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일간대구
일간 블로그쇼 홈으로

빙하가 녹자 바위 밑 메탄이 올라왔다: 스발바르 연구가 본 경로

스발바르 빙하와 그 아래 암반에서 메탄이 올라오는 모습을 표현한 장면

빙하가 녹으면 오래 갇혀 있던 미생물이 메탄을 만든다는 설명이 먼저 떠오릅니다. 그런데 스발바르의 19개 계곡빙하를 조사한 2026년 연구는 다른 통로를 보여줍니다. 녹은 물에서 검출된 메탄의 상당 부분이 미생물보다 셰일과 탄화수소 지층에서 온 ‘지질학적 메탄’으로 해석됐습니다. 얼음 아래 바위가 저장고였고, 물길이 운반차가 된 셈입니다.

연구진은 중앙 스발바르의 빙하 하천 19곳에서 148개 시료를 채취했습니다. 빙하 끝에 가까운 곳부터 하류까지 메탄 농도와 탄소 동위원소, 에탄·프로판 비율을 확인했습니다. 모든 조사 하천의 녹은 물은 대기와 평형을 이룰 때보다 메탄이 과포화돼 있었고, 최고치는 대기 평형의 425배에 달했습니다. 이 수치는 강 전체가 곧바로 그만큼의 메탄을 대기로 내보낸다는 뜻은 아닙니다. 물속 농도와 실제 방출량은 구분해야 합니다.

메탄의 출신지는 동위원소가 말해줍니다

스발바르 빙하 아래 암반 균열을 따라 기체가 이동하는 단면
빙하 바닥의 물과 암반 균열을 통한 지질 기체 이동을 단순화한 편집부 제작 설명용 생성 이미지

원리는 이렇습니다. 미생물이 만드는 메탄과 깊은 지층에서 열을 받아 형성된 메탄은 탄소 동위원소 조성과 함께 섞여 있는 에탄·프로판 비율이 다릅니다. 연구진은 두 지표를 함께 보아 조사 지역의 메탄이 주로 열기원, 즉 지질학적 기원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스발바르에는 석탄층과 유기물이 풍부한 셰일이 넓게 분포합니다.

그렇다고 셰일 위 빙하에서 언제나 높은 메탄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바닥이 얼어붙어 있으면 물이 암반과 충분히 접촉하지 못합니다. 반대로 빙하 바닥 일부가 압력 녹는점에 이른 ‘온난빙’ 상태라면 물길이 활성화되고, 암석의 균열과 단층을 따라 메탄이 녹은 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연구의 통계 모형에서는 기반암 지질과 바닥의 온난빙 비율을 함께 고려했을 때 메탄 농도 변동의 약 4분의 3을 설명했습니다.

녹는 양보다 ‘무엇 위에서 어떻게 녹는가’가 중요합니다

빙하 면적만 보고 메탄 배출을 짐작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유기물이 풍부한 셰일이 있는지, 빙하 바닥이 녹아 수문학적으로 연결됐는지, 녹은 물이 어느 경로로 빠지는지가 함께 맞아야 합니다. 얼음은 뚜껑이면서 동시에 펌프처럼 작동할 수 있습니다. 다만 펌프라는 비유가 실제 동력을 뜻하는 것은 아니고, 물길이 가스를 운반한다는 의미입니다.

연구진은 각 빙하의 녹은 물 유출량과 측정 농도를 결합해 연간 이동량을 거칠게 추정했습니다. 빙하별 차이는 매우 컸고, 스발바르 전체 육상 종결 빙하로 확장한 값도 계산 방식에 따라 연 182~368톤 수준으로 달랐습니다. 연구진도 이를 1차 규모 추정으로 제시합니다. 표본이 19개 빙하에 한정되고, 측정 지점이 항상 빙하 말단 바로 앞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기후 피드백은 가능성이지만 크기는 아직 열려 있습니다

북극이 따뜻해지면 빙하의 녹은 물이 늘고 바닥의 연결 구간이 확대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지질학적 메탄의 이동이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논문만으로 스발바르 빙하 메탄이 전 지구 온난화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대기로 빠져나가기 전에 미생물이 메탄을 소비할 수도 있고, 하천·지하수 경로도 더 측정해야 합니다.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성과는 ‘얼음이 녹으면 메탄이 나온다’는 한 줄을 더 정교하게 만든 데 있습니다. 핵심은 얼음의 양 하나가 아니라 기반암의 종류, 빙하 바닥의 온도, 물길의 연결입니다. 빙하 아래에서 올라온 메탄을 이해하려면 하늘의 온도계만 보지 말고, 얼음 밑 지질지도와 배수관부터 함께 펼쳐야 합니다.

출처


일간 블로그쇼 필자 척척박사 프로필
글: 척척박사 · 일간 블로그쇼과학·원리·생활지식 담당기자

‘원래 그런가 보다’를 못 견딘다. 왜 그런지 알아낼 때까지 판다.

