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까마귀 · 일간 블로그쇼
지도에서 작은 섬 하나를 가리키며 “여기가 세계 물류의 핵심입니다”라고 하면 좀 과장처럼 들린다. 섬이 공장을 돌리는 것도 아니고 기름을 생산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바브엘만데브 해협 한가운데의 페림섬은 크기보다 위치가 문제다.
9월 12일 뉴시스는 CNN과 예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후티 반군이 페림섬을 장악했다고 보도했다. 이 부분은 아직 ‘복수 소식통을 통한 보도’ 단계로 보는 게 맞다. 확인된 사실과 전황 평가는 분리해야 한다.

왜 이 섬 하나에 신경을 쓰냐. 바브엘만데브는 홍해와 아덴만을 잇는 좁은 목이다. 수에즈운하를 통해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는 배들이 지나가는 길목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2026년 2분기 이 해협을 통과한 원유·석유제품 물량을 하루 약 810만 배럴로 집계했다.
여기서 질문을 바꿔보자. “섬을 누가 차지했나?”보다 “배가 이 길을 못 쓰면 어디로 가나?”가 더 중요하다.
홍해 항로의 위험이 커지면 선박은 아프리카 남단 희망봉으로 돌아갈 수 있다. 배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길이 길어진다. 길이 길어지면 운항일수가 늘고 연료가 더 들고 선박이 한 번 왕복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늘어난다. 같은 수의 배로 처리할 수 있는 물동량이 줄어들 수 있다. 결국 운임과 보험료가 움직일 여지가 생긴다.
한국에서 바브엘만데브가 갑자기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가 그 섬에 갈 일은 거의 없지만, 한국으로 오는 원자재와 한국에서 나가는 수출품은 세계 항로를 이용한다.
그럼 기름값이 바로 오르나
여기서 또 점프하면 안 된다. 해협 긴장이 높아졌다고 다음 날 주유소 가격이 자동으로 뛰는 구조는 아니다. 실제 통항 제한 여부, 선사들의 우회 결정, 보험료, 국제유가, 환율이 같이 움직여야 한다. 특히 ‘장악’ 보도와 ‘해협 봉쇄’는 전혀 같은 말이 아니다.
그래서 앞으로 볼 것은 세 가지다. 상선 통항에 실제 제한이 생기는지, 주요 선사들이 희망봉 우회를 늘리는지, 원유 운송과 보험 비용이 얼마나 반응하는지.
작은 섬이 세상을 움직이는 게 아니다. 배들이 지나갈 수 있는 길이 좁기 때문에 작은 섬이 갑자기 커지는 거다.
수에즈운하와 같은 말은 아니지만 같은 길의 일부다
바브엘만데브와 수에즈운하는 서로 다른 곳이다. 그런데 아시아에서 지중해·유럽으로 가는 대표 항로에서는 한 줄로 연결돼 있다. 아덴만에서 바브엘만데브를 지나 홍해로 들어가고, 북쪽으로 올라가 수에즈운하를 통과한다. 중간 한 곳이 불안해지면 전체 항로의 매력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해협 뉴스는 단순한 예멘 지역전 뉴스로 끝나지 않는다. 컨테이너선, 유조선, LNG선의 일정과 보험이 연결되고, 물류기업과 정유·화학업체의 비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영향의 크기는 실제 봉쇄 여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공격 위험이 있다는 것, 일부 선사가 우회한다는 것, 해협이 사실상 막혔다는 것은 서로 다른 단계다.
페림섬 장악 보도가 중요한 건 ‘섬 하나를 얻었다’가 아니라 좁은 항로를 감시·위협할 수 있는 지리적 위치 때문이다. 앞으로 보도에서 통제(control)와 봉쇄(blockade)라는 단어가 섞여 나오면 특히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전자는 영향력이고 후자는 실제 물류 흐름의 문제다.
출처 메모: AP·Reuters·연합뉴스 2026-09-11~12 바브엘만데브/페림섬 보도, 미국 EIA 2026년 2분기 세계 석유수송 요충지 통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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