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을 켠다.
치킨을 찾는다.
그런데 조금만 옆으로 가면 생수가 있다.
휴지가 있다.
화장품도 있고 약도 있고 전자제품도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음식배달 앱에 장보기가 붙었다’고 생각했다.
중국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면 반대로 생각해볼 만하다.
애초에 음식배달이 더 큰 유통망을 만드는 입구였던 것은 아닐까.
중국에서는 메이퇀, 알리바바, JD닷컴이 약 1년에 걸쳐 이른바 즉시소매(instant retail) 시장에서 거대한 가격전쟁을 벌였다.
음식뿐 아니라 꽃, 의약품, 전자제품, 생필품을 한 시간 안에 보내는 시장이다.
Reuters는 중국 즉시소매 시장이 2026년 말 약 1조2천억 위안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음식이 좋은 이유는 마진이 아니라 빈도다
냉장고는 10년에 한 번 산다.
노트북은 몇 년에 한 번 산다.
옷도 매일 사지는 않는다.
밥은 매일 먹는다.
점심을 주문한다.
저녁을 주문한다.
주말에는 야식을 주문한다.
음식배달은 소비자가 앱을 반복해서 열게 만드는 데 거의 최적의 상품이다.
주소도 이미 등록돼 있다.
카드도 등록돼 있다.
내가 어디 사는지도 알고,
언제 주문하는지도 알고,
어느 동네에서 라이더가 부족한지도 안다.
고객 한 명을 새로 데려오는 가장 비싼 작업을 이미 해놓은 셈이다.
그다음부터는 치약이나 생수나 충전기를 파는 비용이 낮아진다.
배달회사의 진짜 자산은 라이더 숫자만이 아니다
플랫폼에는 지도가 있다.
수요데이터가 있다.
결제망이 있다.
주문예측이 있다.
그리고 이제 도심 곳곳에 다크스토어와 작은 물류창고까지 붙는다.
중국의 가격전쟁이 진정되기 시작하자 경쟁도 쿠폰에서 인프라로 이동했다.
메이퇀은 슈퍼마켓과 즉시소매망을 강화하고, 알리바바와 JD도 다크스토어와 초고속 배송거점을 늘리고 있다.
이 단계부터 배달앱은 음식점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회사만이 아니다.
물건을 어디에 쌓아놔야 30분 만에 가져갈 수 있는지 결정하는 유통회사다.
어제 치킨을 가져온 라이더가 오늘은 충전기를 가져온다.
배송망은 그대로다.
물건만 바뀐다.
왜 그렇게 돈을 태우면서 싸웠나
중국의 즉시소매 가격전쟁은 기업들의 수익성을 크게 떨어뜨렸다.
쿠폰과 보조금을 뿌렸다.
그런데도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치킨 한 주문에서 몇 위안을 더 남길 것이냐의 싸움이었다면 이해하기 어렵다.
목표가
“무언가 필요하다 → 앱을 켠다 → 한 시간 안에 받는다”
라는 습관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습관이 생기면 경쟁상대는 다른 배달앱이 아니다.
마트다.
편의점이다.
전자상거래 쇼핑몰이다.
동네 약국도 들어온다.
한국 배달앱에서도 이미 장보기와 편의점 배송은 낯설지 않다.
지금은 음식 옆에 생필품이 붙은 것처럼 보인다.
나중에는 반대로 보일 수도 있다.
도시 전체의 즉시배송망을 만들다 보니,
그 시작이 음식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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