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 드라이브라고 하면 바다부터 떠오른다. 실제로 바다가 좋다. 문제는 바다만 보고 카페 하나 갔다 돌아오면 어디를 갔다 왔는지 기억이 조금 흐릿해진다. 창밖으로 푸른색 많이 본 날 정도로 남는다.
반나절이라면 오랑대-대변항-죽성 쪽으로 이어지는 코스가 괜찮다. 같은 기장 해안인데 풍경의 성격이 조금씩 달라진다.
오랑대에서 바위를 보고
첫 번째는 오랑대 일대다.
기장 해안의 바위와 바다를 가까이서 보는 곳이다. 파도가 센 날과 잔잔한 날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해안 산책을 길게 할 생각이 없다면 잠깐 내려 바다를 보고 다시 차를 타기에도 부담이 적다.
대변항에서 항구를 보고
두 번째는 대변항이다.
여기서부터 드라이브가 ‘바다 보기’에서 ‘항구 보기’로 바뀐다. 기장은 멸치로 유명하고 대변항은 어항의 분위기가 뚜렷하다. 관광객용 카페만 보는 것보다 실제로 배와 수산물 가게가 있는 항구에 서면 지역 느낌이 더 강하다.
배가 고프다면 이 구간에서 식사를 잡을 수 있다. 다만 수산물 가격은 시기와 어종에 따라 변동이 크므로 메뉴판과 시세를 확인한다.
죽성에서 촬영지를 본다
마지막은 죽성 쪽이다.
죽성 드림세트장은 2009년 드라마 촬영을 위해 만들어진 교회 형태의 건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성당으로 착각하기 쉬운데 촬영 세트에서 시작한 장소다. 바위 위 건물과 바다가 같이 보여 사진 찍기 좋은 곳이다.
세 곳이면 반나절이 꽉 찬다
이 세 곳을 연결하면 반나절이 딱 맞다.
내가 반나절 코스로 시간을 나눈다면 오랑대 30~40분, 대변항 60~90분, 죽성 40~60분 정도로 잡는다. 여기에 이동과 식사·커피를 더하면 4~5시간 정도다. 정해진 관람시간이 아니라 주차와 걷는 속도에 따라 달라지는 권장 배분이다.
다만 주말에는 주차와 교통 때문에 시간이 늘어난다. 기장 해안도로는 풍경이 좋은 만큼 차도 많이 몰린다. 목적지를 너무 많이 넣으면 바다보다 앞차 브레이크등을 더 오래 보게 된다.
카페는 코스의 목적이 아니라 쉬는 지점으로 하나만 넣는 게 낫다. 기장에는 대형 오션뷰 카페가 많지만 카페 두세 곳을 넣으면 반나절의 절반이 주차와 주문과 자리 찾기로 사라진다.
비 오는 날도 나쁘지 않다. 바다가 거칠어져 풍경은 더 강해진다. 다만 해안 바위나 방파제 가까이 접근하는 건 피해야 한다. 파도가 높은 날은 사진보다 안전이 먼저다.
노을을 보고 싶다면 동해안인 기장의 지형 특성상 ‘해가 바다로 떨어지는 서해식 일몰’을 기대하기보다 시간대별 빛과 해안 풍경을 즐기는 쪽이 맞다. 아침 일찍 움직이면 해 뜨는 방향의 장점이 있다.
이 코스가 좋은 이유는 돈을 많이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입장료를 내는 관광시설을 여러 곳 넣는 코스가 아니라 해안과 항구, 촬영지를 연결한다.
주유비와 식비 정도가 주비용이다.
그리고 기장 드라이브는 ‘어디가 제일 예쁘냐’보다 이동 자체가 꽤 큰 부분이다. 창문 밖 바다가 이어지다가 항구가 나오고 다시 작은 마을과 바위해안이 나온다.
해운대나 광안리처럼 거대한 도시형 바다와는 다르다.
반나절밖에 없다면 욕심내서 기장 끝에서 끝까지 훑지 말자. 오랑대, 대변항, 죽성 정도만 잡아도 바위해안-항구-촬영지라는 세 장면이 남는다.
바다만 많이 본 날이 아니라 기장이라는 동네를 조금 본 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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