필자의 다른 글 보기 →

일간 블로그쇼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댓글 남기기


이 글 이전에 올라온 글

지난 글 다시보기

빙하가 녹자 바위 밑 메탄이 올라왔다: 스발바르 연구가 본 경로

스발바르 빙하와 그 아래 암반에서 메탄이 올라오는 모습을 표현한 장면

빙하가 녹으면 오래 갇혀 있던 미생물이 메탄을 만든다는 설명이 먼저 떠오릅니다. 그런데 스발바르의 19개 계곡빙하를 조사한 2026년 연구는 다른 통로를 보여줍니다. 녹은 물에서 검출된 메탄의 상당 부분이 미생물보다 셰일과 탄화수소 지층에서 온 ‘지질학적 메탄’으로 해석됐습니다. 얼음 아래 바위가 저장고였고, 물길이 운반차가 된 셈입니다.

연구진은 중앙 스발바르의 빙하 하천 19곳에서 148개 시료를 채취했습니다. 빙하 끝에 가까운 곳부터 하류까지 메탄 농도와 탄소 동위원소, 에탄·프로판 비율을 확인했습니다. 모든 조사 하천의 녹은 물은 대기와 평형을 이룰 때보다 메탄이 과포화돼 있었고, 최고치는 대기 평형의 425배에 달했습니다. 이 수치는 강 전체가 곧바로 그만큼의 메탄을 대기로 내보낸다는 뜻은 아닙니다. 물속 농도와 실제 방출량은 구분해야 합니다.

메탄의 출신지는 동위원소가 말해줍니다

스발바르 빙하 아래 암반 균열을 따라 기체가 이동하는 단면
빙하 바닥의 물과 암반 균열을 통한 지질 기체 이동을 단순화한 편집부 제작 설명용 생성 이미지

원리는 이렇습니다. 미생물이 만드는 메탄과 깊은 지층에서 열을 받아 형성된 메탄은 탄소 동위원소 조성과 함께 섞여 있는 에탄·프로판 비율이 다릅니다. 연구진은 두 지표를 함께 보아 조사 지역의 메탄이 주로 열기원, 즉 지질학적 기원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스발바르에는 석탄층과 유기물이 풍부한 셰일이 넓게 분포합니다.

그렇다고 셰일 위 빙하에서 언제나 높은 메탄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바닥이 얼어붙어 있으면 물이 암반과 충분히 접촉하지 못합니다. 반대로 빙하 바닥 일부가 압력 녹는점에 이른 ‘온난빙’ 상태라면 물길이 활성화되고, 암석의 균열과 단층을 따라 메탄이 녹은 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연구의 통계 모형에서는 기반암 지질과 바닥의 온난빙 비율을 함께 고려했을 때 메탄 농도 변동의 약 4분의 3을 설명했습니다.

녹는 양보다 ‘무엇 위에서 어떻게 녹는가’가 중요합니다

빙하 면적만 보고 메탄 배출을 짐작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유기물이 풍부한 셰일이 있는지, 빙하 바닥이 녹아 수문학적으로 연결됐는지, 녹은 물이 어느 경로로 빠지는지가 함께 맞아야 합니다. 얼음은 뚜껑이면서 동시에 펌프처럼 작동할 수 있습니다. 다만 펌프라는 비유가 실제 동력을 뜻하는 것은 아니고, 물길이 가스를 운반한다는 의미입니다.

연구진은 각 빙하의 녹은 물 유출량과 측정 농도를 결합해 연간 이동량을 거칠게 추정했습니다. 빙하별 차이는 매우 컸고, 스발바르 전체 육상 종결 빙하로 확장한 값도 계산 방식에 따라 연 182~368톤 수준으로 달랐습니다. 연구진도 이를 1차 규모 추정으로 제시합니다. 표본이 19개 빙하에 한정되고, 측정 지점이 항상 빙하 말단 바로 앞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기후 피드백은 가능성이지만 크기는 아직 열려 있습니다

북극이 따뜻해지면 빙하의 녹은 물이 늘고 바닥의 연결 구간이 확대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지질학적 메탄의 이동이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논문만으로 스발바르 빙하 메탄이 전 지구 온난화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대기로 빠져나가기 전에 미생물이 메탄을 소비할 수도 있고, 하천·지하수 경로도 더 측정해야 합니다.

이번 연구의 가장 큰 성과는 ‘얼음이 녹으면 메탄이 나온다’는 한 줄을 더 정교하게 만든 데 있습니다. 핵심은 얼음의 양 하나가 아니라 기반암의 종류, 빙하 바닥의 온도, 물길의 연결입니다. 빙하 아래에서 올라온 메탄을 이해하려면 하늘의 온도계만 보지 말고, 얼음 밑 지질지도와 배수관부터 함께 펼쳐야 합니다.

출처


일간 블로그쇼 필자 척척박사 프로필
글: 척척박사 · 일간 블로그쇼과학·원리·생활지식 담당기자

‘원래 그런가 보다’를 못 견딘다. 왜 그런지 알아낼 때까지 판다.

필자의 다른 글 보기 →

일간 블로그쇼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

댓글 남기기

신문과 라디오를 든 소년을 그린 복고 신문 만화풍 RSS 구독 배너

많이 읽는 글

좋은 이야기가
좋은 하루를 만듭니다.

일간 블로그쇼
DAILYBLOGSHOW.BLOG

지난 호

일간 블로그쇼에서 더 알아보기

지금 구독하여 계속 읽고 전체 아카이브에 액세스하세요.

계속 읽기