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간대구
일간 블로그쇼 홈으로

제멋대로 시작한 박수가 한 박자로 모이는 순간

공연장 관객들의 박수가 하나의 리듬으로 모이는 모습을 표현한 음악 과학 일러스트

공연이 끝나면 박수는 처음부터 합창이 아니다. 누군가는 빠르고, 누군가는 세고, 누군가는 코트를 찾으면서 대충 친다. 그런데 어느 순간 수백 명의 손이 같은 박자에 붙는다. 지휘자는 퇴근했고 메트로놈도 없는데 객석이 스스로 리듬 악기가 된다.

더 이상한 건 그 질서가 오래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맞아가던 박수는 다시 빨라지고 흐트러졌다가, 때로는 또 한 박자로 모인다. 2000년 《Nature》에 실린 연구는 루마니아와 헝가리의 공연장에서 이 변화를 녹음해 집단 동기화의 사례로 분석했다.

함께 치려면 먼저 느려져야 한다

사람마다 편하게 치는 박수 속도는 조금씩 다르다. 모두 빠르게 치면 그 차이도 커져 한 박자로 맞추기 어렵다. 연구에서 규칙적인 박수가 시작될 때 관객은 박수 사이 간격을 대략 두 배로 늘렸다. 박수 속도를 절반쯤 늦춘 것이다.

느린 박수에서는 개인별 속도의 흩어짐이 줄어든다. 옆에서 들리는 박자에 맞춰 손을 조금 앞당기거나 늦추기도 쉬워진다. 작은 수정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면 누가 명령하지 않아도 공통 박자가 생긴다. 반딧불이의 점멸이나 여러 진동자의 동기화를 설명할 때 쓰는 수학과 닮은 장면이 사람 손바닥 사이에서 펼쳐진다.

객석이 갑자기 교양인이 돼서 질서를 지키는 것은 아니다. 각자 남의 소리를 듣고 자기 타이밍을 조금 고쳤을 뿐인데, 멀리서 들으면 하나의 리듬이 된다. 집단은 가끔 회의 없이도 합의한다. 다만 손바닥에서만 잘된다.

질서가 생기자 박수는 오히려 조용해졌다

여기서 작은 역설이 생긴다. 박자를 맞추려고 속도를 늦추면 단위 시간에 치는 박수 횟수가 줄어든다. 소리는 또렷하게 규칙적이지만 평균적인 소음의 세기는 낮아진다. 관객은 보통 더 크게 환호하고 싶어 한다. 그러면 박수 속도가 다시 빨라진다.

속도가 올라가면 사람마다 편한 리듬의 차이도 커지고 타이밍 수정이 어려워진다. 결국 맞던 박자가 풀린다. 박자를 지키려면 천천히 쳐야 하고, 열광을 크게 들려주려면 빨리 치고 싶다. 연구진은 이 두 요구의 충돌이 동기화와 비동기화가 번갈아 나타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관객은 질서를 얻으면 볼륨이 아쉽고, 볼륨을 얻으면 질서를 잃는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객석은 꽤 성실하게 인간 사회를 요약한다.

최근 실험은 ‘다 같이 빨라지는’ 버릇도 잡았다

2018년 《Scientific Reports》의 연구는 몇 명에서 200명이 넘는 집단까지 함께 박수를 치게 했다. 분석한 32개 실험에서 동기화가 만들어진 뒤 집단 박수의 속도는 모두 증가하는 방향을 보였다. 큰 집단일수록 그 증가도 빨랐다.

연구진은 개인이 원래 서두르는 성향만으로는 이 현상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봤다. 사람들은 자기 박자보다 먼저 들린 이웃의 박수에는 더 강하게 맞추고, 뒤늦게 들린 박수에는 덜 반응하는 비대칭을 보였다. 각자의 작은 오차를 고치려는 상호작용이 모이면 집단 전체의 속도가 올라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모든 문화와 모든 공연장에서 똑같은 박수가 나타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초기 연구가 관찰한 규칙적 박수는 특정 유럽 공연문화에서 두드러졌고, 공연 종류와 관객의 관습, 누군가 리듬을 이끄는지에 따라 양상은 달라질 수 있다. 물리 모형은 사람을 잘 설명할 때도 있지만, 사람은 가끔 앙코르를 요구한다.

박수의 재미는 소리보다 과정에 있다. 제각각 시작한 사람들이 서로의 오차를 듣고 느린 공통 박자를 만든다. 그러다 더 크게 치고 싶은 마음이 속도를 올리고 질서를 무너뜨린다. 다시 맞을 수도 있다. 완벽한 합주는 아니지만, 그래서 더 사람다운 리듬이다.

출처


일간 블로그쇼 필자 베토벤 프로필
글: 베토벤 · 일간 블로그쇼음악·문화 담당기자

노래 한 곡에서도 소리만 듣지 않는다. 그 뒤에서 시대가 어떻게 바뀌는지도 듣는다.

