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가 넓어진 방법을 묻으면 군단과 도로가 먼저 떠오른다. 군대가 땅을 차지하고 도로가 뒤를 이었다는 그림이다. 그런데 로마 공화정의 동전 약 400만 개가 발견된 흔적을 지도에 얹자, 정복 다음에 무엇이 제국을 묶었는지가 보였다. 돈이 이동한 길이었다.
상파울루대학교 연구진은 기원전 155년부터 기원후 2년까지의 로마 공화정 동전 자료를 공간경제 모형으로 분석했다. 자료는 약 2만4,646개의 동전 매장·출토 묶음과 5,167개의 주조지-발견지 연결로 정리됐다. 동전 하나하나의 여행 경로를 추적한 것은 아니다. 오랜 세월 보존과 재사용의 차이가 만든 왜곡을 줄이기 위해 집단적인 출토 기록을 이용했다.
동전이 많은 곳에는 이유가 있었다
연구진은 동전 출토 밀도를 도시의 행정·경제·종교 시설, 군사 거점, 항구와 비교했다. 시민 시설과 경제 시설, 종교 시설이 있는 곳일수록 동전 기록이 많았고, 분포의 공간적 군집은 로마의 교통망과 맞물렸다.
주조지와 발견지의 거리가 멀수록 같은 동전이 발견될 가능성은 낮아졌다. 당연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거리의 방해 효과가 약해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도로와 해상로, 행정과 세금 체계가 확장되면서 멀리 떨어진 지역끼리도 같은 화폐망 안에 들어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전쟁보다 돈’이라는 말은 절반만 맞다
군사력과 경제를 경쟁시키면 이야기는 재미있지만 역사는 틀어질 수 있다. 로마의 군대와 행정은 화폐 유통을 만든 중요한 축이었다. 군사 주둔지에는 급료와 물자가 필요했고, 세금과 공공사업도 돈을 이동시켰다. 전쟁이 끝나고 돈이 따로 제국을 만든 게 아니라, 권력·기반시설·시장이 한 묶음으로 움직였다.
연구가 보여준 것도 동전이 평화롭게 로마를 통합했다는 낭만적인 결론이 아니다. 화폐 분포가 행정 중심지, 군사 지역, 교역 거점의 제도적 논리를 따랐다는 것이다. 제국의 지갑은 군단의 배낭과 떨어져 있지 않았다.
고고학에 현대 경제모형을 쓰는 이유
현대 도시 사이의 사람·물자·소득 흐름을 분석하는 공간 상호작용 모형을 고대 동전에 적용했다. 이동 시간은 로마의 도로·강·해상로를 복원한 ORBIS 자료로 계산했다. 발굴지라는 점들을 연결해 화폐가 이동하기 쉬웠던 네트워크를 추정한 것이다.
동전 한 닢에는 주조된 장소와 묻힌 장소 사이의 사연이 없다. 하지만 400만 개 가까운 흔적이 모이면 개인의 사연 대신 구조가 나온다. 로마는 도로를 깔았고, 행정과 군대를 움직였고, 그 길을 따라 돈이 반복해서 흘렀다. 지도에서 보이는 제국의 경계보다 오래 버틴 것은 어쩌면 그 반복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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