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는 하나인데 몸 뒤쪽이 나뭇가지처럼 계속 갈라진다. 보통 동물 도감이라면 편집 오류부터 의심할 생김새다. 그런데 Ramisyllis와 그 친척들은 실제로 해면동물의 몸속 통로를 따라 가지를 뻗으며 산다. 2026년 9월 《Zoological Journal of the Linnean Society》에 실린 연구는 알려진 종 몇 마리로 끝날 줄 알았던 이 무리에 최소 10개의 신종 후보가 더 있다는 결과를 내놨다.
이 벌레들은 환형동물문 다모류 가운데 실리드과에 속한다. 앞쪽 머리는 하나지만 뒤쪽 몸통이 반복해서 갈라지고, 여러 끝부분이 숙주인 해면의 복잡한 수로를 채운다. 어떤 개체는 가지 끝에서 번식을 위한 구조를 만들어 밖으로 내보낸다. 한 동물이 집 한 채에 들어간 게 아니라, 복도마다 자기 몸을 증축한 모양이다. 건축 허가는 해면이 내줬는지 아직 모른다.
왜 그동안 몇 종밖에 몰랐을까

첫 번째 이유는 사는 곳이다. 이 벌레는 해면 내부에 숨어 있어 겉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숙주를 조심스럽게 해체하거나 3차원 영상으로 내부를 봐야 몸 전체의 연결을 알 수 있다. 깊은 바다의 유리해면에 사는 종류도 있고, 얕은 열대 바다의 해면에 사는 종류도 있어 채집 조건이 서로 다르다.
두 번째 이유는 표본의 상태다. 가지가 많은 연약한 몸은 채집과 보존 과정에서 쉽게 끊어진다. 박물관 서랍에 오래 보관된 표본은 형태만으로 종을 구분하기 어려울 수 있다. 머리 하나에 꼬리는 많고, 라벨은 한 장이다. 분류학자 입장에서는 생물이 먼저 서류 양식을 이겨버린 셈이다.
오래된 표본에서 DNA를 다시 읽었습니다
연구진은 새 현장 표본뿐 아니라 수십 년 된 박물관 표본에서 DNA 조각을 추출하는 ‘뮤지오믹스’를 사용했다. 유전체 전체를 완벽히 복원하기보다 여러 유전자와 미토콘드리아 서열을 폭넓게 읽어 계통 관계를 비교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형태, 숙주 해면, 채집 지역 정보를 함께 얹었다.
그 결과 가지치는 실리드 벌레들이 하나의 공통 계통을 이룬다는 근거가 강해졌다. Ramisyllis에는 이미 기술된 두 종 외에 인도·태평양과 홍해에서 최소 일곱 신종 후보가 확인됐다. 과거 Syllis ramosa로 불렸던 무리는 새 속 Cladosyllis로 옮겨졌고, 그 안에서도 네 개의 숨은 종이 구분됐다. 연구 전체로는 13개의 서로 다른 형태, 그중 최소 10개가 신종 후보로 제시됐다.
몸 모양보다 숙주가 종을 갈랐을 수 있습니다
연구는 두 큰 계통이 서로 다른 종류의 해면과 수심 환경을 이용한다고 봤다. 같은 속 안에서도 특정 숙주와의 결합이 종 분화를 이끌었을 가능성이 제시됐다. 몸이 가지치는 능력 자체는 한 번의 공통 기원에서 왔지만, 어느 해면의 어느 통로에서 사느냐가 이후의 다양화를 밀어준 그림이다.
다만 ‘신종 후보’는 공식 종명이 확정됐다는 뜻이 아니다. 형태와 유전적 차이가 뚜렷해도 표본 비교, 진단 형질, 명명과 정식 기술 절차가 남는다. 최소 10종이라는 표현도 연구가 조사한 표본에서 나온 결과이지 바다 전체의 총종수는 아니다. 숨은 해면이 더 많으니 숫자가 늘 가능성은 있지만, 그 숫자를 미리 예약할 수는 없다.
이 연구가 재미있는 이유는 괴상한 생김새만이 아니다. 박물관의 오래된 표본과 새 DNA 기술을 연결하자, 한 종처럼 보이던 표본들이 숙주와 지역에 따라 여러 갈래로 풀렸다. 몸도 가지를 치고 분류표도 가지를 쳤다. 이번에는 농담이 아니라 계통수에 실제로 선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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