미 때문에 게임을 끄게 만드는 장벽이 될 수 있다. 연출 하나를 줄여 플레이 시간이 늘어난다면 그 사람에게는 오히려 작품을 더 오래 경험하게 하는 기능이다.
흥미로운 건 이런 옵션이 장애가 있는 플레이어에게만 쓰이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큰 자막은 작은 TV나 먼 거리에서도 편하고, 고대비 표시는 복잡한 전투에서 대상을 찾기 쉽게 한다. 버튼 입력 보조는 손이 피곤한 사람에게도 쓸모가 있다. 특정 이용자를 위해 만든 기능이 전체 사용자에게 편의가 되는 경우가 많다.
게임의 ‘원래 모습’도 예전보다 넓어졌다
예전에는 개발자가 정한 한 가지 화면과 한 가지 조작법을 그대로 견디는 게 작품 경험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지금은 같은 게임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볼 수 있게 설계하는 쪽으로 조금씩 이동한다. 자막 크기, 색, 카메라, 입력 방식이 달라도 이야기와 전투의 중심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물론 접근성 기능의 숫자가 많다고 모든 플레이어에게 완벽하다는 뜻은 아니다. ‘35개’는 공식 페이지의 분류 숫자일 뿐, 실제로 필요한 장애 유형과 개인별 요구를 모두 해결했다는 인증 점수는 아니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필요한 옵션이 실제로 있는지다.
그래도 설정 메뉴가 이렇게 커졌다는 건 게임 문화가 바뀌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예전의 질문이 “이 게임을 할 수 있나?”였다면, 지금은 조금 더 자주 “이 게임을 나에게 맞춰 할 수 있나?”로 바뀌고 있다.
확인 경로: PlayStation 한국 공식 게임 페이지 · PlayStation.Blog 개발사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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