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만들었다.
이름은 일간 블로그쇼.
무슨 대단한 뜻을 품고 며칠을 고민해서 지은 이름은 아니다. 이것저것 자주 올릴 생각이니 일간이고, 앞으로 무슨 얘기까지 튀어나올지 나도 잘 모르겠으니 그냥 쇼 정도면 적당하겠다 싶었다.
나는 원래 쓸데없는 걸 많이 궁금해하는 편이다.
비 오는 날 와이퍼가 왜 드드득거리는지, 날씨 앱 네 개를 켰는데 왜 두 개는 비가 온다 하고 두 개는 안 온다고 하는지, 새 차와 1년 된 중고차의 가격이 얼마까지 벌어져야 비닐 뜯는 맛을 포기할 수 있는지 같은 것들.
당장 먹고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는 문제들이다.
그런데 한번 궁금해지면 찾아본다.
하나 보고 끝내면 될 것을 다른 데서는 뭐라고 하나 또 보고, 숫자가 이상하면 계산기를 두드리고, 기사마다 말이 다르면 원래 자료까지 찾아간다.
그러고 나서 해결되면 머릿속에서 지운다.
며칠 뒤 비슷한 문제가 생기면 다시 검색한다.
생각해보니 상당히 비효율적인 삶이었다.
그래서 그냥 적어두기로 했다.
내가 어차피 궁금해서 찾아본 것이라면 정리해서 남겨두고, 다음번에는 내가 다시 보고, 혹시 똑같은 걸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도 보면 된다.
블로그를 만든 첫 번째 이유는 대충 그 정도다.
원래 글 쓰는 것도 좋아했다.
다만 여태 내가 쓰던 글은 대부분 내 얘기였다.
오늘 어디를 갔고 뭘 먹었고 술값이 얼마였고 누구를 만났고, 그러다 별 상관없는 옛날 생각이 나서 한참 다른 얘기를 하다가 끝나는 식이었다.
내게는 기록이지만 남에게는 남의 일기다.
모르는 중년 남자의 점심값과 소주값을 매일 궁금해하는 독자가 전국에 그렇게 많을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원래 하던 방식에서 반 발짝만 밖으로 나가보기로 했다.
내가 궁금해서 찾아본 것.
직접 겪다가 해결한 것.
가격을 보다 이상해서 계산해본 것.
뉴스를 보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싶었던 것.
어딘가 가려고 검색했는데 정작 내가 알고 싶은 내용은 열 번째 페이지까지 내려가도 안 나오던 것.
그런 것들을 적는다.
그리고 이 블로그의 글을 쓰는 데는 AI의 도움도 받는다.
자료를 넓게 찾고, 정리하고, 내가 놓친 부분을 다시 확인하는 데 꽤 유용하다. 예전 같으면 검색창을 스무 개 띄워놓고 한참 들여다봤을 일을 훨씬 빨리 할 수 있게 됐다.
물론 가끔 아주 자신 있게 틀린 말을 한다.
사람이면 눈치를 보면서 틀릴 텐데 얘는 그런 것도 없다.
그래서 무슨 글을 쓸지, 무엇을 믿을지, 이 숫자가 정말 맞는지, 그래서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결국 내가 확인하고 결정하려고 한다.
AI가 대신 궁금해해줄 수는 있어도 내가 왜 그게 궁금했는지까지 대신 살아줄 수는 없으니까.
그렇다고 이 블로그를 무슨 전문지처럼 운영할 생각도 없다.
세상에는 나보다 자동차를 훨씬 잘 아는 사람도 많고, 경제를 잘 아는 사람도 많고, 영화나 여행이나 IT를 업으로 삼는 사람도 많다.
나는 그런 전문가들이 만들어놓은 세상을 돈 내고 이용하면서 사는 평범한 소비자 쪽에 가깝다.
그런데 평범한 소비자가 궁금한 건 전문가의 질문과 조금 다를 때가 있다.
이 자동차의 엔진 기술이 얼마나 대단한가보다 그래서 내 돈 주고 살 만한가가 더 궁금하다.
정부가 몇조원짜리 민생대책을 내놨다는 것보다 그래서 이번 추석에 내가 얼마를 아낄 수 있는지가 궁금하다.
편의점 1+1이 50% 할인이라는 사실보다 원래 하나 살 사람이 두 개를 들고 나오면 정말 돈을 아낀 게 맞는지가 궁금하다.
아마 이 블로그는 계속 그런 쪽으로 갈 것 같다.
그리고 솔직히 블로그가 잘됐으면 좋겠다.
사람도 많이 들어오고 광고도 붙고 돈도 벌리면 당연히 좋다.
돈에는 관심 없고 오직 기록의 숭고한 가치만을 위해 글을 쓴다고 하기에는 나는 세상의 가격표를 너무 좋아한다.
다만 돈을 벌겠다고 아무 글이나 쌓고 싶지는 않다.
나 역시 검색해서 들어간 글에서 답을 못 찾고 뒤로가기를 수도 없이 눌러봤기 때문이다.
제목이 “와이퍼가 드드득거릴 때 해결법”이라면 적어도 와이퍼가 왜 드드득거리고 무엇부터 해봐야 하는지는 알려줘야 한다.
제목이 “9월에 받을 수 있는 혜택”이라면 그래서 언제 어디서 뭘 하면 되는지는 있어야 한다.
그 정도는 지키면서 해보고 싶다.
자동차 얘기를 하다가 영화 얘기가 나올 수도 있고, 부산 축제를 찾다가 결혼식 비용을 계산할 수도 있다.
내일은 또 전혀 다른 게 궁금해질 수도 있다.
주제의 일관성은 별로 없을 것 같다.
대신 궁금한 걸 그냥 넘기지 않는다는 일관성 정도는 남겠지.
그러면 됐다.
그래서 이름도 일간 블로그쇼다.
오늘 하나 알아보고 적었다.
내일 또 뭐가 걸릴지는 나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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