필자의 다른 글 보기 →

일간 블로그쇼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댓글 남기기


이 글 이전에 올라온 글

지난 글 다시보기

제멋대로 시작한 박수가 한 박자로 모이는 순간

공연장 관객들의 박수가 하나의 리듬으로 모이는 모습을 표현한 음악 과학 일러스트

공연이 끝나면 박수는 처음부터 합창이 아니다. 누군가는 빠르고, 누군가는 세고, 누군가는 코트를 찾으면서 대충 친다. 그런데 어느 순간 수백 명의 손이 같은 박자에 붙는다. 지휘자는 퇴근했고 메트로놈도 없는데 객석이 스스로 리듬 악기가 된다.

더 이상한 건 그 질서가 오래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맞아가던 박수는 다시 빨라지고 흐트러졌다가, 때로는 또 한 박자로 모인다. 2000년 《Nature》에 실린 연구는 루마니아와 헝가리의 공연장에서 이 변화를 녹음해 집단 동기화의 사례로 분석했다.

함께 치려면 먼저 느려져야 한다

사람마다 편하게 치는 박수 속도는 조금씩 다르다. 모두 빠르게 치면 그 차이도 커져 한 박자로 맞추기 어렵다. 연구에서 규칙적인 박수가 시작될 때 관객은 박수 사이 간격을 대략 두 배로 늘렸다. 박수 속도를 절반쯤 늦춘 것이다.

느린 박수에서는 개인별 속도의 흩어짐이 줄어든다. 옆에서 들리는 박자에 맞춰 손을 조금 앞당기거나 늦추기도 쉬워진다. 작은 수정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면 누가 명령하지 않아도 공통 박자가 생긴다. 반딧불이의 점멸이나 여러 진동자의 동기화를 설명할 때 쓰는 수학과 닮은 장면이 사람 손바닥 사이에서 펼쳐진다.

객석이 갑자기 교양인이 돼서 질서를 지키는 것은 아니다. 각자 남의 소리를 듣고 자기 타이밍을 조금 고쳤을 뿐인데, 멀리서 들으면 하나의 리듬이 된다. 집단은 가끔 회의 없이도 합의한다. 다만 손바닥에서만 잘된다.

질서가 생기자 박수는 오히려 조용해졌다

여기서 작은 역설이 생긴다. 박자를 맞추려고 속도를 늦추면 단위 시간에 치는 박수 횟수가 줄어든다. 소리는 또렷하게 규칙적이지만 평균적인 소음의 세기는 낮아진다. 관객은 보통 더 크게 환호하고 싶어 한다. 그러면 박수 속도가 다시 빨라진다.

속도가 올라가면 사람마다 편한 리듬의 차이도 커지고 타이밍 수정이 어려워진다. 결국 맞던 박자가 풀린다. 박자를 지키려면 천천히 쳐야 하고, 열광을 크게 들려주려면 빨리 치고 싶다. 연구진은 이 두 요구의 충돌이 동기화와 비동기화가 번갈아 나타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관객은 질서를 얻으면 볼륨이 아쉽고, 볼륨을 얻으면 질서를 잃는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객석은 꽤 성실하게 인간 사회를 요약한다.

최근 실험은 ‘다 같이 빨라지는’ 버릇도 잡았다

2018년 《Scientific Reports》의 연구는 몇 명에서 200명이 넘는 집단까지 함께 박수를 치게 했다. 분석한 32개 실험에서 동기화가 만들어진 뒤 집단 박수의 속도는 모두 증가하는 방향을 보였다. 큰 집단일수록 그 증가도 빨랐다.

연구진은 개인이 원래 서두르는 성향만으로는 이 현상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봤다. 사람들은 자기 박자보다 먼저 들린 이웃의 박수에는 더 강하게 맞추고, 뒤늦게 들린 박수에는 덜 반응하는 비대칭을 보였다. 각자의 작은 오차를 고치려는 상호작용이 모이면 집단 전체의 속도가 올라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모든 문화와 모든 공연장에서 똑같은 박수가 나타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초기 연구가 관찰한 규칙적 박수는 특정 유럽 공연문화에서 두드러졌고, 공연 종류와 관객의 관습, 누군가 리듬을 이끄는지에 따라 양상은 달라질 수 있다. 물리 모형은 사람을 잘 설명할 때도 있지만, 사람은 가끔 앙코르를 요구한다.

박수의 재미는 소리보다 과정에 있다. 제각각 시작한 사람들이 서로의 오차를 듣고 느린 공통 박자를 만든다. 그러다 더 크게 치고 싶은 마음이 속도를 올리고 질서를 무너뜨린다. 다시 맞을 수도 있다. 완벽한 합주는 아니지만, 그래서 더 사람다운 리듬이다.

출처


일간 블로그쇼 필자 베토벤 프로필
글: 베토벤 · 일간 블로그쇼음악·문화 담당기자

노래 한 곡에서도 소리만 듣지 않는다. 그 뒤에서 시대가 어떻게 바뀌는지도 듣는다.

필자의 다른 글 보기 →

일간 블로그쇼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신문과 라디오를 든 소년을 그린 복고 신문 만화풍 RSS 구독 배너

많이 읽는 글

좋은 이야기가
좋은 하루를 만듭니다.

일간 블로그쇼
DAILYBLOGSHOW.BLOG

지난 호

일간 블로그쇼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