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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ZIP으로 묶어도 용량이 별로 줄지 않는 이유

두꺼운 사진 묶음을 큰 황동 지퍼로 감싼 편집 삽화

사진을 ZIP으로 묶었는데 용량이 거의 그대로입니다. 분명 ‘압축’을 눌렀는데, 파일 이름 뒤에 지퍼만 달렸습니다. 컴퓨터가 일을 덜 한 걸까요? JPEG 사진이라면 그럴 수 있습니다. 이미 압축된 짐을 포장 창구에 한 번 더 맡긴 셈이니까요.

여기서 창구를 둘로 나눠보면 덜 헷갈립니다. ZIP은 원래 파일을 되찾을 수 있게 짐을 묶고 정리하는 쪽, 사진의 크기나 저장 품질을 바꾸는 작업은 짐 자체를 덜어내는 쪽입니다. 간판에는 둘 다 ‘압축’이라고 써 있어서 자꾸 옆 창구에 부탁하게 됩니다.

JPEG는 이미 짐을 줄이고 온 파일이다

일반적인 ZIP 압축은 되풀이되는 데이터를 더 짧게 표현하는 등의 방법으로 부피를 줄입니다. 같은 내용을 장황하게 적기보다 ‘앞에 나온 것과 같음’이라고 적어두는 식입니다. 압축을 풀 때는 그 표시를 따라 원래 데이터를 복원합니다. ZIP에서 흔히 쓰는 DEFLATE가 이런 무손실 압축 방식입니다.

그런데 JPEG는 접수창구에 오기 전부터 짐을 줄였습니다. 사진 정보를 선택적으로 버리는 손실 압축을 거친 형식입니다. 이미 작은 표현으로 정리된 데이터를 ZIP이 다시 들여다봐도 덜어낼 여지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압축 프로그램이 게으른 게 아니라, 앞 창구가 먼저 일한 겁니다.

Microsoft도 여러 JPEG 사진을 ZIP에 넣으면 전체 크기가 원래 사진 묶음과 거의 같을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ZIP으로 만들면 무조건 작아진다’는 기대부터 내려놓으면 됩니다. 얼마나 줄어드는지는 파일 내용과 압축 방식에 달렸지, 버튼 이름의 기세에 달린 일이 아닙니다.

ZIP 포장과 사진 화질 변경은 다른 창구다

그렇다고 ZIP이 헛수고는 아닙니다. 사진 여러 장을 한 파일로 묶어 전달하는 일은 여전히 합니다. 낱개로 흩어진 짐을 한 상자로 보내는 편의입니다. 상자가 하나가 됐다고 안의 짐까지 가벼워져야 하는 건 아니죠.

사진 변환 기능을 따로 켜지 않고 ZIP으로 묶기만 했다면, 정상적으로 압축을 풀었을 때 나오는 것은 넣었던 파일입니다. 이 과정 때문에 JPEG 화질이 한 번 더 깎이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JPEG 저장 때 잃은 정보가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요. 포장 직원은 사진 속 나뭇잎을 지우지도, 잃어버린 나뭇잎을 그려주지도 않습니다.

‘사진 압축’ 기능으로 JPEG 저장 품질을 낮추는 순간에는 옆 창구로 넘어갑니다. 파일은 더 작아질 수 있지만 세부 정보도 줄어듭니다. Adobe는 낮은 품질 설정에서 날카로운 디테일, 특히 글자 같은 부분이 손상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같은 ‘압축 완료’라도 사진을 그대로 싸준 것인지, 사진 자체를 다시 만든 것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첨부 용량을 맞추려면 픽셀과 저장 품질을 본다

보내려는 곳의 용량 제한에 걸렸다면 ZIP 버튼을 다시 누르기 전에 접수 조건부터 봅니다. 사진 여러 장을 한 파일로 달라는 것인지, 각 이미지의 용량을 줄이라는 것인지부터 다릅니다. 허용 파일 형식과 용량, 필요한 가로·세로 픽셀 조건을 확인하세요.

줄여야 하는 쪽이라면 원본은 남기고 전송용 사본을 만듭니다. 화면으로 확인할 사진인지, 인쇄하거나 다시 편집할 사진인지에 맞춰 가로·세로 픽셀 수와 JPEG 저장 품질을 조절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픽셀 수와 파일 형식도 용량에 영향을 줍니다. 다만 어떤 설정이면 반드시 몇 MB가 된다는 공통 정답은 없습니다. 저장한 사본의 실제 용량을 보고, 글자와 윤곽도 확대해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이미 줄인 JPEG를 계속 다시 저장하며 깎기보다 보관한 원본에서 새 사본을 만드세요. Adobe도 JPEG를 다시 저장할 때는 이전에 저장한 JPEG가 아니라 원본 이미지에서 작업하도록 권합니다. 줄이는 창구를 여러 번 돈다고 잃은 짐을 돌려받지는 못합니다.

물론 추가 압축이 아예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WinZip의 ZIPX처럼 JPEG 전용 무손실 압축을 쓰는 방식도 있습니다. 대신 받는 쪽에서 그 형식을 열 수 있는지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평범한 ZIP에 사진을 넣는 일과는 조건이 다릅니다.

지금 필요한 게 ‘한 묶음’이면 ZIP 창구, ‘더 작은 사진 파일’이면 사진 내보내기 창구입니다. 먼저 부탁할 일을 바꿔 적으면 됩니다. 지퍼를 한 번 더 잠가달라는 부탁은 잠깐 접어두고요.

일간 블로그쇼 필자 척척박사 프로필
글: 척척박사 · 일간 블로그쇼과학·원리·생활지식 담당기자

‘원래 그런가 보다’를 못 견딘다. 왜 그런지 알아낼 때까지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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